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머리카락을 뽑는 건 나쁜 버릇이 아니라, 불안하고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는 몸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Q.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작년에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어요. 약을 먹고 나서 수업 태도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몇 달 전부터 아이가 머리카락을 뽑는 걸 알게 됐습니다.
숙제를 하거나 TV를 볼 때 손이 계속 머리로 가고, 정수리 쪽에 머리숱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뽑지 마"라고 하면 그때만 멈추고, 본인은 자기가 그러는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요즘은 모자를 쓰고 다니려 하고, 친구들이 볼까 봐 신경을 많이 써요.
혹시 약 때문에 생긴 건 아닌지, 약을 끊어야 하는지 걱정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이처럼 자기 머리카락을 반복해서 뽑는 것을 '발모벽'이라고 부릅니다. 손톱 물어뜯기, 피부 뜯기와 같은 계열의 행동이에요. 열에 한두 명이 아니라 백 명 중 한두 명꼴로 나타날 만큼 드물지 않습니다. 흔히 의지가 약하거나 나쁜 버릇이라고 오해하지만, 많은 경우 본인도 모르게 손이 가요. 아드님이 "그러는 줄 몰랐다"고 한 말은 핑계가 아니라 실제로 그럴 수 있습니다. 지루하거나 긴장될 때 마음을 달래는 방법으로 이런 행동이 굳어지는 경우가 많고요.
ADHD와 발모벽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발모벽이 있는 성인 300여 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일반 인구보다 몇 배 많은 비율이 ADHD를 함께 가지고 있었어요. 두 가지를 함께 가진 사람들은 특히 충동성이 더 높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순간적으로 행동이 먼저 나가는 충동성이 두 문제를 이어 주는 공통 고리일 수 있다고 봅니다.
약에 대한 걱정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실제로 ADHD 약을 먹기 시작한 뒤 발모 행동이 나타났다가, 약을 바꾸자 사라진 아이의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는 아주 드문 개별 사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연구에서는 ADHD 약을 먹는 사람과 먹지 않는 사람 사이에 발모 증상의 심한 정도가 차이 나지 않았어요. 그러니 약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아이마다 반응은 다를 수 있으니, 약을 임의로 끊지 마시고 처방해 주신 선생님께 언제부터 뽑기 시작했는지 꼭 말씀드리고 상의해 주세요.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지켜 주는 것입니다. 발모벽을 겪는 사람들은 큰 수치심과 외로움을 느끼는데, 연구자들은 이 수치심이 긴장을 높여 다시 머리카락을 뽑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또 뽑았어?", "그만하라고 했지"처럼 다그치는 말은 오히려 행동을 더 굳게 만들 수 있어요. 대신 아이와 함께 언제, 어디서, 어떤 기분일 때 손이 가는지 살펴봐 주세요. 숙제할 때나 TV 볼 때처럼 손이 심심한 순간이라면 말랑한 공이나 만지작거릴 수 있는 장난감을 쥐여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손을 올렸을 때 알아챌 수 있도록 둘만의 신호를 정해 두는 것도 좋아요.
모자를 쓰려 하고 친구들 눈을 신경 쓰는 걸 보면, 아이도 이미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전문가와 함께 '습관 반전 훈련'과 같은 행동치료를 받아 보시길 권해 드려요. 머리카락을 뽑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다른 행동으로 바꾸는 연습인데, 지금까지 효과가 확인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불안하거나 우울한 마음이 함께 있는지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머리카락을 뽑는 건 아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나름의 방법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는 거예요. 어머님이 혼내는 대신 곁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 주시면, 아이도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조금씩 손을 멈추는 법을 배워 갈 수 있을 거예요.
“'왜 또 뽑았어?'보다 '요즘 마음이 힘들었구나'라는 한마디가 악순환을 멈추는 시작이 됩니다.”
가정에서 해볼 수 있는 해결 방안 3가지
① 혼내기보다 아이의 부끄러움을 덜어 주세요
머리카락을 뽑는 모습을 보면 걱정되는 마음에 다그치게 되지만, 꾸중은 아이의 수치심을 키우고 오히려 몰래 뽑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네 잘못이 아니야,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말해 주세요. 아이가 자신의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② 손이 가는 순간을 함께 찾고, 대신할 행동을 만들어 주세요
아이가 주로 언제, 어디서 머리카락을 뽑는지 함께 살펴보세요. TV를 볼 때, 숙제를 할 때, 잠들기 전처럼 특정 상황이 있다면 그때 손을 바쁘게 할 수 있는 말랑한 공, 피젯 장난감, 부드러운 천 등을 준비해 주세요. 충동성이 강한 ADHD 아이에게는 "참아"라는 말보다 손으로 대신 할 수 있는 행동을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알아차리고 다른 행동으로 바꿨을 때는 꼭 칭찬해 주세요.
③ ADHD 약을 먹고 있다면 변화를 기록하고 의사와 상의해 주세요
약을 먹기 시작하거나 바꾼 뒤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이 새로 생기거나 심해졌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달라졌는지 기록해 두세요. 이때 약을 스스로 중단하거나 양을 조절하지 말고, 반드시 담당 의사에게 알리고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연구에서는 약 자체보다 아이의 불안과 충동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므로, 발모벽과 ADHD를 함께 이해하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을 권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Narine, C., Sarwar, S. R., & Rais, T. B. (2013). Adderall-induced trichotillomania: A case report. Innovations in Clinical Neuroscience, 10(7–8), 13–14.
Chesivoir, E. K., Valle, S., & Grant, J. E. (2022). Comorbid trichotillomania and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in adults. Comprehensive Psychiatry, 116, 152317.
Mackay, C. E. (2023). Trichotillomania: A perspective synthesised from neuroscience and lived experience. BMJ Mental Health, 2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