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32.1만원, 전년 대비 10.4% 증가
3월 10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2.1만원으로 전년대비 3만원이나 올랐어요. 사교육비 조사 통계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최대 규모, 최대 폭으로 증가했으니 말 그대로 ‘역대급’으로 오른 셈이죠. 이에 우리 단체는 같은 날 오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사교육비 대체 어디서 얼마나 올랐길래?
첫째. 고등학생 사교육비(36.5만원)가 가장 많아졌어요. 뒤이어 중학생(33.8만원), 초등학생(29만원) 순이고요. 2017년까지는 중학생 지출이 고등학생보다 높았는데, 2년 전부터 고등학생 지출이 가장 높아졌어요.
둘째. 1인당 사교육비 증가폭도 고등학생이 4.4만원(13.6% 증가) 올랐어요. 초등학생 2.7만원(↑10.3%), 중학생 2.6만원(↑8.4%)으로 뒤를 이었고요.
셋째. 과목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폭은 영어(9.4만원)가 가장 높고, 수학(9만원), 국어(2.3만원) 순이에요, 전년대비 증가폭도 영어는 9천원(↑10.8%)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요.
넷째, 소득구간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최소소득과 최대소득 구간 사이에 5.0배 차이가 나니 교육 양극화 현상 또한 여전합니다. ㅠㅠ
일반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32만원이라고? 아이 둘 각각 1-2군데만 보내도 100만원이 훌쩍 넘는데?"하며 현실과 괴리된 숫자라고 느끼시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학원은 커녕, 학습지도 시키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비롯 모든 초중고등학생을 모두 합산한 1인당 사교육비 통계이기 때문이죠.
사교육비가 역대급으로 오른 이유가 대체 뭘까?
가장 큰 이유는 현행 대입제도가 사교육을 계속 유발하기 때문이에요. 2018년 대입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시 비율이 30%로 증가했고, 작년 말 조국사태로 인해 서울 소재 16개 대학은 40%까지 올랐어요. 수능은 사교육 효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전형이에요. 게다가 최근 몇 년 불수능, 킬러문항 등 수능의 난이도가 높다보니 학생들은 점점 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요.
따라서 수시에서만이라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고 수능 문제만큼은 고교 교육과정을 준수해야해요. 킬러문항이 웬 말입니까. 정상적인 고교교육을 이수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와야죠. 이미 우리 단체는 2018년 대입공론화 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사교육비가 폭증할 거라고 예고했어요.
두 번째 이유는 중학교 사교육비도 전년 대비 2.6만원이 오른 것으로 보아,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고교체제 개선 방안이 2025년에 가서야 실행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예요. 선행학습의 선두주자인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입학전형이나 교육과정을 방치한 것도 무시 못하죠. 교육부는 이 학교들의 입학전형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어요.
세 번째는 2018년부터 영어 사교육비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결과(9.4만원, 전년 대비 0.9만원 상승)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어요. 수능에서 영어과목이 절대평가 취지와 달리 난이도가 올라갔기 때문이죠. 수능 영어는 점수 경쟁을 완화하고 실제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로 절대평가가 도입됐어요. 그러나 도입 첫 해에는 그 취지가 실현되는 듯 하다가, 2019년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은 5.3%로 수학 1등급 비율보다 낮은 상황이 연출됐어요. 모의고사 1등급도 매번 5~7%를 오가는 상황이 되고 보니 수험생은 수능 영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요.
네 번째, 사교육을 받는 이유가 학교 수업 보충이 1위(48.5%), 선행학습이 2위(22,9%)인 점을 살펴보면 대입에서 비중이 커진 고교내신 사교육 수요가 중요한 원인으로 보여요. 학교 수업과 평가 방법을 혁신해서 내신도 전면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매년 교육부와 통계청이 실시하는 ‘사교육비 조사’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영유아 사교육비, EBS교재 구입비, 방과후학교 수강비, 어학연수비 등을 포함시키지 않았어요. 사교육비 규모를 어떻게든 축소해서 집계하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죠. 이를 포함시켜야 전체 사교육비 규모의 실체가 드러날 거예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1.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및 킬러문항 출제 개선
2. 고교체제 개선 정책의 조속한 추진
3. 영재학교, 과학고 입학전형 및 교육과정 개선
4. 고교의 수업과 평가 혁신 이라는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사교육비가 줄어들 거예요.
정부가 경감 대책을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말이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면 우리 단체는 언제나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