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출입로에 대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차적인 목적은 조그마한 강쥐들이 텃밭에 뛰어넘어 오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작년에는 텃밭이 외곽이고 큰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강쥐들은 그저 나에게 귀여운 존재들이었다. 올해는 그 귀여운 존재들이 텃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텃밭에 작은 울타리를 두르고 낮은 대문을 만들기로 하였다. 강쥐들도 약간의 방어벽이 있으면 텃밭으로 뛰어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거의 반려견을 키우는 거 같다. 가끔은 주인들이 강쥐들이 마음껏 놀라고 잔디밭에 풀어 놓는다. 수돗가에 물 틀면 물 달라고 오기도 한다.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텃밭에 뛰어들면 안 된다. 해서 나는 낮은 대문을 만들기로 했었다. 모양도 이뻤으면 좋겠다.
문 만들어 다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갈대로 만든 발로 대문을 만들었다. 힘이 약해서 바람이 부니까 며칠 지나자 조금은 늘어진 듯했다.
무엇으로 바꿀까? 빨간 나무 대문으로 할까? 아니야! 지금은 봄이고 작물들도 아직은 키가 작으니 투명한 대문이 좋겠어! 남으로 창을 내겠소~~ 그래 창문 형태의 대문을 만들어 달자!
투명 음식 포장 용기를 잘라서 삼베 끈으로 만든 줄로 격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투명 플라스틱에 끼워 고정시켰다. 문의 얼개가 완성되자 텃밭으로 향했다. 기둥에 고정시켜야 하는데, 재료가 마땅치 않아서 다이소에서 재료를 사 왔다.
하나만 매듭을 만드는 것보다는 여러 개가 장식 효과도 있고 바람에 버팀 역할도 해줄 것이다. "남으로 낸 창" 문이 완성되었다. 투명해서 사진을 찍기에는 까다로웠다. 반면에 출입문은 환해졌다.
뛰어놀고 있는 강쥐들을 보며,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나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이나 텃밭을 가꾸는 것이나... 모두 인간에겐 매한가지 감정을 선사한다는 생각을 석양빛에 녹아드는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사진에서 식물 사진은 코로나 치유 기간 동안 텃밭에 들르지 못한 이후에 찍은 사진들이다. 땅두릅은 뿌리 독활을 심은 것이 아니라 모종을 사서 심은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2년은 걸려야 먹을 수 있는 땅두릅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사서 심어 보았다.
방울양배추는 잘 자라고 있었다. 4월에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고 추워서 심어 놓은 꽃들은 시들었고 꽃의 색깔은 빛바래 있었다. 이번 4월은 여러 모로 나에게는 닻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하였다. 뭔지 모르게 속도를 잠재운 달이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느린 시간을 보내면서도 할 것은 나름대로 한 것을 보면, 어쩌면 내 안의 시간이 그렇게 여겨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5월이고 텃밭의 풍경은 또 변화할 것이다.
#대문을_만들고_교체하고서
#공존하는_텃밭
첫댓글 텃밭이 아니고 작품이네.
ㅎㅎ 그렇다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