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차 라운드에서 스페인의 강자 발렌시아,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리버풀 그리고 러시아의 강호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등과 B조에 속해 발렌시아에 이어 당당히 2위를 차지하며 2차 라운드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던 FC 바젤(Basel). 2차 라운드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벤투스 투린,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등의 강호들 틈바구니 속에서 비록 최하위를 차지하는데 그치긴 했지만 조 2위를 차지한 유베, 3위를 차지한 라 코루냐 등과 승점 7점으로 동률을 기록하며 아쉽게 탈락했던 바 있기도 한 바젤이다.
[사진: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바젤 돌풍을 이끈 장본인 크리스티안 그로스. (게티이미지/유로포토)]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시즌에는 바젤의 모습을 챔피언스리그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시즌 스위스 자국 리그에서 숙적 그라스호퍼 취리히(Grasshopper Zuerich)에게 아쉽게도 승점 1점 차이로 우승을 넘겨줌으로써 UEFA컵으로 밀려났기 때문(스위스리그는 우승팀 한팀에게만 챔피언스리그로의 가능성이 열려있음, 단 챔피언스리그 3차예선부터 참여해야만 함)이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바젤을 대신해 스위스를 대표한 클럽이었던 그라스호퍼 취리히는 아쉽게도 3차 예선에서 그리스의 강호 AEK 아테네에게 패해 역시 UEFA컵으로 밀려남으로써 올 시즌 또 한차례 스위스의 돌풍을 기대했던 팬들로서는 그 기대를 내년으로 미뤄야만 했다.
이번 시즌 비록 UEFA컵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바젤은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또 한차례의 돌풍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 과정을 밟아 나가고 있다.
이는 올 시즌 스위스리그 내에서의 바젤의 행보를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현재 유럽 내의 전반적인 리그가 모두 시작된 마당에 바젤을 압도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팀은 전무한 상태다. 물론 프리메라리가의 데포르티보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의 글래스고 레인저스 등이 각각 개막 이후 4연승과 6연승 등을 달리며 고공 비행을 하고는 있지만 바젤은 이를 훨씬 능가하는 개막 이후 10연승을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메라리가의 경우 데포르티보 외에도 워낙 강팀들이 즐비한 탓에 그 누구도 데포르티보의 연승이 올 시즌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며, 레인저스 역시 숙적인 셀틱과의 경기가 아직 치러지지 않은 탓에 벌써부터 연승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를 논하기는 역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바젤은 이미 스위스리그에서 거의 우승을 따놨다고 해도 다름이 없을 만큼 완벽한 독주 체재를 갖추고 있다. 아니, 이미 독주를 하고 있다. 10연승을 내달리며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2위를 달리는 영 보이스 베른(Young Boys Bern)은 겨우 승점 19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개 팀들 중 2위인 베른부터 8위인 FC 툰(Thun)까지가 모두 승점 11점 내에서 꼬리를 물고 순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승점 30점을 확보한 바젤로서는 사실상 거의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미 리가 내의 모든 팀들과 한차례 이상 경기를 치른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팀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 이미 다 드러나 있기에 이러한 섣부른 예측도 사실상 가능한 것이다. 지난 시즌 바젤과 함께 치열한 우승 다툼을 벌였던 숙적 그라스호퍼 취리히는 올 시즌 현재 승점 10점으로 7위에 그치며 사실상 올 시즌 우승은 고사하고 내년 시즌을 일찌감치 대비해야 할 입장이다.
[사진: 파리 생제르망으로의 입단 실패후 바젤로 U-턴한 하칸 야킨, 하지만 바젤에서의 주전 확보도 쉽지 않은 상태다. (게티이미지/유로포토)]
바젤의 감독인 그로스(Gross). 이미 지난 시즌의 바젤 돌풍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대머리의 강렬한 외모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글서글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기억할 것이다. 지난 시즌의 화려한 비상을 계기로 올 시즌 초 분데스리가의 샬케로부터 적극적인 오퍼를 받기도 했던 감독으로 올 시즌 역시 바젤의 사령탑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미 10연승을 달리는 가운데 그로스는 또 한가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다름 아닌 부동의 스위스 국가 대표팀 공격수이자 바젤의 슈퍼스타였던 하칸 야킨(Hakan Yakin)의 컴백이 바로 그것이다. 야킨은 FC 바르셀로나로 떠난 호나우딩요의 전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망으로의 진출을 눈앞에 두었지만 메디컬 테스트 끝에 입단이 불발되어 다시금 바젤로 돌아오게 되었다. 물론 그의 컴백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최대의 전력을 갖추고 있는 팀이 날개를 다는 격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로스로서는 야킨의 트레이드를 생각하고 있을 만큼 현재 바젤의 전력은 막강하다. 물론 자국 리그 내에서 만큼은 말이다.
야킨, 혹은 다른 공격수라도 팔아야 한다는 이유는 다른 일반적인 구단들이 그렇듯이 선수단의 급료를 줄이거나 긴축 재정을 위함이 결코 아니다. 바젤의 선수 영입 담당을 맡고 있는 기젤라 오에리(Gisela Oeri)가 억만장자의 상속녀(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금화가 얼마든지 가능한 바젤이기에 야킨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에 대한 트레이드 논의는 재정 문제에 달린 것이 아닌, 감독의 의견이 절대적인 셈이다.
일반적인 대형 클럽들이 그렇듯이 팀 운영이 비즈니스 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바젤은 프런트와 선수단이 한 가족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단의 자금줄인 선수 영입 담당 오에리는 물론 구단주인 베르너 에델만(Werner Edelmann) 또한 선수단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터놓고 이야기 할만큼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야킨이 생제르망으로의 이적을 위해 고심할 때도 스스럼없이 프런트에게 의견을 구했을 만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바젤의 특징이다.
결국 야킨의 바젤로의 완전한 복귀는 바로 그로스 감독이 선택해야 할 몫인 셈인데, 만약 그로스가 야킨을 올 시즌 팀 전력에서 이미 배제한 상태라면 그를 굳이 벤치에 앉혀두면서까지 데리고 있기보다는 선수 자신을 위해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를 적극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이미 190cm의 장신이자 뛰어난 스피까지 겸비한 마르코 슈트렐러(Marco Streller)와 얼마 전 스위스 국가 대표로 데뷔전까지 치른 벤자민 후겔(Benjamin Higgel)이 팀의 주축 공격진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야킨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바젤의 고공 비행으로 이미 바젤의 팬들을 물론 다른 팀의 팬들조차도 이미 바젤의 우승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몇 점의 승점으로 우승을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나아가 바젤의 팬들은 이러한 바젤 돌풍을 발판으로 독일 분데스리가로의 편입까지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바젤 팬들의 분데스리가로의 편입 요구는 상당히 조직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강렬하다. 분데스리가로의 편입은 사실상 입회 원서를 접수하고 행정상의 절차를 거친다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바젤이 스위스 내에서도 독일어권인데다 지리적으로도 바에에른 주와 멀리 떨어지지 않아 독일 축구 협회로서도 바젤이 신청만 한다면 결코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 시즌 바젤이 스위스 클럽으로서 UEFA컵에 진출해 있다는 점과 분데스리가 내 구단들의 반발 혹은 스위스 자국 내에서의 반대 여론 등을 감안해 볼 때 산재한 문제들이 한두 가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바젤이 앞으로 2~3시즌 정도 이처럼 독주를 계속한다면 그리 불가능 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사커라인 차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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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바젤의 작년의 돌풍을 이어갈수있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