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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구인 불천물연(堀至九仞 不泉勿捐)
아홉 길을 팠는데도 샘이 솟지 않는다고 그만두지 말라는 말이다.
堀 : 굴 굴(土/8)
至 : 이를 지(至/0)
九 : 아홉 구(⺄/1)
仞 : 길 인(亻/3)
不 : 아닐 불(一/3)
泉 : 샘 천(水/5)
勿 : 말 물(勹/2)
捐 : 버릴 연(扌/7)
출전 : 이곡(李穀)의 영암사신정명(靈巖寺新井銘)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요인 가운데 중요한 것 하나가 끈기이다. 계획한 일이나 목표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온다. 금세 합격할 것 같았던 시험도 한 번, 두 번 떨어질 때마다 시작했을 때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기운만 쭉쭉 빠진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것 같았는데 이제는 어디까지 노력해야 되는 일인지,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사람이란 다 자기 복이 있어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운명을 탓해보기도 하고,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며 그럴듯한 구실을 들어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기도 한다. 꿈을 성취한 사람들의 재능이란 바로 성실의 다른 이름이다.
영암사(靈巖寺)라는 절이 있다. 이 절의 우물은 자주 말라 버렸는데, 물이 마르면 산 아래로 내려가 30리나 되는 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이에 한 시주가 우물 파는 사람을 데려와 새 우물을 파기로 했다. 그런데 땅을 파보니 온통 돌무더기인데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땅이 더 단단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낙숫물로 바위를 뚫는 일이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일꾼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땅을 팠다. 그러기를 무려 2년 여, 파낸 깊이는 100척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차가운 샘물이 펑펑 솟아올랐다.
고려시대 학자 이곡(李穀)이 그 사연을 듣고 감동하여 우물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권면하고자 우물 벽에다 명(銘)을 썼다.
이곡(李穀)의 영암사신정명(靈巖寺新井銘)
(이곡의 영암사 새 우물의 명)
孰室于玆, 匪佛則仙.
누가 여기에다 집을 지었는고, 부처 아니면 신선이렷다.
山環碧玉, 地湧靑蓮.
산은 푸른 옥이 둘러쳐 있고, 땅엔 푸른 연꽃이 솟아났도다.
水在地中, 窮通自天.
물이 땅속에 들어 있지만, 막히고 통함은 하늘에 달린 일.
維井之眢, 維陽之愆.
우물이 바짝 마른 것도, 바로 혹독한 가뭄 때문이라.
求之山下, 驢背人肩.
물을 구하려면 산 아래에 가서, 나귀 등에 싣고 사람 어깨에 메고.
往來一舍, 斗水百錢.
삼십 리 길을 왕래하다 보니, 한 말 물 값이 무려 일백 전.
人求其福, 養此福田.
사람들이 복을 구한다면서, 물 긷는 이 복전을 가꾼다마는.
雖則福田, 食可下咽.
말은 비록 복전이라 할지라도, 먹는 물이 어찌 목에 넘어가리오.
有大檀越, 乃見其然
힘 있는 어떤 신도 한 분이, 이런 사실을 목도하고는.
乃募良匠, 乃相東偏.
훌륭한 기술자를 데리고 와서, 동쪽 우물 터를 살펴보았다오.
其下惟石, 鑿之彌堅.
그런데 그 아래에 바위가 있어, 파면 팔수록 더욱 단단한지라.
人初指笑, 有類溜穿.
사람들이 처음에는 비웃으면서, 낙숫물로 바위 뚫는 식이라 하였다네.
其深百尺, 其久二年.
하지만 백 자쯤 깊이 파 들어가, 이 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거쳐.
旣難旣獲, 有冽寒泉.
어려운 고비 넘기고 일단 성공하자, 맑게 솟아 나오는 차디찬 샘물이여.
遠近聚觀, 奔走後先.
원근에서 사람들이 구경하러 모여들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달음질 쳤나니.
其源混混, 其達涓涓.
근원이 있는 샘물 퐁퐁 솟아나서, 졸졸 막힘없이 끝없이 흘러 퍼지리라.
泓澄涵泳, 顚倒星躔.
맑게 고인 깊은 우물 속에, 하늘의 별자리 거꾸로 걸렸나니.
物之隱現, 其理則全.
외물이 숨고 드러나는, 그 도리 온전히 지녔도다.
孰無其後, 而有其前.
그 누가 마무리 짓지 않고, 시작만 하고서 놔두리오.
掘至九仞, 不泉勿捐.
아홉 길 파 들어갈 때까지, 솟지 않으면 놔두지 않았노라.
我銘在甃, 凡百勉旃.
나의 이 명을 벽돌에 새겼나니, 사람들이여 부디 권면할지어다.
- 李穀, 靈巖寺新井銘
구인(九仞)은 아홉 길인데 매우 높다는 뜻이다. 1인(仞)은 약 2.4미터에 해당하니, 구인(九仞)은 20미터가 조금 넘는 길이이다.
흔히 구인공휴일궤(九仞功虧一簣)라는 말을 쓴다. 높이가 아홉 길이 되는 산을 쌓다가 마지막 한 삼태기 흙을 더 얹지 못해 무너지는 것을 이르는 말로, 아홉 길의 노력이 한 삼태기로 무너진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노력해 거의 성공할 뻔했는데 한 번의 실수나 노력 부족으로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위로 쌓는 대신 밑으로 파 내려가는 일로 비유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려움이 있다. 또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어렵다고 주저앉지 않고 과감히 뚫고 갔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파면 시원한 샘물을 맞을 것이다. 다만 결과를 얻기에 앞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다. 그것은 하나하나 쌓아가는 과정 자체가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스티브잡스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가 이룬 것만큼, 이루지 못한 것도 자랑스럽습니다."
변(變)인가 화(化)인가
연두색 고운 신록이 진하게 녹음의 그늘을 드리우는 여름이 왔다. 참 잘도 바뀐다. 어김없이 바뀐다. 나이가 들면 세월이 시속 100Km 이상 달린다더니 세상이 빨리도 바뀐다. 모심기가 언제 끝났는지 온 들판이 퍼렇다. 단순한 바뀜이 아니라 변화(變化)다.
박목월 시인의 시 '청노루'의 계절이 벌써 지나가 버렸다. "머언 산 청운사(淸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나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이라 노래했다.
시인의 눈(眼)이 청운사 - 자하산 - 느릅나무 - 청노루 - 맑은 눈 - 구름 순으로 이동한다. 청운사에서 시작해 청노루의 눈까지 '원경에서 근경'으로의 이동이다. 시선의 이동에 따라 대상이 탈세속적, 환상적으로 바뀌어 간다. 대상의 바뀜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다. 시선의 이동과 대상의 바뀜(變)을 통해서 이상적인 세계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창조(化)해 낸다.
금선탈각(金蟬脫殼), 황금빛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날아간다는 뜻이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매미의 수컷은 울림 판, 암컷은 산란관이 있다. 우는 매미는 수컷이다.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은 참매미이고, 듣기 거슬리는 매미는 말매미이다. 어떤 매미든 그 일생과 변태(變態) 과정은 같다.
매미는 알에서 깨어나 6년간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면서 4번의 탈피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7년째 되는 해 땅 밖으로 나와 나무 위에서 마지막 허물을 벗는다. 허물을 벗어(脫殼) 몸이 변하고, 날개를 펼치는 우화(羽化) 과정을 거쳐 비로소 날아오른다. 금선탈각(金蟬脫殼)이다.
날개를 달고 날아 오른 매미는 2주 동안 교미를 하여 알을 낳고 죽는다. 매미는 굼벵이로 땅속을 기어 다니며 살았다. 무려 6년이다. 네 번이나 허물을 벗었다. 7년째 드디어 탈을 벗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다. 네 번의 허물 벗음은 탈피였고, 마지막 다섯 번째가 탈각, 우화등선(羽化登仙)이다. 그야말로 질적인 변화이다.
변화(變化)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변(變)과 화(化)는 다르다. 변(變)은 누에가 나방으로 우화(羽化)하기 위해 고치를 지으며 변태를 하는 과정이다. 화(化)는 왼쪽의 사람(人)과 오른쪽의 사람(匕)으로 구성된 글자로 왼편은 살아있는 사람, 오른편은 죽어 있는 사람으로 완전히 달라진 결과를 의미한다. 완전한 성충으로서의 나방이 된 것이다. 살아 숨 쉬는 세계가 달라진다.
주자는 중용의 변화를 풀이하면서 '변(變)'이 '화(化)'로 가는 과정(變者化之漸)이라면 '화(化)'는 '변(變)'의 결과(化者變之成)라고 하였다.
굴지구인 불천물연(掘至九仞 不泉勿捐), 아홉 길이나 팠는데 샘물이 솟아나지 않아도 그만두지(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고려시대 영암사(靈巖寺)라는 절에 우물을 파는데 막상 파 내려갈수록 땅이 단단하고 물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낙숫물로 바위를 뚫는 격이라며 비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파 내려갔다. 백 척에 이르렀을 때 물이 펑펑 솟았다. 고려 때 학자 이곡(李穀)이 그 사연을 듣고 감동하여, 우물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권면(勸勉)하고자 우물 벽에 새긴 글이다.
아흔 아홉 척까지 깊이 파도 물이 나오지 않으면 변(變)이다. 백 척으로 물이 펑펑 솟아야 화(化)를 이룬 것이다. 미꾸라지가 용이 되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도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을 다하여 화(化)를 이루어서 용이 된 것이다. 한 삼태기 흙이 모자라는 우를 범하지 말자. 마지막 점검이 있고서야 누리호의 아름다운 승천이 있었다.
막히면 원점으로 돌아가라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집을 새로 짓고 우물을 파서 수도 펌프를 설치한 아버지는 큰집에도 우물을 파겠다고 했다. 반대하는 큰아버지와 며칠 승강이를 벌였으나 강하게 설득한 아버지가 이겨 펌프를 놓기로 했다. 인부들을 동원해 큰집 뒤꼍 구석진 곳에 땅을 파 내려갔다. 동네에 처음 펌프를 놓는 거라 사람들은 매일 구경 오고, 수군댔다. 며칠을 팠으나 물이 나오지 않아서였다. 큰아버지와 심하게 다툰 아버지는 인부들을 철수시키고 공사를 중단했다. 큰집에 머물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며칠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새벽에 아버지가 깨워 따라나서라고 했다. 해뜨기 전 어둑한 길을 자전거 탄 아버지 뒤를 따라 뛰고 걸어 큰댁이 내려다보이는 마을 뒷산에 올랐다. 산 중턱쯤 올라가 바위에 걸터앉은 아버지는 지팡이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혼잣말을 했다. 담배 한 갑을 다 피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내달리는 아버지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큰집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대문을 나서는 큰아버지 등에 대고 “형님, 그렇게 합니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뒤늦게 온 나에게 우물 파는 일꾼들을 불러오라고 했다.
공사를 재개하기 전 아버지는 인부들에게 “물은 틀림없이 나온다”고 장담하며 “밤나무가 서 있는 쪽으로 조금만 더 깊게 파라”고 땅속 물길을 들여다본 듯 자신 있게 주문했다. 공사를 다시 한다는 소문은 빨리도 퍼져서 뒤뜰엔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다들 한마디씩 했다. 둘씩 교대로 밑으로 내려가 흙을 파 올리는 공사는 더뎠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아버지가 “좀 더 힘내라”라는 큰소리로 막았다. 물은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터졌다. 아래서 “사람 살리라”라는 외마디 소리가 들리며 인부 둘이 물에 흠씬 젖은 채 끌려 올라오자 아버지가 껴안으며 탄성을 내질렀다. 사람 키를 훌쩍 넘게 우물에 물이 고였다. 기대 이상으로 수량이 풍부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새로 집을 또 지었다. 그때 우물을 팔 때는 깊이 파지 않았는데도 물이 쉽게 나왔다. 물이 솟아오른 그 날 밤에 아버지가 큰댁에 펌프 놓던 일을 떠올리며 해준 말씀이 “막히면 원점으로 돌아가라”였다. 땅을 깊이 팠는데도 물이 안 나오자 크게 당황했다고 회상한 아버지는 특히 동네 사람들의 비웃음이 예상 못 한 걸림돌이었다고 했다. 며칠 고심 끝에 “널 데리고 새벽에 뒷산에 올라가 원점에서 계획을 면밀하게 재검토했다”라고 했다. “수맥의 흐름을 읽어 우물을 팔 위치를 점찍고, 파 내려간 깊이를 다시 계산해 허점을 짚어봤다”라면서 “계획했던 데서 소홀히 한 점이 없어 ‘물이 나온다’는 확신을 얻어 공사 재개 의지를 다졌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란 쉽지 않다. 중단한 일을 다시 하는 일 또한 처음 할 때보다 더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는 “무언가를 이루려는 마음이 ‘의지(意志)’다. 의지는 확신에서 나온다”라며 해자(解字)해가며 설명했다. ‘소리 음(音)’ 자와 ‘마음 심(心)’ 자가 결합한 ‘뜻 의(意)’ 자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생각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라는 의미다. ‘뜻 지(志)’ 자는 본디 ‘갈지(之)’와 ‘마음 심(心)’이 결합해 ‘가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자기 뜻을 실천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말이라고 새겼다. 아버지는 “ 내가 마음먹기에 달린 거다. 일의 성패는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아버지는 어릴 적에 내 할아버지에게 배웠다며 고사성어 ‘불천물연(不泉勿捐)’을 일러줬다. 원문은 ‘아홉 길을 팠는데도 샘이 솟지 않는다고 그만두지 말라[堀至九仞 不泉勿捐]’이다. 고려 시대 학자 이곡(李穀, 1298~1351)이 쓴 글에서 유래했다. 그는 원나라 제과(制科)에 급제한 고려인이다. 가전체(假傳体) 소설 『죽부인』을 썼다. 찬성사 이자성(李自成)의 아들이고 이색(李穡)의 아버지다. 영암사에서 우물을 포기하지 않고 백 척을 파서 샘물이 솟아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이곡이 감동해 우물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권면(勸勉)하고자 우물 벽에다 쓴 명(銘), ‘영암사신정명(靈巖寺新井銘)’에 나온다. 찾아보니 영암사는 지금 북경 인근 북차영(北車營)의 적곡산(積谷山)에 있는 절이다. 아버지는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2년이나 파 내려가서야 물이 솟았다고 한다. 1인(仞)이 7∼8자, 약 2.1∼2.4m다. 9인(仞)이면 약 18.9∼21.6m, 즉 20m 정도의 길이다. 땅파기를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을 길이다”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늘 곁에 두는 부채에 저 성어를 써두고 아버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인용해 기억이 새롭다.
아버지는 “계획한 일을 추진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주위의 시선과 저항이 큰 훼방꾼이다. 그때 실망이 쌓이고 자신감은 줄어만 간다”라고 했다. 이어 “계획이 잘못되어 실패하는 것보다 밀고 나가는 의지가 떨어져 실패한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버지는 “이제껏 내가 깨우친 방식이다. 주저앉지 않고 난관을 뚫고 나갈 유일한 방법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시간이 익으면 허점이 보인다”라며 마음 깊이 새기기를 당부했다. 쉽게 얻을 일 처리 방식은 아니지만, 손주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인성이다.
▶️ 掘(팔 굴, 뚫을 궐, 서투를 졸)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屈(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掘(굴, 궐, 졸)은 ①파다, 파내다 ②움푹 패다 ③다하다 ④우뚝 솟다 ⑤(끝이)모지라지다, 그리고 ⓐ뚫다(궐) ⓑ구멍(궐) ⓒ암굴(巖窟)(궐) ⓓ움직이지 않는 모양(궐) 그리고 ㉠서투르다(=拙)(졸)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땅을 파거나 바위 등을 뚫음을 굴착(掘鑿), 무덤을 파냄을 굴총(掘塚), 미신적 관념에서 남이 묘를 쓴 것이 해가 된다고 하여 그 해골을 파내게 하는 일을 굴매(掘埋), 땅속에 묻힌 것을 파내어 가짐을 굴취(掘取), 나무 뿌리를 캐어 내는 일을 굴근(掘根), 무덤을 파서 옮김을 굴이(掘移), 굴 모양을 이루면서 땅을 파 들어감을 굴진(掘進), 구멍이나 구덩이를 팜을 굴혈(掘穴), 땅 속에 묻힌 물건을 파냄을 발굴(發掘), 땅을 파서 땅속에 있는 광석 따위를 캐냄을 채굴(採掘), 광상의 채굴 가치를 알아보기 위하여 시험적으로 파 보는 일을 시굴(試掘), 무덤 따위를 허가 없이 몰래 파내는 일을 도굴(盜掘), 남의 무덤을 허가 없이 함부로 파냄을 사굴(私掘), 구멍이나 굴을 파 들어감을 착굴(鑿掘), 남의 무덤을 강제로 파게 함을 늑굴(勒掘), 광물이나 무덤 등을 독촉하여 파냄을 독굴(督掘), 파묻혀 있는 광물 등을 파냄을 개굴(開掘), 묘를 파헤쳐 시체에 매질을 한다는 뜻으로 통쾌한 복수나 지나친 행동을 일컫는 말을 굴묘편시(掘墓鞭屍),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라는 뜻으로 준비없이 일을 당하여 허둥지둥하고 애쓴다는 말을 임갈굴정(臨渴掘井), 논을 갈 때가 되어서야 낼 물이 없어서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마련해 두지 않고 있다가 일이 임박해서야 허둥지둥 서두름을 이르는 말을 임경굴정(臨耕掘井) 등에 쓰인다.
▶️ 至(이를 지, 덜렁대는 모양 질)는 ❶지사문자로 새가 땅(一)을 향하여 내려앉는 모양이라 하여 이르다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至자는 '이르다'나 '도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至자는 화살을 그린 矢(화살 시)자가 땅에 꽂힌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至자를 보면 땅에 꽂혀있는 화살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목표에 도달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至자는 대상이 어떠한 목표지점에 도달했다는 의미에서 '이르다'나 '도달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至(지, 질)는 ~까지의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공간이나 시간에 관한 낱말 앞에 쓰임)의 뜻으로 ①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②영향을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③과분하다, 정도(程度)를 넘다 ④지극(至極)하다 ⑤힘쓰다, 다하다 ⑥이루다 ⑦지향(志向)하다 ⑧주다, 내려 주다 ⑨친근(親近)하다 ⑩표(表)하다 ⑪진실(眞實), 지극(至極)한 도(道) ⑫실체(實體), 본체(本體) ⑬동지(冬至), 절기(節氣)의 이름 ⑭지극히, 성대(盛大)하게 ⑮크게 ⑯최고(最高)로, 가장 ⑰반드시 ⑱마침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를 도(到)이다. 용례로는 더할 수 없이 급함을 지급(至急), 더할 나위 없이 독함을 지독(至毒), 더할 수 없이 가장 높은 위를 지상(至上), 더할 나위 없이 천함이나 너무 흔해서 귀한 것이 없음을 지천(至賤), 더할 수 없이 어려움이나 아주 어려움을 지난(至難), 지극한 정성을 지성(至誠), 더할 수 없이나 지극히 착함을 지선(至善), 더할 수 없이 크다 아주 큼을 지대(至大), 더없이 높음이나 뛰어남 또는 더없이 훌륭함을 지고(至高), 지금까지를 지금(至今), 몹시 가까움이나 더 없이 가까운 자리를 지근(至近), 지극한 즐거움이나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을 지락(至樂), 더할 나위 없는 재능을 지재(至才), 더할 나위 없이 곤궁함을 지궁(至窮), 더 할 수 없이 존귀함을 지존(至尊), 어떠한 정도나 상태 따위가 극도에 이르러 더할 나위 없음을 지극(至極), 한군데로 몰려듦을 답지(遝至), 수량을 나타내는 말들 사이에 쓰이어 얼마에서 얼마까지의 뜻을 나타냄을 내지(乃至), 장차 반드시 이름이나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을 필지(必至), 지극한 정성에는 하늘도 감동한다라는 뜻으로 무엇이든 정성껏 하면 하늘이 움직여 좋은 결과를 맺는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지성감천(至誠感天), 지극히 공평하여 조금도 사사로움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지공무사(至公無私), 지극히 공정하고 평등함을 일컫는 말을 지공지평(至公至平), 매우 가까운 곳을 이르는 말을 지근지처(至近之處), 진정한 명예는 세상에서 말하는 영예와는 다르다는 말을 지예무예(至譽無譽), 지극한 정성이 있는 사람은 그 힘이 신과 같음을 일컫는 말을 지성여신(至誠如神), 지극히 도리에 맞는 말을 말없는 가운데 있음을 이르는 말을 지언거언(至言去言), 매우 인자함을 일컫는 말을 지인지자(至仁至慈), 지극히 가깝고도 정분 있는 사이를 일컫는 말을 지정지간(至情之間), 더할 수 없이 높고 순수함을 일컫는 말을 지고지순(至高至純), 죽음을 당하는 처지에 이르러도 끝까지 굽히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지사불굴(至死不屈), 거의 죽다시피 되는 어려운 경우를 일컫는 말을 지어사경(至於死境), 매우 어리석은 듯 하나 그 생각은 신령스럽다는 뜻에서 백성들이 보기에는 어리석은 듯하지만 그들이 지닌 생각은 신령스럽다는 뜻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지우이신(至愚而神), 몹시 천한 물건을 일컫는 말을 지천지물(至賤之物), 절대로 복종해야 할 명령을 일컫는 말을 지상명령(至上命令), 지극한 정성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지성진력(至誠盡力),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를 일컫는 말을 지우금일(至于今日), 지극히 원통함을 일컫는 말을 지원극통(至冤極痛), 그 이상 더할 수 없이 매우 곤궁함을 일컫는 말을 지궁차궁(至窮且窮), 더할 나위 없이 정밀하고 미세함을 일컫는 말을 지정지미(至精至微), 매우 가난하여 의지할 곳조차 없음을 일컫는 말을 지빈무의(至貧無依),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다는 뜻으로 자신의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탓만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 끊임없는 지극한 정성이란 뜻으로 쉼 없이 정성을 다하자는 의미로 지극한 정성은 단절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냄을 일컫는 말을 지성무식(至誠無息), 초나라로 간다면서 북쪽으로 간다는 뜻으로 목적과 행동이 서로 배치됨을 이르는 말을 지초북행(至楚北行) 등에 쓰인다.
▶️ 九(아홉 구, 모을 규)는 ❶지사문자로 玖(구)와 동자(同字)이다. 다섯 손가락을 위로 펴고 나머지 손의 네 손가락을 옆으로 편 모양을 나타내어 아홉을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九자는 숫자 '아홉'을 뜻하는 글자이다. 九자는 乙(새 을)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새'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九자의 갑골문을 보면 사람의 손과 팔뚝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고대에는 又(또 우)자처럼 사람의 손을 3개의 획으로만 표기했었지만 九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구부러진 팔뚝까지 그린 것이다. 九자는 구부린 사람의 팔뚝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본래의 의미도 '팔꿈치'였다. 그러나 후에 숫자 '아홉'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더는 쓰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후에 肘(팔꿈치 주)자가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九(구, 규)는 ①아홉 ②아홉 번 ③많은 수 ④남방(南方), 남쪽 ⑤양효(陽爻), 주역(周易)의 양수(陽數) ⑥오래된 것 ⑦많다 ⑧늙다 그리고 모을 규의 경우는 ⓐ모으다, 모이다(규) ⓑ합하다, 합치다(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아홉 겹으로 구중궁궐의 준말을 구중(九重), 많은 영토를 구유(九有), 아흔의 한자어를 구십(九十), 한 해 가운데 아홉째 달을 구월(九月), 나라의 영토를 구주(九州), 넓은 하늘을 구건(九乾), 아홉 마리의 소를 구우(九牛), 땅의 가장 낮은 곳을 구지(九地), 사방으로 곧게 십자로를 이루고 옆으로 여러 갈래로 된 도시의 큰 길을 구규(九逵), 맑게 갠 가을 하늘을 구민(九旻),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를 구미호(九尾狐), 아홉 층으로 된 탑을 구층탑(九層塔), 아득히 먼 거리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구만리(九萬里), 구멍이 아홉 뚫린 탄을 구공탄(九孔炭),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을 구절초(九節草), 아홉 마리의 봉황을 수놓은 베개를 구봉침(九鳳枕), 여러 가지 꽃무늬를 놓은 아름다운 장막을 구화장(九華帳), 아홉 마리 소에 털 한가닥이 빠진 정도라는 뜻으로 아주 큰 물건 속에 있는 아주 작은 물건을 이르는 말을 구우일모(九牛一毛), 아홉 번 구부러진 간과 창자라는 뜻으로 굽이 굽이 사무친 마음속 또는 깊은 마음속을 이르는 말을 구곡간장(九曲肝腸), 아홉 번 꺾어진 양의 창자라는 뜻으로 세상이 복잡하여 살아가기 어렵다는 말을 구절양장(九折羊腸), 아홉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난다는 뜻으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겪고 간신히 목숨을 건짐을 이르는 말을 구사일생(九死一生) 등에 쓰인다.
▶️ 仞(길 인)은 형성문자로 仭(인)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는 글자 刃(인)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仞(인)은 ①길다 ②재다 ③깊다 ④높다 ⑤차다 ⑥채우다 ⑦알다 ⑧길(길이의 단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인(認)이다. 용례로는 천 길이라는 뜻으로 산이나 바다가 썩 높거나 깊은 것을 이르는 말을 천인(千仞), 매우 높거나 매우 깊은 모양을 백인(百仞), 일인은 8자(약 2.4m)로 썩 높은 것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구인(九仞), 천 길 절벽이 가파르게 높이 솟아 있다는 뜻으로 인품이 고결하여 험난한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히 절의를 지킴을 비유하는 말을 벽립천인(壁立千仞), 천 길이나 되는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를 일컫는 말을 천인단애(千仞斷崖), 대단히 높은 산 위에서 옷의 먼지를 턴다는 뜻으로 아주 상쾌한 느낌을 이르는 말을 진의천인강(振衣千仞岡)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泉(샘 천)은 ❶상형문자로 湶(천)과 동자(同字)이다. 본디 전체가 수원(水源)의 모양을 나타낸 글자인데 나중에 글자 모양을 갖추기 위하여 泉(천)으로 썼으며 白(백)과 물 수(水)部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❷상형문자로 泉자는 '샘'이나 '지하수'를 뜻하는 글자이다. 泉자는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지금은 白(흰 백)자와 水(물 수)자가 결합해 있지만, 이것은 후에 한자화된 것일 뿐이고 갑골문에서는 돌 틈 사이로 물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지금의 泉자는 해서에서 완성된 것인데, 白자는 '맑음'을 水자는 '물'을 뜻하니 어찌 보면 맑은 샘물의 의미도 잘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泉(천)은 ①샘 ②지하수 ③돈 ④황천(黃泉), 저승 ⑤조개(판새류의 연체동물 총칭)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도마뱀을 천룡(泉龍), 땅 속에 있는 샘줄기를 천맥(泉脈), 산골에서 흐르는 샘물 소리를 천성(泉聲), 샘에서 나는 물을 천수(泉水), 샘의 근원을 천원(泉源), 땅 속에 있는 샘줄기를 천맥(泉脈),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을 원천(源泉), 지열로 땅 속에서 평균 기온 이상으로 물이 더워져서 땅위로 솟아오르는 샘을 온천(溫泉), 지열로 물이 더워져서 땅위로 솟아오르는 샘을 열천(熱泉), 내뿜는 것처럼 힘있게 솟아오르는 샘을 분천(噴泉), 물이 찬 샘을 냉천(冷泉), 골짜기에서 솟아나는 샘을 계천(溪泉),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다는 뜻으로 고질병이 되다시피 산수 풍경을 좋아함을 일컫는 말을 천석고황(泉石膏肓), 물맛이 좋은 샘은 먼저 마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일찍 쇠폐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감천선갈(甘泉先竭), 더워도 나쁜 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으며 목이 말라도 도盜란 나쁜 이름이 붙은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란해도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음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악목도천(惡木盜泉),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궁해도 불의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인데 도덕률의 엄격한 준행을 이르는 말을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사상이 솟아 나오는 샘물처럼 그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사여용천(思如湧泉) 등에 쓰인다.
▶️ 勿(말 물, 털 몰)은 ❶상형문자로 장대 끝에 세 개의 기(旗)가 달려 있는 모양으로, 음(音)을 빌어 부정, 금지의 뜻의 어조사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勿자는 '말다'나 '아니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다'라고 하는 것은 '~하지 말아라'라는 뜻이다. 勿자는 勹(쌀 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싸다'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勿자를 보면 刀(칼 도)자 주위로 점이 찍혀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칼로 무언가를 내려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勿자는 이렇게 칼을 내리치는 모습에서 '~하지 말아라'와 같은 금지를 뜻을 나타내고 있다. 파편이 주변으로 튀는 것을 나무라던 것이다. 그래서 勿(물, 몰)은 ①말다, 말라, 말아라 ②아니다, 없다 ③아니하다 ④근심하는 모양 ⑤창황(惝怳)한 모양, 부지런히 힘쓰는 모양 ⑥분주(奔走)한 모양, 그리고 ⓐ먼지를 털다(몰)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말할 것도 없음을 물론(勿論), 하려던 일을 그만 둠을 물시(勿施), 생각하지 말음을 물념(勿念), 개개거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함을 물침(勿侵), 내버려 두고 다시 묻지 아니함을 물문(勿問), 적용하지 아니함을 물용(勿用), 들어가거나 들어오지 마시오의 뜻으로 쓰이는 말을 물입(勿入), 조심성이나 삼감이 없음을 물렴(勿廉), 가리지 아니함을 물간(勿揀), 받아들이지 아니함을 물봉(勿捧), 새어 나가지 않게 함을 물설(勿洩),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음을 물실호기(勿失好機), 조그만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뜻으로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를 이르는 말을 물경소사(勿輕小事), 은사를 입지 못할 무거운 죄를 이르는 말을 물간사전(勿揀赦前), 작은 일에 정성을 드리지 않는 일을 이르는 말을 물성소사(勿誠小事), 약을 쓰지 아니하여도 병이 저절로 나음을 이르는 말을 물약자효(勿藥自效), 비밀한 일이나 또는 상스러운 일이어서 들어 말할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물위거론(勿爲擧論), 증인으로서 물어 볼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물위증질(勿爲證質), 기밀한 일을 공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물출조보(勿出朝報) 등에 쓰인다.
▶️ 捐(버릴 연)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肙(연)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捐(연)은 ①버리다 ②없애다 ③객사하다(客死--) ④주다, 바치다, 내놓다, 기부하다(寄附--) ⑤덜다 ⑥(벼슬을)사다 ⑦기부(寄附) ⑧헌납(獻納) ⑨수레바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버릴 반(拌), 버릴 사(捨), 버릴 기(棄),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질 취(取)이다. 용례로는 산목숨을 버림을 연명(捐命), 사회 공중의 이익을 위하여 벼슬아치들이 봉록의 한 부분을 덜어 내어서 보태던 일을 연름(捐廩), 공익을 위하여 재물을 냄을 연균(捐囷), 목숨을 바침을 연사(捐捨), 해탈하여 육신을 버림을 연해(捐骸), 사망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연세(捐世), 옳은 일에 보태어서 버림을 연기(捐棄), 돈이나 곡식을 상납하고 벼슬 자리를 얻는 일을 연납(捐納), 자기의 재물을 내어서 다른 사람을 보태 줌을 연보(捐補), 정의를 위하여 죽음을 연구(捐軀), 금품을 내어 원조함을 출연(出捐), 내어 버림 또는 자기의 재물을 내어서 남을 도와 줌을 기연(棄捐),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을 기부하게 함을 모연(募捐), 자선이나 공익을 위하여 금품을 기부함을 의연(義捐), 교회에서 예배가 있을 때마다 교회 경비 기타에 쓰기 위하여 신자들이 내는 돈을 연보금(捐補金), 사회적 공익을 위하여 기부하는 돈을 의연금(義捐金), 남을 도와주기 위하여 내는 돈을 기연금(棄捐金), 공익을 위하여 벼슬아치들이 봉록의 한 부분을 덜어내어 보탠 돈을 연봉전(捐俸錢), 금을 산에 버리고 구슬을 못에 빠뜨린다는 뜻으로 재물을 가벼이 보고 부귀를 탐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연금침주(捐金沈珠), 호랑이를 만나 도망가면서 아들을 버렸다는 말을 주호연자(走虎捐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