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무심히 이리 쓰는 사람이 많은 중에도 바르게 쓰려고 하는 사람도 있긴 있다. 인터넷 기사나 상품광고를 보면 우(牛) 자를 빼고 '산양유'라고 표시하는 경우도 많다. 다행한 일이다.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이 있다는 반증이리라.
이런 이상한 말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오늘 아침방송에서는 시청 앞에 쌓아 놓은 수많은 애완동물 형상을 보며 기자는 스스럼없이 '강아지 인형', '곰 인형'이라며 얘기한다. 동물의 형상은 ㅇㅇ인형이라 하는 것이 일반인 모양이다. 하긴 워낙 익숙한 말이라 그런지 바른 표현이 뭔지 얼핏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동물의 모습에 어찌 사람 인(人) 자를 붙여 부르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런 것은 우리 일상에서 무심히 벌어지고 있어 나는 종종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뭘 따지느냐고 눈을 흘기기도 한다. 내가 너무 융통성이 없는 것이란다. 그런가? 하며 겸연쩍게 웃으며 한 발 물러나긴 하지만, 나는 편치 않다.
경우가 다르지만, 이런 것도 있다. 늘 가는 도서관 옆에는 호텔 겸 실버타운 <정원속 궁전>이 있다. 한데, 한글 간판 위에는 더 큰 글씨로 <Jarde in Palace>라 써 놓았다. 가만 보면 한글 표기와 영어 표기의 의미가 서로 다르다. <Jarde in Palace>가 외래어라면 <궁전 속...>으로 해석함이 옳을 것이요, 우리말 이름 <정원 속 궁전>이 원어라면 영어 표기는 <Palace in ...>가 옳을 것이다. 얼핏 한국식 영역 같은 느낌이 든다. 여하튼 수없이 보는 간판이니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한다. 그 회사의 홈페이지 곳곳을 들여다보며 사유를 찾아보았지만 명칭의 유래를 설명하는 말은 찾지 못했다. 하긴 그저 고유명사일 따름이니 이리 쓰던 저리 쓰던 상관할 바는 아니다. 어떤 이는 일부러 거꾸로 쓰기도 하고, 문법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단박 표시가 날 뿐 아니라 그리 쓴 의도를 눈치챌 수도 있다. 오히려 재미있어 다시 한 번 보기도 한다. 주인은 아마도 이런 우리 마음을 짐작하고 그리 쓴 것이리라. 기발한 상술이니 칭찬할 수도 있다. 이 간판도 그런 의도일까?
요것도 짚어보자. 젊은 사람들의 말이 이상스럽게 변해가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다리가 얇다'라는 말은 그냥 넘기기가 참 고약하다. 얇은 것과 가는 것을 구분 못하여 혼동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인데, 보고 듣고도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어 이리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젠 어린 학생은 물론 공영방송의 젊은 아나운서나 진행자도 이리 말하니 대체 그 이유를 나는 아지 못하겠다. 이쯤에서 나는 심한 자괴감에 빠진다. 한참 말과 글을 배우는 내 손녀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옛말에 아홉 명의 외눈박이 사이에 한 명의 두 눈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가 장애인이라는 말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이런 류의 방송뉴스와 현상을 여럿 보았다. 특히 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으니, 어느 신문 기자의 과공비례 보도는 내 막힌 속을 뻥 뚫어 준다.
"아버님, 포장은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어머님, 이쪽으로 오세요."
"요금은 오천이백 원 되세요."
우리는 병원이나 금융기관 혹은 관공서에서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이를 보도하는 기자는 살뜰하게 고객을 응대하거나 배려하려는 의도란 것은 알겠지만, 과도한 공대가 아니겠느냐며, 공맹의 말씀을 들어 경계한다. 지나친 공대는 자칫 불쾌감까지 줄 수도 있으니, 분명 잘못된 호칭이라고 국립국어원의 해석을 곁들여 꼬집는다. 나는 이 말에 적극 찬성이다. 평소에도 이런 식의 호칭이 귀에 거슬릴 뿐 아니라, 나에게 그리 말하면 점잖게 타이르기도 여러번 했다.
특히 귀에 거슬리는 것은 식당 종업원에 대한 '언니' '이모'라는 호칭이다. 대체 이것이 어떻게 유행되었는지 나는 매우 궁금하다. 아마도 처녀 종업원을 친근하게 대하려고,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여종업원을 '아주머니~'라고 부르기가 민망해서 그랬는가보다고 추측한다. 그런데, 이게 유행 아닌 유행을 타 젊은이는 물론, 격이 어울리지 않는 중노년들까지 따라 하고 있다.
더욱이 늙수그레한 남자들까지도 그리 따라하기도 하니 이건 과공비례 수준도 넘는다. 대체 그녀들이 누구의 언니며 이모인가. 이다지도 말을 가려하지 못하고 줏대 없이 남의 말을 따라 해서야 원.... 언어의 품격이 마구 훼손되고 있다. 그냥 두면 머잖아 인칭대명사는 모두 가족 호칭으로 통일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국립 국어원의 ‘표준 언어 예절’을 들이대지 않아도 바르지 못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젊은이들의 언어도 분명히 잘못된 것은 고쳐주어야 한다. 발랄함과는 다르다. 한 번쯤 되짚어 봐야 할 말이다. 언어의 품격과 과공비례(過恭非禮).
첫댓글 선생님의 글을 읽고 생각나는 단어입니다~<아번님 입님에 돌님이 들어 이님이 아프시겠습니다>누가 만든 말인지 모릅니다.~그래서 우리말에 아어가 다르다고 했나 봅니다^^고백하건데 전 더 배워야 겠습니다^^감사합니다^^
농담이겠지만, 과공비례의 전형입니다. 말은 공손해야 하고 바르게 써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천박한 말을 만들고 쓰는 사람이 많아 문제입니다.
일찍 읽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더위 조심하십시오.선생님
법도 물흐르듯 바뀌듯 우리의 언어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표준어도 언중들이 많이 쓰면 인정해주는 것이 많지요. 이를테면 자장면이 맞지만 요즈음은 짜장면도 표준어이고 소고기 쇠고기도 같이 씁니다. 그러나 '생각'은 순수한 우리말인데도 한자로 고친다든지, 이런 것은 곤란하지요. 참 과공비례 적절한 지적입니다. 이제 너무 혼란스러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예,선생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바꾸고 다듬어서 오늘의 아름다운 한글이 된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합니다.
그러나
천박한 말이나 격에 맞지 않는 말은 만들지도 쓰지도 말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언론기관과 학교 선생님 그리고 가정에서의 선도가 절대 필요합니다.
고맙습니다.
요즘 우리 말의 형태가 자꾸 바뀌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보는 사람은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고 보면 작성하는 사람들의 무슨 마음인지 알 수 없고 사투리 같으면 좋겠지만
그러하지 못하고 마구 사용하고 있어 문제이지요.
예, 천한 말이나 격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 많아졌습니다. 매스컴이나 선생님들이 바로 잡아주셔야 하는데 역부족인가 봅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대중 음식점에서나 각 직장에서 일 하시는 분들을 부르고 싶을때 사용하는 명칭을 무엇으로 하여 부를까? 애매하여 난감(難堪)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간판으로 적어 놓는 안내판은(한글의 영어번역)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정확하게 써 놓는 문화가 이루졌으면 좋겠습니다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선생님.
국립국어원의 「표준언어예절」에 따르면 "아가씨"나 "아주머니"란 말이 적절하다고 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다 그렇게 쓰지 않았나요? 이말이 "아줌마"완 다르게 결코 하대하는 것도 아닌데‥‥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靜岩 유제범 알겠습니다
이제 편하게 아가씨.아주머니.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요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됩니다.
그 근원은 생각입니다. 생각이 졸렬하고, 자기 갑정을 쫓아 따르고, 자신의 느낌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가 되니 이렇게 된것이 아닐런지요?
성현의 말씀을 쫓아 살던 시대가 있었지만,,,,
안타깝지요!!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