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3. 12. 17. 일요일.
날씨는 종일토록 영하권이다.
서울지역 기온은 최고 영하 6도, 최저 영하 12도.
* 내 고향 충남 보령지방보다는 3 ~ 4도나 더 춥다.
오후에 속옷인 내복을 껴입고, 털모자가 달린 외투를 입고, 양손에 두툼한 가죽장갑을 끼고, 털모자를 눌러 쓰고는 바깥으로 나들이 나갔다.
나는 겨울철이 되면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져서 손이 무척이나 시렵다.
아주 어렷을 적부터 손발이 차가웠으며, 특히나 손은 더욱 그랬다.
집나이 일흔여섯 살인 지금까지도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는 뜻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서 바로 인근에 있는 석촌호수 서호 쉼터로 나갔다.
서호 쉼터에는 바둑, 장기를 두는 영감네들이 늘 있었는데 오늘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곁에 있는 철봉 등 운동기구에도 운동하는 노인네는 전혀 없었다.
석촌호수 수변 가생이에는 살얼음이 살짝 얼었고, 그래도 덜 추웠는지 호수 안의 물은 찰랑거렸다. 수면 위에 드리운 윤슬이 저녁햇살에 반짝거린다.
산책로 벤치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무엇인가를 먹는 노숙자를 보았다.
곁에는 허름한 가방, 살림도구가 있고....
또다른 노숙자를 보았다.
산책로를 따라서 커다란 짐보따리를 얹은 밀차를 끌어당기면서 걷고 있었다.
어디로 이동하려는 것일까?
오늘도 노숙자 두 명을 보고는 안타까워 했다.
오늘 밤에는 이들이 어디로 들어가서 잠을 잘까?
혹시 남자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맨바닥 위에 종이판데기를 깔고는 그 위에 앉아서 잠을 청할런지도 모른다.
일전에도 화장실 안에서 종이박스 위에 앉아 있던 노숙자를 보았다.
2.
나는 등허리가 굽어져 걷기에도 조금은 힘이 벅차다. 걷다가는 주먹 쥔 손을 뒤로 돌려서 등허리를 두들리곤 했다. 그런데도 오늘은, 석촌호수 산책로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걷고, 또 뛰려고 노력했다.
달음박질, 달리기 동작을 취하나 남이 보기에는 늙은이가 허우적거리는 꼬라지일 게다.
뛰는 듯, 걷는 듯한 달리기를 조금씩만 해야 했다. 이내 숨이 가쁘기에.
가죽장갑을 낀 두 손이 너무나 시려워서 열개의 손가락을 마구 꼼지락거려야 했다.
왜그리 손가락이 차갑고, 시렵고, 심지어는 아프기까지 했다.
어린시절부터 손과 발이 유난히 차가워서 겨울철에는 심하게 혼이 나야 했다.
특히나 손가락은 동상에 걸려서 살갗이 벌겋게 변색되기도 했다.
지금은 늙은이, 집나이 일흔여섯 살인데도 아직껏 겨울철이면 더욱 유난스럽게 손발이 냉혈처럼 차갑다.
석촌호수 한 바퀴는 2,562m.
오늘은 추운 탓으로 산책로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나는 걷다가는 뛰는 체를 거듭 반복하면서 어렵사리 한 바퀴를 다 돈 뒤에는 집으로 얼른 향했다.
가죽장갑 낀 양 손이 얼어서 살갗이 아리고 아프기도 했기에 바깥에서 더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과학이 발전하고, 보온장치가 현저하게 많은 2023년인데도 나는 추워서 덜덜 떠는, 겨울철인 요즘이다.
오늘 오후에 가죽장갑을 낀 손가락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기에 걸으면서, 뛰면서도 어깨를 들썩거리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려서 혈액순환이 다소라도 더 돌게끔 해야 했다.
한 바퀴를 겨우 돈 뒤에 인근에 있는 아파트단지로 급히 향했다.
손가락이 아프고, 아리기에.
다행히도 발가락은 덜 시려웠고, 털모자를 깊게 눌러쓴 탓으로 양쪽 귀는 그다지 춥지 않아서 견딜만 했다.
코에 마스크를 걸렸더니만 입김이 서려서, 안경알에 이슬이 맺혀서 시야가 뿌이연했다.
아파트 실내로 들어와 화장실 세면대 안에 온수 수돗물을 받아서 손가락을 잠깐이라도 담궜으며, 온기가 조금은 있는 보온밥통 뚜껑에 맨손을 올려놓고는 냉기를 덜어내야 했다.
이것조차도 별 효과가 없기에 속옷 속으로 손마닥을 넣었다. 겨드랑 속, 배꼽 아래 뱃살에도 두 손을 넣었다.
몸뚱이의 체온으로도 손을 녹혀야 했다. 겨드랑 밑, 뱃살, 배꼽 아래의 맨살 열기로 차가웠던 손가락이 차츰 차즘 덜 시려웠다.
배꼽 아래 아랫배가 가장 땃땃했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의 시골집에 있다면 일꾼사랑방 부엌 아궁이에 장작을 궤어서 군불을 때면서 뜨거운 불기로 언 손을 녹인다지만...
* 시골집은 오래 전에 보일러장치를 했기에 아궁이는 고작 한 군데만 남겼다. 일꾼사랑방이었던 부엌짝에만 남았다.
서울 아파트 실내에서는 군불은 상상조차도 하지 못한다.
고작 전기 히터기(전열기)를 작동해야 할 터.
아쉽게도 서울 아파트 안에는 전기 전열기도 없고, 석유곤로 등도 없다.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을 뽑아서 샤워하면 좋으려만 그렇게까지 유난을 떨고 싶지는 않았다.
2-1
이번 추위는 다음 주 내내 춥다고 한다.
겨울철 추위에 무척이나 약한 나.
어린시절부터 손발이 시려워서 절절맸던 나였다.
그런데도 어린시절을 떠올린다.
산골 아래의 다랭이논에는 샘이 있어서 늘 물이 찰랑거렸다.
겨울철이면 샘이 있는 논바닥이 얼어서, 동네아이들은 썰매를 스스로 만들어서 썰매를 탔다.
얼음장 위에서는 나무를 깎아서 만든 팽이도 돌리고, 때로는 얼음이 깨져서 물논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다.
물에 빠지면 발가락, 손가락이 얼어서.... 정말로 추워서... 그래도 아이들은 썰매타기를 즐겼다.
물에 빠져서 덜덜 떨면서 귀가한 뒤에는 일꾼사랑방 부엌 안에 장작불을 피우거나, 곁에 있는 안사랑방 아궁이 군불을 때면서 꽁꽁 언 손과 발을 녹혀야 했다.
추운 겨울철에는 장작불이 최고였다.
부엌 안에서,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군불을 때면서 추운 겨울철을 이겨내던 '그때 그시절'을 회상한다.
이 글을 쓰면서....냉혈로 얼었던 손에서는 추위가 많이도 가셨다.
추위에 얼었던 얼굴도 조금씩 땃땃하게, 뜨습게 달아오른다.
이제는 졸립다.
3.
핸드폰에 안내문자가 떴다.
국토교통부에서 보냈다.
'많은 눈과 강추위가 예보되었다. 도로결빙으로 차량 미끄럼 사고 우려가 있으니 감속운행, 차간 거리유지 등 안전운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이다.
나하고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내용이다.
정부 행정기관에서 우려한 바와 같이 오늘, 오늘밤에는 무척이나 추운가 보다.
나는 하도 늙어서 자동차 운전대를 놓은 지도 오래되었고, 차를 몰고서 바깥으로 나갈 일도 거의 없는 노인네가 되었다.
정년퇴직한 뒤로는 무능하고, 직업도 없고, 백수건달인 늙은이에 불과하다.
4.
이렇게 추운 겨울이기에 문득 과거의 역사를 떠올렸다.
지금으로부터 387년 전인 1636년 음력 12월 2일에 일어난 병자호란.
* 인조 14년(1636) 음력 12월 2일 청 태종은 청군(淸軍) 7만, 몽고군 3만, 한군(漢軍) 2만 등 12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넜다.
만주지역에 근거지를 둔 청나라(후금) 군대는 12월에 압록강을 넘어서 조선으로 침략했다.
조선조 제16대왕 인조는 경기도 강화도로 피난하려다가 강화도가 점령당했기에 내륙지방인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으로 급히 도망쳤다. 남한산성을 에워싼 청나라 군대는 구태여 공격하지 않고는 항복하기를 기다렸다.
인조는 40여 일 만에, 1637년 1월 30일에 항복해서 경기도 광주시 삼전도에 내려와서 청나라 홍타이지에게 항복했다.
지금의 석촌호수 남북 대로변(송파나루공원 북측)에는 치욕적인 삼전도비(원래의 명칭은 大淸皇帝功德碑)가 있다.
1639년 12월 만주어, 몽골어, 그리고 한자로 쓰인 대청황제공덕비 (大淸皇帝功德碑)가 조선인들에 의해 세워졌다
병자호란 전쟁의 원인은 화친을 깨뜨린 조선에 있고, “부족한 임금이 항복하니 황제께서 은혜를 베풀었다” 는 내용이다.
패전 이후 청나라로 끌려갔던 조선 사람들, 특히 여인들은 환향(還鄕) 후에도 모진 차별을 받았다.
조선에 병자호란은 임진왜란보다 짧았지만 그 피해는 더 치명적이었다.
* 대청황제공덕비(大淸皇帝功德碑)는 현재 송파구 잠실동 잠실동 47번지에 위치. 지금껏 잘 보존되고 있다.
* 위 청나라 전신인 여진 땅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옛 영토이다.
서기668년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으로 고구려가 멸망했고, 그 뒤로 발해가 들어섰다가 .....
아쉬운 우리 민족의 옛 영토이다.
이들이 자기네 선조들의 나라인 조선을 침략하다니 ...
* 신라의 '3국통일'이라는 게 우리 민족한테는 치명적인 못난이 역사로 변절시켜서 21세기인 지금까지 이어진다.
누르하치(奴爾哈赤)는
생몰 1559년 2월 21일 ~ 1626년 9월 30일
건주여진 재위 : 1583년 ~ 1616년
후금 재위 : 1616년 ~ 1626년)
후금의 초대 황제로, 뒤에 청나라의 초대 황제인 태조로 불리어지게 되었다.
*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누르면 사진이 크게 보임.
위 사진은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여기에 올렸다. 용서해 주실 게다.
387년 전의 병자호란 당시를 떠올리면...
남한산성으로 급히 도망쳐서 피난길에 올랐던 당시의 시대상황, 생활상황을 떠올리면 정말로 참담하고, 비참하고, 처절했을 게다.
먹을 식량도 부족하고, 연료사정도 지극히 불량하고, 겨울옷도 변변하지 못했을 터.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죽는 군졸과 백성들은 엄청나게 고생을 했을 게다.
* 삼전도비는 숭명반청(崇明反淸)이란 사대주의 이념에 경도되어 나라를 망쳤던 이씨 조선조의 교훈으로 우리 시대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나중에 보탠다.
쉬자... 단숨에 썼더니만 귀에서 또 이명이 크게 들린다.
피곤하니까... 그럴 게다.
2023. 12. 17.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