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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소위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영감님'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300명 합격의 그 때까지만 해도 판검사,
변호사는 마치 지난날 과거시험 합격자와 같은 영광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금도 나이 70~
80대의, 과거 소수선발 시대 임관했었거나 개업했던 노 변호사들은 당시의 드높은 기개(?)를 아직도
여실히 보여준다.
가령 의뢰인이 자기 말귀를 못알아먹거나,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잘 안주면...서비스는 커녕
'호통'을 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시 1000명 시대가 된 지금 이런 '기개'를 가진 자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뉴스에서도 연일
보도한 것이지만, 실제 합격자 가운데 임관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고(올해는 190여명이었던가), 그 외
대형로펌, 사내 변호사, 새끼 변호사 내지 개업의 길로 가게 된다. 오히려 사법시험은 예선이고, 진정한
경쟁, 힘든 공부는 연수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법시험 합격 = 가문의 영광'은
옛말이 되었다.
판검사도 과거 군부정권 시대 막강한 힘을 휘두르던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아니게 되었다. 얼마전
성균관대 전 교수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테러한 사건은, 가치판단을 차치하고라도 우리사회
'기성권력'의 붕괴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희소성의 상실, 시대상황의 변천으로 이루어진 '법조계 권위의 해체'는 향후 로스쿨의 도입과
법조시장의 개방 등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우리는 또한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훌리건 천국의 많은 이들은 소위 '명문대'에 합격해 재학중이거나, 도전중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자. '명문대 합격' 자체가 무었을 보장해 주던가?
내가 건너건너 아는, 서울대학교 공대 나오고 동대학원 석사까지 취득한 30세 형이 이번에 OCN에
취직했다. 면접시험장에서 면접관이 '오늘 면접보는 것을 가족에게 말했는가?'라고 묻자 '너무 많이
취업에 실패해 실망만 끼친 것이 미안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간 작성해본 이력서만
30장 가까이 된다고 한다.
소위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쳐다보라'고 했던 관악의 졸업생 현주소가 이러하다.
그렇다면 '지성인의 상징'이라고까지 불리던 교수는 또 어떠한가? 현재 우리나라 국내 명문대학들의
박사과정은 해마다 미달이다. '더 좋은 해외대학으로 진학해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 bonding cost를 감수하는 유학파의 존재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심각한 문제다.
사회에 널린게 사회학 박사, 자연과학 박사이며, 과거 철밥통이라고까지 불리던 교수는 3년마다
재임용의 관문을 넘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행정고시, 외무고시, cpa등 여타 국가고시들에 대한 서열논쟁이 한창이던데...이런 국가고시에
합격한다는 것은....이제 과거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합격=고관대작'이 아니라
'합격=최소한도의 보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말 고시수석을 할 정도로 뛰어나거나 막강한 백그라운드를 갖춘 소수의 인재를 제외한다면...
고시에 합격한다 해서 '수억의 연봉, 장차관급 고급관료'와 같은 영광은 기대하기 힘들다. 설령
그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해도, 이를 성취하기 위해 그 사람이 '고시 합격 후' 쏟아야 하는
노력의 양은 2-3년 골방에 앉아 법전을 달달 외던 수고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아까 말한 교수의 경우 어떠한가? 교수의 경우 이러한 '보험'도 없이 준비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사법시험은 꼴지로라도 합격하고, 어떻게 어떻게 연수원만 수료하면 변호사
개업이라도 할 수 있는 반면 '박사학위=교수'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 정도의 교육열, 뛰어난 인재의 급증으로 인해....
과거와 같이 '특정한 무언가'가 '영광'을 보장해 주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아니, 이미 끝났는지도
모른다. 과거 소수만이 이루어낼 수 있었던 성취를 너도나도 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대기업에서는 박사학 소지자에게 과장, 부장급 자리를 제공하며 우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나 박사학위 받았소'라는 것만으로는 대리도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성공, 대박의 길은 아주 불가능해졌는가? 원론적으로 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까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 초일류
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pc방에서 심심하면 두들기던 스타크래프트도 1인자가 되면 엄청난 영광을
얻을 수 있다. 임요환이 입대한 이후 공군 홈페이지가 마비된 사례를 보라. 그것은 그가 스타계의
'황제'였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범사회적 관심과 인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길거리에서 깡패들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되던 '격투기'도 아주 잘 할 경우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앞서 말한 고시나 유학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누군가가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한다면, 혹은 하버드나 프린스턴대학에서 최우수 논문을 휩쓸며 박사학위를 취득해 온다면
예전 '영감님'과 같은 대우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1인자의 영광'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어떤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근일 각광받는
B-BOY라든지, 과거 딴따라로 천시되던 연예인도 영광을 거머쥘 수 있는 시대이다. 하다못해
'도박'도 아주 잘하면 드라마 '올인'의 원 모델인 차민수씨와 같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어떤 분야에서든 1인자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중고교때 소위 '짱' 소리 듣던 사람이, 본격적으로 체력관리, 혹독한 훈련, 비디오를
통한 타 경기 연구,식사조절 등을 통해 격투기에 입문한다고 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K-1에서 성공한 최홍만의 뒤에는 아직도 땀을 뻘뻘 흘리며 데뷔전만을 꿈꾸는 예비 격투인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적잖은 여중고생들이 피겨스케이팅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김연아 한사람 뿐이다. 매일 물살을 가르는 수영 선수 가운데 병역혜택, 각종 상금, 메스컴을 통한
유명세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박태환 한 사람이었다. 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 소리를 들으며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정운찬만 보지 말고, 열심히 강의하고 논문을 쓰면서도 '재임용, 정교수
승진' 이외의 것은 엄두도 못내는 교수가 얼마나 많은지 헤아려볼 일이다.
나는 말하고 싶다. 이 땅에서 '영광'의 시대는 끝났다고...
우리가 상투적으로 '대단한 것'으로 이야기하는 무엇 하나 이루었다는 것만으로 '성공'을
확신하기엔 이 땅이 너무 좁고, 기회는 적으며, 성실하고 뛰어난 경쟁자가 너무도 많다.
그러나 정녕 그러한 장벽과 사회현실을 넘어 '영광일로'를 걷고자 한다면...어떤 분야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한가지만 택하라. 그리고 그 분야에서만큼은 다른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을
만큼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뛰고 또 뛰어라. 그게 주먹질 발길질이든, 법전을 끌어안고
씨름을 하는 방생활이든, 춤과 노래를 하는 것이든 상관없다. 단 '즐긴다'는 생각을 버려라. 물론
즐기는 것과 같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정진한다면 보다 성공을 위해 정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연히 '즐기는 것'은 스스로를 '어중간한 존재'로 만들소지가 크다. 동네 오락실에 가보면
철권5dr같은 게임을 어지간히 잘하는 이들을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나름 메뉴얼 보고 콤보필살기
익히고, 인터넷으로 다른 시합 동영상도 보고...나름대로는 과학적이랍시고 '프레임'까지 연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대회에 나가보면(옛날에 다른 게임-KOF로 전국대회 나갔었음 ㅋ) 동네
와 다른 세계를 보게 된다. 철권을 하는 사람이면 NIN이란 사람 경기하는 동영상을 한 번 보기를
권한다. 시합하기 전에 그 사람이 사용하는 철권카드 캐릭터(스티브)의 전적이 뜨는데,
약 4000승 400패이다.
놀라운 것은 승률이 아니라 4400게임이나 치렀다는 그 사실 자체이다. 아주 싼 오락실이라
한 게임에 100원이라고 쳐도...오락하나 잘하기 위해 수십만원을 투자하고, 수도없이 오락실에
다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고수들은 홈페이지까지 만들고 수시로 방문하며 정보를 체크한다. 이들이
무슨 '꿈과 비전'까지 가지고 오락을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소지가 있지만...적어도 이들은 단순히
돈 몇백원 가지고 오락실에 심심해서 한두번 가는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다.
그야말로 '게임에 살고 게임에 죽는' 삶을 살기에...그 조잡한(?) 게임이나마 일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지금 '유학'이라는...과거에 비해 그 권위가 현저히 떨어진, 그리고 가기는 더 어려워진 길을
가려고 한다.
한국인 아이비리그 정치학대학원입학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말이 많지만, 무조건 가기 위해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고 있다. 적어도 '정치학'을 내 직업으로 삼고, '정치'를 머리속 제1의 화두로
자리하기로 결심한 이상 어중간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기에, -누구는 네임벨류에만 연연하는
찌질이'라고 욕할지도 모르지만-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저 동양의 고전 석학의 하나인 순자가 제자들을 불러놓고 강의를 가졌다.
순자는 쥐 한마리를 잡아와 놓고 이 쥐는 달리기, 숨기, 빠르기 등 다섯가지의 재능을 가졌으나
그 무엇하나도 아주 뛰어나지는 못하여 결국 자신에게까지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었다고 말한다.
*螣蛇無足而飛, 梧鼠五技而窮.
등사는 다리가 없지만 날고, 오서는 다섯가지 기술이 있지만 궁하다.
오늘날 사회는 이것 저것 어중간한 사람보다는, 어느 하나라도 special한 사람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교양도 있고, 몸짱 소리도 듣고, 얼굴도 왠만한데다,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유복하다면 이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다양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더라도
적어도 무엇 하나에서만큼은 반드시 일인자가 된다는 각오로 살자. 이는 영광으로 가는 길이다.
무엇 하나라도 확실히 '따내고 본다' '합류하고 본다.' ---> 이것은 살아남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점점 '살아남는 길'로 수렴하는 듯하다. 빌 게이츠와 같이 모험을 무릅쓰고
큰 일을 해내는 걸출한 '입지전적인 인물' '도전적 인물'이 한국 땅에서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반면 대부분의....그래도 피터지는 입시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대학생들은 가장 '확실히 살아남는 길'
인 고시, 교직원, 의치한의사, 공무원 및 준공무원, 공기업을 희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데 걱정이다.
당장 누구라도 '일인자가 되어 영광을 누리는 것'을 꿈꾸며 정진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제도부터
갖출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지난 학기 수업에서 한 교수는 '영미법 국가'에 비해 '대륙법 국가'에서는
파산법제도도 잘 정비되어 있지 못하고 해서 창조적, 도전적인 인재들이 몸을 사리게 한다는 논지를
전개한 바 있는데...
전혀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성공할 가능성이 나름 있어 보인다면 왜 모두가 주저하겠는가?
고인 물은 썪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러한 '영광'을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위험'을 무릅쓰고...
치열히 살아보고 싶다.....솔직히 나도 옛날처럼 몇 년 골방에 앉아 고시 붙으면 영감님 소리 듣던
그 시절의 엘리트들이 부럽지 않다면 거짓일 것이다. 사실 태어나서 나처럼 놀기 좋아하고 게으른 사람도
몇 보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이 이러한 것을 어쩌겠는가 !
첫댓글 누군지 모르지만 졸라 공감가는 글이다...
자 몇명이나 이 글을 다 읽어볼까요. 물론 전 읽진 않았습니다.
나 다 읽었어 ㅋㅋㅋ
홍만이는 k-1
수정했음 ㅋ
괜찮은 글이지만 읽기쉽게 문단별로 좀 붙여서 써라 존내 읽기 싫게 편집해놨네
짝짝짝
닥치고 세줄 요약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 좆빠지게 노력하자
신자유주의, 좁아지는 세계, 무한경쟁, 부의 장벽이 사라지는 세계. 이로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집단은 국경에 의지해 부를 유지했던 선진국,중진국의 어중간한 중산층들이다.
요는 자기자신이 부가가치를 창출할수 있는가? 자신이 정말 세상에 밥벌어먹을 능력이 있는가? 하는것이다. 어설픈 기득권에 의지하여 호의호식 했던 나태한 인간에게 세상은 지금 철퇴를 내리고 있다.
장사를 하던, 게임을 하던, 뭘하던 간에 그 분야에서 초 일류가 되면 영광이 있고 성공한다. 본문에 캐동감
꽤나 개념글...
박태환 남들 뺑끼칠 때 혼자 훈련에 존나 노력하고 캐열심이었다드라..
개념글이다 ㄳ
스크랩좀 해갈께요횽^^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