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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출처 : 윤 연(해사 25기, 칼럼니스트) 前 해군작전사령관
* 海士 ‘옥포’지 필진시론(Vol. 139. 2024.7)에서 발췌
미국은 2024년 11월 5일 제47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우리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바이든 정권에서 간신히 복원된 한미동맹 관계가 뿌리 채 흔들리는 사태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바이든 현직 대통령이 재선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여론조사는 트럼프가 우세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트럼프가 당선될 때를 대비해 대미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그가 한반도에 어떠한 정책을 펼쳤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굳건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본 기고문은 과거 트럼프 집권 시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복기(復記)하고,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되었을 경우에 대비한 기고문이다.
Ⅰ. 미국 자본주의의 화신(化神) 트럼프!
오늘의 위대한 미국을 만든 두개의 기둥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 체제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싸웠다. 미국은 세계 1·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챔피언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경찰의 임무를 수행하며 ‘팩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시대를 열었다.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남의 나라 자유마저도 지켜주기 위해 피를 흘려가며 공산주의 국가와 싸워 이긴 것이다. 6·25전쟁 시에는 36,574명의 미국 군인이 이름도 장소도 모르는 대한민국에 와서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이 땅에서 죽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국민이 희생하고 돈 들여가며 다른 나라를 지켜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현대세계를 결정짓는 경제시스템은 자본주의다. 미국을 선두로 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좋든 싫든 지구촌 모든 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미국인들의 삶이며 뿌리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온상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자본 즉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무기다.
트럼프의 아버지는 뉴욕에서 부동산사업으로 성공한 백만장자였다. 그는 건설업자로 성공하면서 트럼프에게 공사장 현장바닥의 못을 주워 모으게 했다. 비록 백만장자였지만 작은 못 하나라도 돈의 중요성을 자식에게 교육시킨 것이다. 그는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맨해튼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어 회사를 키우며 성공했다. 트럼프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DNA는 자본의 중요성이다. 필자가 트럼프를 자본주의 화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가 모든 일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정치도 동맹도 남는 장사를 하려 할 뿐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만 잘 살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한 미국인들이 그에게 표를 던져주는 것이다.
미국이 돈 들여가며 다른 나라를 원조하고 싸워주는 손해 보는 장사는 더 이상 안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처음 대통령이 된 후부터 “한국은 미국을 가장 많이 이용해 먹는 나라(a major abuser)”라고 비난했다. 동맹국에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한 것이다. 또 “한반도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켜 미국이 얻는 것이 무엇이냐?” “왜 대한민국에 돈을 써가며 동맹이 되어야하느냐?” 등 초등학생 같은 질문을 계속 퍼 부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억울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올려 요구했다. 일단 올려 부르고 깎아주는 전형적인 장사꾼 셈법이다. 시장 잡상인들도 그렇게까지 거래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국가 간의 관계도 부동산 업자처럼 거래관계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럭비공 같은 사람이다.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는 김정은과 협상하면서 미국 안보보좌관, 국방장관과 한마디 협의도 없이 한미연합훈련을 폐지했다. 트럼프가 공공연히 주한미군철수를 말할 때 반대하던 국방장관 매티스, 안보보좌관 볼턴은 결국 잘렸다. 그가 대통령이 다시 되면 주한미군 철수카드를 들먹이며 우리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다.
이제 그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안보, 외교참모는 트럼프의 입맛에 맞게 정책을 밀어부칠 것이다. 지금 트럼프 캠프의 안보브레인인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이 북한문제에 인질로 잡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과도 싸우기 벅찬데 북한과 싸움에 소모될 수 없다는 말이다.
많은 미국인들도 “우리도 힘든데 왜 다른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리고 돈을 써야하냐”고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론에 동조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정책에도 “자신이 재선하면 우크라이나에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약하고 있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정신은 청교도 정신이다. 유럽 각지에서 종교적 자유를 원한 이민자들은 미국이라는 신세계에서 도덕, 근검, 자유, 평등의 청교도 정신 아래 오늘의 미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들은 청교도 정신으로 지구촌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도덕성도 없고 사생활도 복잡하다. 그는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유죄평결을 받으며 미국 최초의 중범죄 처벌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자 대선후보가 되었다. 트럼프는 마키아벨리를 존경하는 것 같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가 반드시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건국한 청교도 정신을 그에게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인들은 대통령에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미국 국민들만 잘 살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힘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세계 지구촌 국민들과 함께 더불어 잘 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정신이다. 세계는 엉망이어도 미국만 잘 살면 된다는 ‘미국 우선주의’는 진정한 미국의 정신이 아니다. 트럼프의 재선은 ‘팩스아메리카나’의 위기다.
Ⅱ.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한 안보전략
o 한미동맹문제
이승만 대통령이 후손에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은 1953년 10월 1일 맺어진 한미동맹이다. 대한민국은 든든한 한미동맹 덕분에 경제성장에 힘써 오늘의 경제 강국을 이루었다. 한미동맹은 여전한 우리의 기둥뿌리다.
당시 한미동맹조약을 보고받은 트루만 대통령은 “뭐 이런 동맹이 다 있나”며 미국의 일방적인 한국방위의 역할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도 북진을 계속 주장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한미동맹을 체결한 것이다. 얼마 전 트럼프의 안보보좌관이었던 볼턴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본질은 결국 부동산 업자”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한국을 투자자산으로 보고 “미국이 돈 들여가며 한국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윤대통령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선되면 지난번 일본총리 아베의 모델을 따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베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즉시 달려가 캠프데이비드에서 며칠 골프도 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가. 트럼프가 주일미군 비용 관련 일본과 갈등은 좀 있었지만 주일미군 철수 가능성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아베의 멋진 외교력이다.
윤대통령도 트럼프와 밀착되게 전화도 하고 자주 만나서 한국의 입장을 잘 설명해야 한다. 그는 개인적인 친분을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 편이다. 트럼프는 돈에 약하다. 돈을 좀 더 주더라도 트럼프를 어떻게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느냐가 국가생존의 길이다.
트럼프는 지난 정권의 문대통령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굴욕감을 느낄 정도로 하대(下待)했다. 그리고 트럼프-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도 한국의 의견을 잘 듣지 않았다. 트럼프는 즉흥적이다. 그가 재선되면 김정은의 속임수에 넘어가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른다. 한미동맹을 상업적 관계로만 생각하는 트럼프에게 대미투자의 확대와 방위비분담금 상향도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봐야할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는 한미동맹만큼 싼 비용으로 중국과 북한을 억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미동맹은 잘 유지되어야 한다. 그것이 트럼프 시대에 우리의 살길이다.
o 방위비 분담금 문제
‘트럼프 시즌2’에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의 대대적인 재편 가능성이다. 한국정부가 방위비분담금의 대폭증액을 거부하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의 방위비 증액 공세에 내내 끌려다녔다.
한국의 방위비분담은 트럼프가 취임하던 2017년 9,507억 원에서 2023년에는 1조 2,896억 원으로 35% 이상 증가했다. 그나마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정된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말이 안 된다 (Doesn’t make sense)”고 비난했다. 애초에 그는 재임 당시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을 5배인 50억 달러(6조 9400억 원)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다 바이든 정부 들어 액수가 줄어든 것이다.
그는 바이든이 방위비분담금을 제대로 못 받아냈다고 멍청이라며 비난했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주한미군철수 카드를 고리로 방위비분담금 대폭증액을 또 요구할 것이다. 그가 대통령 때 방위비를 올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한국정부에 으름장을 놨고 실제로 주한미군 철수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그는 재직 시 괌에서 훈련 차 대한민국으로 날아온 전폭기 한 대 띄우는 비용마저 주판알을 굴리며 비용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도 트럼프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언급했다. 그는 “왜 우리가 남(somebody)을 방어해 주어야 하느냐”고 자신의 국정철학인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뼛속까지 사업가이자 냉정한 현실주의자인 트럼프가 재선되면 더 노골적으로 ‘동맹청구서’를 들이밀 것이다. 미국인들도 여론조사에서 83%가 ‘다른 나라 신경 끊고 미국이나 챙기라’고 동조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트럼프캠프에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방어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초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전략의 ‘린치 핀(linchpin : 핵심 축)임을 확실히 주지시켜야 한다.
o 북한 핵문제
트럼프2기에 미국이 한국을 무시하고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가장 우려되는 분야가 북한과의 핵협상 문제다. 럭비공 트럼프가 한국의 의견은 패싱하고 미국만의 안전을 위한다며 북한의 염원인 주한 미군철수 혹은 감축을 덜컥 받아들이는 불상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더 대담한 도발과 함께 트럼프2기 정부와 핵동결을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와 대북제제완화를 받아내는 거래를 시도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미정상회담 때 지난 정부처럼 아웃사이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포함된 남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 트럼프와 그의 선거대책 안보팀들은 미국의 현 대북 확장억제가 충분치 않다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등장은 미국의 묵인 하에 한국의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북한이 핵무장과 미사일 무더기 도발로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하는데 누구 눈치 볼 사안이 더 이상 아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의존해야 하는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이제 우리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o 중국, 대만문제
트럼프 재선 시 미국국방의 최우선과제는 대중국 억제에 있을 것이다. 대만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전력이 분쟁지역으로 투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만문제에 관여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대만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트럼프가 요구하는 것이다. 미중사이에서 양다리 걸치는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배신행위다. 동맹은 호혜적인 것이다. 미국이 우리를 필요로 할 때 미국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트럼프에게 한미동맹의 가치를 인식시킬 수 있다.
대만 위기 시 미국과 함께 예상되는 작전세력은 우리의 해군력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해군력증강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대양에서 미 해군과 함께 작전 가능한 핵추진잠수함, 한국형항공모함, 첨예화된 이지스 구축함 등의 건설이 시급한 과제다.
대한민국이 중국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경제 파트너임은 맞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에서 대중수출도 필요하지만 안보가 더 중요하다. 중국은 북한과 동맹국이며 큰 형 노릇을 하고 있다. 사드 배치 시 중국의 협박과 무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상 가장 잔혹하게 우리를 짓밟은 나라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중국임을 명심하자. 우리는 좋든 싫든 트럼프에게 줄을 서야 한다. 시진핑에게 줄을 서면 망한다. 중국이 무슨 말을 해도“세세”하며 읍소(泣訴)할 일이 아니다. 중국이 우리를 건드리면 재미없다는 자강(自彊)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우리가 강하게 나갈 때 업신여기지 않고 대우해 주었다.
Ⅲ. 맺는말
한반도는 이미 ‘트럼프 태풍’ 영향권에 들어섰다. 트럼프의 본질(DNA)은 비즈니스다. 그는 정치도 비즈니스로 하고 있다. 비즈니스는 남는 장사만 한다. 결국,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1기 행정부 때를 기반으로 대한반도 정책이 재추진될 것이다. 트럼프 시즌2는 동맹충돌과 갈등으로 더욱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갈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변화하는 미국의 정책에 맞춰 새로 들어서는 공화당 세력들과 끈끈한 네트워크 설정이 필수적이다. 한미 모두의 국익증진에 이익이 되는 방향의 창의적이고 현실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끝.
☞ 장차 우리나라의 지도자 그룹에 속하는 공인들은 모두 위와 같은 마음자세로 대내외정책들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 국가생존과 국익, 그리고 국가발전을 위한 데에 한 마음이 아니라면 속히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자료를 받으신 분들은 널리 전파해서 애국애민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소원한다.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