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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검사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옴에 따라 법무부가 개정 법안의 취지를 무시한 채 검사의 수사 범위를 재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던 시행령을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오는 23일 오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입법 취지 맞춰 시행령 되돌려야”
법무부는 지난해 8월 국회가 개정한 검찰청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되자, 공직자·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하는 등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접 수사 범위를 넓혔다. 검사의 수사 범위를 좁히려는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시행령이었다. 야당은 ‘시행령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23일 헌재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좁히는 등 수사권을 어느 기관에, 어떻게 배분할지는 입법부의 권한’이라고 명시한 이상, ‘검찰 수사권 축소’라는 입법 취지에 맞게 법무부가 시행령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24일
에 “헌재의 결정이 나온 상황에서 기존 시행령을 상위법 취지대로 바꾸는 게 맞다. 상위법이 문제가 있다면 개정 방안을 다시 논의할 일이지, (상위법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으로 해결하는 행위는 헌법 정신에 반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가 (개정 검찰청법 등이)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이라고 인정을 한 건데, (법무부는) 법에서 배제한 범죄 종류를 시행령에 포함시켰다”며 “시행령을 통해 입법권을 무시한 것이다. 우선 시행령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어 “헌법과 국회를 존중해야 할 행정부의 일원임에도 입법부에 반발해 시행령을 개정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입법 취지에 맞도록 시행령을 재개정해야 한다.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죄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시행령 개정 나설지 미지수
법무부가 스스로 시행령을 다시 손볼지는 미지수다. 헌재 판단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검수완박법’으로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시행령을 개정했다”며 “현재 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법률 내에서 시행령을 바꿨다는 입장이라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복원한 수사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관련 수사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법무부가 마약·조직범죄를 경제범죄로 재분류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는 가능하다. 검수완박법에 대응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은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해 법무부가 당장 속도를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외에도 수사준칙을 개정해 검찰 권한 확대를 시도할 수도 있다. 이미 법무부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 논의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가능한 범위를 늘리거나 경찰이 재수사 뒤 불송치한 사건을 송치 요구할 수 있는 기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수사준칙 초안을 만들기도 했다. 검찰 보완수사 범위를 넓히고, 경찰 수사에 검찰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