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크리에이터텃밭입니다 '즉자대자적으로 종합한 넝쿨터널을 완성하다_텃밭 공작소"'
계절의 시간은 어김없이 당도하였다. 오이와 고추나무를 심을 공간을 확보하였다. 텃밭에서 어떤 작물을 어디에 심어서 어떤 모양으로 드러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조와 생각 시간 투여는 의외로 컸다.
때로는 생각 없이 무의식적 즉흥적이고 즉자적인 방식이 필요하였다. 반면에 처음부터 넝쿨 터널을 만들 방식과 위치는 텃밭 모양을 보고 바로 위치를 대자적으로 정해 놓았었다. 나에게 올해에 분양된 텃밭의 모양을 처음 본 순간, 그리고 바로 텃밭 작업에 돌입하는 그 순간에 어떤 계획보다는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인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텃밭 구획을 기획해 나갔었다.
작년에는 정사각 텃밭이어서 올해도 정사각 텃밭일 줄 알았었다. 하지만 직사각 텃밭이었다. 그러니 나는 텃밭을 한참을 관조한 후에, 이렇게 결정하였다. 박농민은 내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 줄 알지만 '아니다' 나는 무계획이 계획이다. 텃밭을 한참 들어다 본 후 내 의견을 말했었다. 입구 내고 가운데에 T자로만 두둑 사잇길 내자고 말했다.
박농민과 나는 그 무계획의 계획 속에 나온 두둑 디자인을 그대로 이행했고, 그때는 4월 초라서 두둑 주변에 물이 덜 빠져 질척거린 상태였다. 박농민은 잔디 엣지를 샀고 정면만 제외하고 삼면 두둑의 벽에 잔디 엣지를 두르고 지지대를 톱으로 잘라서 잔디 엣지의 버팀목으로 사용하였다.
그렇게 즉자적인 텃밭은 대자적인 텃밭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번에 넝쿨터널을 통하여 나의 생각은 즉자대자적으로 다시 완결성을 갖게 되었다. 사물의 형태에서 또 다른 사물의 형태를 이끌어 내고, 다시 내 안으로 스며든 후 또다시 나의 바깥으로 투사된 후, 박농민과의 교감을 거치고 박농민의 활동적 노동을 거친 후 다시 내 안의 그림과 내 바깥의 사물이 일치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인가 더 증폭된 기쁨을 나에게(우리에게) 안겨주었다. 그렇게 드러난 형태는 예전에는 없던 것이다. 그러나 형광색 케이블 타이들 줄기들을 다 잘라 낸 후 그 순간에 완성된 넝쿨 터널은 또 다른 그 무엇이었다. 환희감이 솟구치는 그 기쁨은 연이어 또다른 릴레이를 만들고 있다.
텃밭 형태가 갖추어지고 계절이 당도하여, 10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할 5월 초에(하지만 그 후로도 6도로 내려간 날이 있었다. 오이 모종 하나가 얼어 죽었는지... 어쨌든 오늘 죽어 있어서 그 자리는 비었다) 모종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정왕동 역 앞에 있는 화원에서 오이 모종과 고추 모종, 가지 모종을 샀다.
장미와 호주매화 그리고 채송화를 샀던 곳에서 참외모종을 서비스로 주었다. 다음에 또 오라는 의미다. 늘 사던 곳에서 샀는데 꽃은 둘러보다가 차를 주차한 후 걸어서 저 끝에 있는 첫 번째 집에서 샀다.
모종을 베란다로 옮겨 놓은 후, 박농민과 나는 장비와 재료들을 챙겨 들고 텃밭을 향하였다. 노동절 전날일 것이다.
이번에는 넝쿨 터널을 조금 높이 만들고 둥글게 만들 생각이라서 다른 텃밭의 햇빛을 덜 가리고 미관상도 보기 좋도록 이쁘게 만들고 싶었다. 처음부터 비워둔 텃밭 두둑 공간에 우리는 바로 작업을 착수하였다. 박농민은 다이소에서 연노란색 형광색 케이블 타이(나일론 고정끈)를 사 왔다. 고정해놓고 보니 산뜻하고 장식효과도 있었다. 보고 지나가는 이들 모두 이 형광색으로 포인트를 줘서 예쁜 넝쿨 터널이라고 말해주었다.
두둑 안에 지지대를 먼저 박았다. 그리고 이제 위에 둥근 터널을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 지리산 화개에서 차 만들 때 얻어온 통 대나무를 우리는 간직하고 있었다. 터널을 만들 때 어떻게든 그 마른 대나무를 활용해 보고 싶었다. 박농민과 나는 집에서 그 마른 통 대나무를 칼과 망치로 쪼갰다. 살짝 쪼개서 칼날을 이리저리 비틀어 주니 대나무가 쫙 결대로 잘 쪼개졌다.
그렇게 쪼갠 대나무를 활처럼 휘어서 둥근 터널을 만들었다. 내가 붙잡고 박농민이 케이블 타이로 고정했다. 점점 형태가 만들어지고 우리는 뿌듯했다. 해는 이미 졌다. 어둠이 텃밭에 내려앉았다. 우리도 이제 마무리하고 집에 가야 한다. 완성된 넝쿨 터널을 보며 "완벽하다"를 외치며 우리가 감탄했다.
어떤 장소에 그려질 형태를 미리 상상한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상상하던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완벽하게 상상을 실현해 준 박농민의 손의 움직임과 계획을 칭찬해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렇게 만들고 싶다"라고 대략 구상을 알려 주자 박농민은 그 이상으로 구현해 내었다. 수직 지지대 사이에 수평 지지대를 대고 같은 재질과 색상의 지주 연결캡으로 고정시키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텃밭이 우리의 일상의 놀이터이자 공작소로 변신하는 중이다. 몇 시간씩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여하느라 집에 돌아오면 어깨도 허리도 아프고 기운도 빠지곤 하지만 그 만족감은 유쾌한 웃음을 준다.
어제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부항도 떴다. 침을 놓던 의사 선생님 왈... 목뼈가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쳐져 있어요..라고 했다. 아.. 그래서 아픈 건가? 했다. 추나요법을 받기로 했다. 추나요법 하루 받고 나니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지만, 왼쪽 어깨는 여전히 전기자극받은 듯이 스물스물 뭔가가 기어 다니는 느낌은 여전하다.
문진 때 목이랑 어깨 검진을 해보시던 의사 선생님 왈, 전반적으로 체력이 좀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그럼 큰 문제는 아니네요?"라고 하니, "그게 큰 문제죠"라고 하셔서 그만 같이 웃어버렸었다.
실제로 침을 놓으려고 목뼈를 보고서는 추나요법을 하기로 한 것이다. 요금 계산을 할 때, 사람 몸을 접촉하는 추나요법이라서 그런지 접촉에 대한 동의서도 받았다. 그렇지..., 추나요법은 뼈를 맞추는 착업이니 미리 동의서를 받고 협약해야 서로 가능한 일이긴 하였다. 하지만 동의서를 받는 한의원은 처음이었다. 차라리 이게 더 안심이긴 하다. 서로에게 경각심을 주니까 말이다.
지난 시간의 글을 쓰면서도 나는 현재에 있다. 기억을 더듬어 쓰지만, 요즘은 하루의 일과가 팽팽 돌아가는지라 바로 어제도 아득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 간다. 내가 꼭 써놓야지 마음먹은 글들도 계속 밀리고 있다. 글은 바로 그때의 열의와 흥을 가지고 써야 하는 글들도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기억 속으로 너무 멀어지면, 나도 까먹게 된다. 써야 할 밀린 글들이 내 안에서 조금 무겁다. 그래도 글의 씨앗으로 잘 버티다가 피어나리라고 여긴다.
#텃밭넝쿨터널완성_박농민이고마워^^
#텃밭공작소
#월곶도시농업텃밭
#이번엔_헤겔적인_변증법적인_넝쿨터널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