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기사 정태성 씨. 서울 월계동 아파트, 정씨 집에는
일본어로 된 증서 액자가 걸려 있다. 보름 동안 일본 MK택시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수료했다는 증서다. 이 회사에서 외부인이
신입사원 연수를 받은 것은 정씨가 처음이다.
친절 서비스로 유명한 MK택시에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싶다”고
처음 편지를 쓴 건 2년 전이었다. 답은 없었다. 방법을 바꿨다.
청와대·서울시청, 그리고 여러 기업체 사장들에게 사연을 밝히고
추천서를 써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삼성에버랜드 서비스아카데미·안동병원에서 추천서가 왔다.
그는 이 추천서와 이력서·자기소개서를 번역해
다시 MK택시에 보냈다. 답이 없었다. 또 보냈다.
기다리던 중 창업자 유봉식 회장의 동생인 유태식(73) 부회장이
국회 강연을 위해 방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강연을 마치고 나오던 유 부회장에게 다가갔다.
“정태성입니다. 연수를 받고 싶습니다.”
부회장은 그의 편지를 기억해 냈다.
“안 그래도 만나고 싶었어요….”
며칠 뒤 일본에서 전화가 왔다. 연수에 참가해도 좋다고,
연수 비용과 기숙사 비용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정태성 씨의 아버지는 장군이었다.
형은 벨 연구소 출신의 미국 대학 공학 교수다.
하지만 그의 직업을 무시하는 가족은 없었다.
어머니는 세 부자가 모이면 “여기 장군, 박사, 기사님이 다 있네”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2000년 여름, 아버지는 개인택시를 마련해 주며
“난 세계 최고의 장군이 못 됐지만
너는 세계 최고의 택시 기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언도 그것이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학교 생활이 맞지 않았다.
공사판과 이삿짐센터를 전전했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사업에 손을 댔지만 실패했다.
1997년 법인택시 핸들을 잡은 첫날,
그는 평생 택시를 몰겠다고 다짐했다.
일한 대가를 바로 손에 쥘 수 있는 것,
핸들을 놓으면 그날의 일이 마무리되는 것이 좋았다.
운전대를 몰고 세상을 누비는 것도 즐거웠다.
첫 번째, 두 번째 개인택시를 모두 스틱 차량으로 마련한 것은
뒤늦게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스틱 차량을 몰면 연료비가 월 20만원 정도 절감된다.
그는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도 매달 ‘자기계발비’를 저축해 왔다.
이 돈으로 검정고시를 치르고 온라인 대학을 다녔다.
MK택시 연수를 위한 비행기삯도 여기에서 마련했다.
그는 광운대 서비스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MK택시 연수에서 그는 7명의 교관 모두에게서
3.0 만점을 받았다. 일본인 중에선 2.0점이 최고 점수였다.
이 연수를 위해 2년 동안 일본어를 배웠다.
1분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수업에 몰두했다.
연수 기간 중 유 부회장을 다섯 차례 만났다.
연수가 끝난 다음 날 유 부회장은 교토 연수원으로 최고급 택시를 보내
그를 오사카 개인사무실로 불렀다.
“그래, 무엇을 배웠나.”
정씨는 머뭇거리다 답했다.
“오기 전엔 MK택시에서 친절은 수익 창출의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배울수록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친절은 MK택시의 존재 이유입니다.
구르는 재주밖에 없는 굼벵이는 구르는 것이 존재 이유이듯이,
택시 기사는 친절한 서비스 말고는 세상에 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유 부회장은 눈물을 글썽인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 되었네.”
“콜 손님이 오시면 왼손으로 택시 문을 열고
오른손은 문 위에 댑니다.
손님 머리가 부딪힐 수 있으니까요….”
서비스 요령을 설명하는 그는 막힘이 없었다.
영상 30도가 넘는 날씨였지만 긴 팔 셔츠에 흰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는 서른 개 항목으로 된 매뉴얼을 지니고 다닌다.
수시로 읽으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인사법과 고객을 대하는 자세, 표정까지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
그는 “자긍심을 갖고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택시 업계의 열악한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동료 기사들에게 “우리가 먼저 변하자”고 강조한다.
“돈 때문에 베푸는 친절은 진짜 친절이 아니지요.
수입이 많든 적든 택시 기사는 손님을 친절하고 안전하게 모셔야 합니다.
그게 사명이니까요.”
2009년 7월 23일 오후 2시 정부 과천청사 대회의실.
회색 양복을 입고 강단에 선 정태성(44)씨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손수건으로 연방 이마의 땀을 닦았다.
“저는 평범한 개인택시 기사입니다.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은 처음이라 너무 떨리네요.”
그를 격려하듯 청중들이 큰 박수를 쳤다.
넥타이를 맨 공무원부터 검정 유니폼의 청소부 아주머니까지,
행정안전부 과천청사관리소 직원 300여 명이 강연장을 꽉 채웠다.
친절 서비스를 배우기 위해
일본 MK택시 신입사원 연수를 받은 ‘공부하는 택시 기사’ 정씨가
친절 전도사가 됐다.
세계 최고의 택시 기사가 되겠다는 그의 직업 의식을 접한
정부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강연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정씨에게 강연 문의를 해 온 기업·기관은 모두 7곳. 경기도교육청·인천공항공사·GS25 등이다.
이 중 인천 세븐콜택시는 8월 초 사흘에 걸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친절 교육을 해 달라고 부탁해 왔다.
이날 강연은 이 중 첫 강연이다.
정부 과천청사의 경비·청소·안내 등을 맡는
과천청사관리소 직원들을 상대로 MK택시를 다녀온
경험담을 들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행안부 곽임근 청사관리소장은
“청사를 이용하는 직원과 국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친절 교육을 받는다”며
“머리로 외우는 매뉴얼 말고, 왜 친절이 중요한지를
직원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사업에 실패하고 택시 기사가 된 과정,
MK택시 연수를 받기 위해 쏟은 노력을 얘기하자
대회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가끔 행패를 부리는 손님을 만날 때면
저를 단련시키는 고마운 사람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말하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씨는 강연 말미에 MK택시에서 배운
친절 훈련의 일부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절도 있는 차렷 자세로
“우리의 신념! 우리는 고객이 최고로 신성하다는 것을 믿습니다!”
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큰 박수가 또 다시 터져 나왔다.
청사관리소 전동흔 운영과장은
“판에 박힌 친절 교육과는 다른 소박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공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최근 경북 상주시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안전운전 체험교육을 이수했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 자진해서 이 교육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정씨는 “앞으로 적십자의 응급처치 교육도 받을 계획”이라며
“기회가 되면 친절로 유명한
런던 택시회사 ‘블랙캡’에도 연수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중앙 일보)
첫댓글 별별2...
☆★3...
세계 최고의 기사가 되겠네...
그럼 전 방앗간에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