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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술이 뭐신디?
권영심
시장안의 잔술집에서
어른이 되었을 때도 시장에서 살았을만큼 우리집은 장사를 오래 했다. 엄마가 돌아간 뒤에야 장구한 장사의 시절은 끝났고, 그래서인지 나는 어디를 가더라도 시장에 먼저 가본다. 시장 사람들 특유의 정서는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한데, 시절따라 크게 달라진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엔 술 마시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지 싶다. 시골의 오일장엔, 어르신들이 선짓국이나 국수를 앞에 놓고 난전에서 마시는 것을 가끔 보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시장 상인들의 음주이다. 일 년 내내 계절, 시간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는 상인들이 많았다.
들병이가 잔술을 파는 곳은 자갈치시장이었으나,시장 안엔 잔술집이 보통 대여섯 곳들이 포진해 있었다. 돼지국밥을 팔던 식당도 술을 팔았고 그 외엔 따로 식당이라고 부르는 곳은 시장 안엔 없었다.
지금은 많은 음식점들이 시장 안에 입점해 있지만, 그 때는 여자 들이 음식을 사먹을 마땅한 장소가 몇 곳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튀김집과 죽집, 그리고 빵집과 오뎅을 만드는 집. 소규모의 오뎅 공장이 시장안에 반드시 있었고, 즉석에서 모든 오뎅을 만들어 내어 기름솥에서 나오는 뜨끈한 것들을 그 자리에서 사 먹었다.
국숫집도 잔술을 팔았기에 여자들은 거의 가지 않았다. 술이 취해 있는 사람들이 늘 있었고 희롱은 예사였다. 그런 집들 외의 간판도 없는 자그만 가게들은 모두 음식과 함께 잔술을 팔았다. 잔술은 요즘은 이해가 안 되는 개념인데 대폿집이라고 통칭 불렀다.
소주,청주,막걸리 등의 술을 무조건 잔으로 팔았다. 안주는 무엇 으로 했는지 모르겠으나 시장 안에서 파는 먹거리들을 사가지고 들어가서 먹어도 되었다. 내가 그 곳에서 술을 마셨을 리는 없고, 엄마가 아버지를 찾을 때, 손님이 찾아왔을 때, 내가 가는 몇 곳이 있었다.
시장 입구의 기원, 그 옆의 당구장과 시장 안의 두 군데 대포집에 거의 아버지가 있었다. 나무 탁자엔 양푼이에 담긴 김치가 놓여 있고, 어른들은 긴 나무의자에 앉아 술을 마셨으니, 말 그대로 잔술을 파는 집이었다.
안주가 다양할 시절도 아니었고, 그저 술을 파는 목적으로 김치와 술국 정도만 끓여 내었던 것 같다. 꼬지오뎅이나 순대등도 팔긴 했으나 목적은 술을 파는 일이었다. 술잔의 종류도 다양했고 청주를 데우고, 여름이면 막걸리를 시원하게 내놓기 위해 집집마다의 비법들이 있었다.
소줏잔도 주발에서 유리컵까지. 따루는데도 자신들만의 방식이 있었다. 넉넉하거나 박하거나 가득 따루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그 술을 식탁으로 나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들이었다. 요즘 같으면 아동학대와 청소년 보호법으로 걸릴 일이지만 두곳 다,서빙하는 직원은 놀랍게도 내 동무들이었다.
부모가 만들고 그것을 손님들에게 갖다주는 것은 그 집 아이들 이었다. 그것을 나무라거나 이상해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 옷집 아이는 옷을 팔고, 과일집 아이는 과일을 팔고, 잔술집 아이는 잔술을 팔았다.
아이들 교육에 나쁘니 어쩌니, 그 시절에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있었으나 그것 뿐이었다. 부모를 도와 주지 않을 아이들은 없었다. 작부를 두고 하는 집은 색시집이라고 불렀고, 거기는 아이들이 가선 안되었다.
부모를 도와주는 일을 하는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훈계하는 일은 없었고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아버지를 찾으러 가면 동무가 먼저 나와서 아버지의 동향을 알려 주었다. 손님들은 전부 시장 상인들이었고, 모두 아는 사람들이었다.
외부 손님이 오면 상인들은 당당하게 색시집으로 갔다. 손님 접대를 해야 한다는 명목에 아내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낮밤의 구별이 없었다. 늘 술이 취한 상태로 장사하고 싸우고, 파출소를 들락거리는 상인들도 많았으나 그조차도 당연한 일상으로 보았다.
술이 취해 아무리 개구신 짓을 해도 살기 힘들어서 그러려니...이해하고 봐 주었다. 술이 취해 아무리 때리고 부숴도 술이 취해서 ...그러면 면피가 되었다. 아내들은 그런 남편과 허구헌날 싸워도 남편이 다른 곳에서 저지른 잘못은, 술을 마셨으니 그랬지 않느냐? 이해하고 용서해라...
엄마들도 아들들의 파렴치한 잘못을 덮어주기에 바빴다. 그래서 오늘날도 성추행범이나 아동추행의 인간 말종들은 언제나 떳떳이 말한다. 술이 취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
술에 책임을 전가하는 이 말종들 때문에 술은 욕 먹고, 접근금지 의 마약쯤으로 치부될 때도 있다. 그러나 술은 죄없다. 술을 마실 자격이 없는 인간들이,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울 뿐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