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목부터 스포일러입니다.
저는 사실 인랑은 물론 케르베로스 사가 시리즈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인랑 애니메이션 원작 봤습니다. 만화책 견랑전설 봤습니다. 케르베로스 지옥의 파수견 봤습니다.
그 희대의 망작 영화 붉은 안경도 세 번이나 봤습니다. 아니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만드는 하나같이 망하고 재미없는 실사영화 대부분을 봤습니다. 가름전기도 봤고 동경무국적소녀도 봤습니다(하나같이 볼만한 것들이 못됩니다). 페트레이버도 봤습니다. 심지어 오시이 마모루 망작의 걸작판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소설도 봤습니다.
그런데 인랑 애니메이션 원작이 볼만한게 못되느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당한 수작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기대했습니다. 아주 많이 기대했어요.
아래서부터는 진짜 스포일러입니다. 원작과 영화 모두요.
1. 주인공의 늑대 네러티브가 거의 안나옵니다. 특히 동물원 장면. 주인공과 공안부로 투신한 옛친구가 박제된 늑대 앞에서 왜 자폭한 소녀를 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장면이 삭제된게 꽤나 충격이었습니다. 주인공=늑대 네러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중 하나라고 생각했거든요. 후세와 늑대 무리가 뛰어다니다 늑대 무리가 케이를 잡아먹는 장면 또한 없습니다... 이건 좀 잔인한 장면이나 약간만 다르게 묘사하면 되는 것인데 말이죠.
오히려 초반에 특기대원이 행군할때 쥐떼가 같이 가는 것을 표현해서(수로를 돌아다니니) 시궁쥐에 비유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 주인공의 친구(원작의 헨미죠)가 자신과 주인공이 뭐가 다르냐고 이야기하는데 문제는 이 친구의 성격이 너무 다릅니다. 프락치인 여주인공도 때리고 체포한 특기대원도 쏴죽이고 마지막에는 아군인 공안부 요원까지 성질이 욱해서 쏴죽이고 아무 죄책감도 안 느낍니다. 이게 감독이 해석한 특기대식의 비인간성입니까?
원작에서 주인공의 친구가 그 대사를 하는 이유는 자신은 소녀가 자폭하기 전에 쏘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쏘지 않은 주인공이 자신과 뭐가 달라서 그런 행동을 했냐고 묻는 겁니다(그런 상황에서 총을 쏘았을 친구 자신이 잘못된 것인가) 그리고 유탄을 쏘기 전에 전설적인 대사 한마디 하죠. '너도 사실 인간이지 않은가'(그런데 이 친구, 공안부장의 앞에선 자신을 개로 비유합니다.)
영화에선 그딴거 없습니다. 그냥 미치광이에요. 더군다나 여러 번 사격을 맞아도 멀쩡히 돌아다니는 불사신입니다. 원작에서는 공안부 요원들이 몰살당하는 사격에서 다리에 부상을 입고 도망다니다가 주인공한테 아주 잔인하게 죽습니다. 말 그대로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영화에서는 MG42 사격을 어떻게 그리 잘도 피하는지 궁금합니다.
3. 영화판에서 추가된 섹트쪽 등장인물. 대체 왜 있습니까? 왜 추가했습니까? 원작에서의 주인공은 공안부가 자신을 상대로 꾸미는 음모를 거의 다 아는 상태로 전부 털어버리죠(인랑 소속이니까요) 근데 뜬금없이 나왔다가 뜬금없이 사라지는 그 등장인물이 오히려 이전 장면에서 주었던 그 이미지 - 주인공이 공안부의 음모를 이미 알고 있었다 - 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4. 빨간 망토 동화 네러티브가 이렇게 소모적으로 낭비되어야 했나요? 대체 동화는 왜 읊습니까? 특히 결말부분, 엔딩에서 여주인공이 동화 왜 읊습니까? 그러니까...
5. 여주인공이 죽어야 하는 이유가 원작에서는 정확하게 나옵니다. 정확하게 설명됩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자 증인인 여주인공이 살아있으면 언젠가 잡힐 수 있으니까 아예 죽이고 그 사실을 숨겨서 죽은 여주인공 찾느라 공안부가 헛고생하게 만들려는 거죠.
영화판에서는 그딴 이유 안 나옵니다. 테러리스트니까 쏴죽이래요.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게 감독이 해석한 특기대입니까? 이게 인랑입니까?
특히 인랑의 수장(영화에서는 정우성 분이었죠)이 빨간망토 동화를 알고있다는 네러티브는 원작 결말에 일조했었죠. 인간과 인연을 맺은 짐승 이야기의 결말을 맺어라. 아직 짐승으로 있는 동안에(이때 특기대 갑옷을 입은 상태죠)
6. 네. 그래서 여주인공이 살아서 갑니다. 그래서 주인공하고 양성소장이 한판 붙습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관 나갈까 여러번 고민했습니다.
원작 시리즈의 대다수를 본 사람으로써 원작 인랑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는 사실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특기대가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진압되고 대다수가 죽었지만 그 중 한명이 대만으로 도피합니다. 이누이라는 특기대원이 바로 그 사람(토도메 코이치)를 찾아오죠. 애초에 원작 3인방(코이치, 미도리, 소이치로)중 두명이 원작 애니메이션에선 아예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하고요.
근데 이 이누이라는 대원의 배우가 후지키 요시카츠 - 원작 인랑 애니메이션의 후세의 성우이자 모델이기도 합니다. 서사적으로도 동일인으로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공안부 요원이 이누이에게 '네 주인이 누구냐'라고 묻죠(대만까지 주인을 찾아 온 특기대원(주인과 개)에게 묻는 겁니다.). 결국 코이치의 갑옷을 빼앗아서 공안부 요원과 싸우다가 전사하고요.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고서 한 독자적인 행동입니다.
물론 영화를 두 편 만들 수 없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명령을 따르는 것에서 벗어나 싸우는 네러티브 자체가 원작엔 없었단 말입니다. 애초에 원작은 인간성의 회복(맙소사 설마 그게 사랑때문은 아니겠죠 한국영화란)에 대해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근데 여자 구하겠다고 항명하다 총격전을 벌이는 스토리 실화입니까?
7. 섹트 문제
섹트가 공안부랑 유착해서 돈을 받아 먹은 걸로 나옵니다. 네. 섹트가 공안부의 지원을 받아 혼란을 일으킨 겁니다.
지난달 인랑 관련 글에서 이 이야기 나왔었습니다. 한국영화 감독은 정치문제만 들어가면 어딘가 이상해진다. 저도 류승완감독의 군함도 기억합니다만(보지는 않았습니다) 설마 그짝이 날까 했습니다.
실패한 대중운동의 결과물로 발생한 섹트는 이 작품에서 정권의 도구로 이용되는 개막장 테러리스트 집단에 유착관계까지 있습니다.
그게 감독이 생각하는 통일반대자들에 대한 것이라면야... 정치 얘기 너무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섹트에 투신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어쩔수 없어서 먹고살기 힘들어서고 그래서 뚜렷한 동기도 뭐도 없습니다. 섹트가 이렇게 허접하게 소모될 소재였나요? 원작의 케이는 절대 섹트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섹트를 비난하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네 폭탄나르는 소녀부대였는데도요) 오히려 원작의 헨미(공안부측 친구)는 섹트에게도 그들의 방식이 있다면서 마치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죠. 문제점의 원인을 섹트에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섹트가 어용조직이었다니요.
더군다나 이 여주인공의 병걸린 남동생, 굳이 나왔어야 했습니까? 마치 끊임없이 피해자적인 존재로 그려야 했나요? (희생당하다 구원받는 여성상이 나오는 여혐영화다!! 하고 헛소리 해도 되나요?) 원작에서의 여주인공은 그런거 없었습니다. 체포된 후에 왜 공안부의 일을 하는지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면 언급을 하지 않던가, 아예 섹트에 대해 미련을 둔 것 처럼 하던가 해야지, 남동생의 병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한다고요? 이거 20세기 스토리인가요? 근데 원작은 1999년 작품인데?!
물론 애니메이션 원작에서도 섹트에 대해 자세히는 안 나옵니다.(다른 시리즈를 봐야만 나오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섹트의 연원, 실패한 대중운동의 결과물을 생각해보면 이런 설정들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굳이 어용 통일반대세력으로 어레인지를 해놓고 그 세력을 정권하고 유착시켜놓으면... 지난 정권 당시 어용 단체 까는 건가요? 그걸 영화에서 봐야 하나요?
8. 주인공이 여주인공과 관련된 음모(원작의 자치경의 음모) 현장에서 행동이 꽤 상이합니다. 원작에서 주인공은 권총도 챙기지 않고 총 한발 쏘지 않고 자치경을 제압합니다. 영화판에서는 그냥 쏴죽이고 목을 꺾어 죽이는 등 잔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장면이 꽤나 특이하게 느껴졌던 건 주인공이 '갑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는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어떠한 개념처럼 보였거든요. 영화에선 그딴게 없습니다. 갑옷의 의미도 감독이 이해 못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감정이 격해져서; 내용이 약간 산으로 갔습니다. 이것 말고도 지적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공안부 특임대의 패션감각 쩌는데, 혹시 그 패션 오시이 마모루 감독한테 부탁했습니까? 이 사람은 실사에 손대면 안되요.). SF배경인데 차량같은게 전부 2018년 기준인데다 총기류는 미제 or MG42(...)라 너무 어색하다던가.. 이런건 부차적인 문제라 생각해서 넘겼습니다.
원작을 아는 분들을 위해 세 줄 요약 하겠습니다.
1. 여주인공이 살았습니다. 살아서 잘만 갑니다. 스토리가 허술해서 죽어야 할 이유도 살아야 할 이유도 딱히 언급 없습니다.
2. 주인공도 살았습니다. 양성소장하고 총격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살았습니다.
3. 감독이 생각하는 특기대는 늑대가 아니라 애완견도 아니라 똥개입니다.
첫댓글 보신탕이군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확한 비유십니다. 심지어 전 보신탕을 냄새때문에 못먹거든요
@렌지파일 씁.. 전두환과 아이들이라면 나름 논란은 있지만 재미는 있겠는데 ㅠㅠ
@이재한 아뇨 세계관 그때로 했어도 마찬가지였을것 같아요. 에휴
@렌지파일 Aㅏ
설정부터가 별로다 했건만...
이 설정으로 충분히 잘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지 못해서 더 까이는 거고요
@렌지파일 제가 통일에 긍정적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통일 반대갖고 굳이 특수부대를 만들고 사회를 엉망으로(물론 전 영화를 본다기보단 스토리 설명이나 영화 프로로 때우는지라 구멍이 많겠습니다만) 묘사한듯 해서 애초부터 그다지 였거든요
@paul1117 정치적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렌지파일 알겠습니다만.애초에 설정이 그런식이다 보니 언급을 안하기가 좀 어렵네요...하필이면 정치적 소재를 사용해서...그런걸 좀 이해해 주십시오
다만 영화프로에서 보여줬을때부터 별로라는 기분이 들정도라면...
@paul1117 '통일반대세력'인게 문제점이 아닙니다. ''어용'' 세력인게 문제점이죠. 아래 인생의별빛님도 언급하셨지만 결국 윗세력이 이용할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는 거니까요.
@렌지파일 통일반대세력이 문제라기 보단 제가 알기로 원작은 바이마르 공화국에게 진 일본이라는것 같은데.
설정을 바꿀꺼면 점 비슷하게.해야 논란이 덜하지 않겠습니까.
반대세력이 총들고 폭탄을 드는게...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요소들이지만 말이죠.
그리고 뜬금없는 로맨스야...뭐 안그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얼마나 있겠나 해서 아무렇지도 않군요.물론 부정적인 의미로 말입니다.
굳이 통일 문제로 설정을 바꿀 이유가 있나 모르겠네요.원작은 패전국 일본이 배경 아니었나요?
뭐 아랫글 들어보니 원작은 나쁘지는 않은것같은데...
@paul1117 원작에서 바이마르 공화국 어쩌구 하는건 별 상관 없었습니다. 미군정 일본으로 했어도 되었습니다. 작가가 독일 무기 쓰고 싶어서 한 겁니다 (물론 룀 관련된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만(국가 무력기관 여러개가 서로 다툰다던가) 보통 관객이 여기까지 파고들 필요까진 없습니다)
@렌지파일 아니 그러니까...제말은 바이마르 공화국이 이상하다라는게 아니라.원작은 패전국이 배경이니 저래도 뭐 혼란이 상당할테니 이상할게 없는데.
통일문제로 저러는게 정상적인가?하는 생각은 처음부터 들더군요.
게다가 줄거리 줏어들어보니 중국이 패권을 잡고 일본이 재무장을 하자 통일을 하려니까 중국,미국,영국이 반대해 경제제재를 가한다는것 같은데 이것도 뭔가...싶지만 정치적 문제를 얘기하지 않겠다 하셨으니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감정이 들어서가 아니라 하지 않겠다 하셨으니까요)
설정이 설정이라서 그런지 자꾸 정치적으로 가버리네요...
굳이 통일로 잡을 이유가 있었나...프리퀄 웹툰도 논란이라는 말이 있던데...
@paul1117 그 설정 자체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문제니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렌지파일 알겠습니다
나중에 일본애들이 애니 인량과 한국실사영화화 비교하며 까내리면서 자위질할게 눈에 선한듯...
뭐 이 순간만큼은 갓본 1승 추가내요
일본 역시 지들이 직접 만드는 애니 실사화도 별로라는 말이 가득하더구만...
일본에서는 딱히 어느게 좋은지 구분도 못할것 같네요
하여튼 한국 대중문화의 ‘관제데모’ 사랑은 알아줘야겠네요. 민중이 주체적으로 뭘 결정하는 꼴을 본 적이 없습니다. 통일반대세력이 투철한 이데올로기 지향 지하저항세력쯤 되겠거니 했더니 결국 또 ‘무지몽매한 민중’이 높으신 분들께 이리저리 끌려다닌 꼴이네요. 사실 군함도 대탈출도 민중이 주체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었죠.
엘리트에는 소시오패스밖에 없고, 민중은 거시적인 시각이 없고, 그래서 엘리트의 바둑알 역할만 하다가, 억지로 반항을 시키긴 하는데 그 이유라는 게 하나같이 사랑, 우정, 복수, 양심, 뭐 그런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정 때문이죠. 엘리트-민중 이분법 구조 이거 21세기에는 좀 버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원작 애니메이션에선 악역처럼 생기고 악역처럼 티나게 행동하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화풍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티나는 악행도 없고 말하는것도 다 담담하다보니 스토리의 반전이나 결말이 더 충격적이었죠. 근데 영화판의 높으신 분과 악역들은 그냥 미치광이로 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다 빌어먹을 cj의 양몰이 전략 갔네요(늘 뭔가를 문제가 생기면 해결보단 신파식으로 끝내버리니.)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까기 위해 봐야 한다니 ㅠㅠㅠㅠ
...
조만간 총몽 영화판이 할리우드에서 나오거든요. 그것도 제임스 카메론이 참여해서. 공각기동대, 인랑에 이어 총몽까지 화려하게 3연벙 당할까 너무 무섭습니다
@렌지파일 어째 애니나 만화등을 실사 영화로 만들면 안좋게 나오네요...게임도 그렇고...인란은 모르겠고 공각기동대는 이름이라도 들어본 정도니 작품성은 좋다는걸텐데 그게 또 욕을 먹고...
@렌지파일 공각기동대 감독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을 만든 사람이었다고 위안 삼죠 ㅠㅠ 로버트 로드리게즈까지 망하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