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안철수 정신적 멘토 정문술 미스터리 주가조작 의혹 증폭
윤리경영 외치던 정 회장 ‘안철수 테마주’ 먹튀
대선을 앞두고 증권가에는 이른바‘대선테마주’의 광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다. 얼마 전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한 한 회사의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한꺼번에 몽땅 처분해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이는 대선테마주에 대한 일종의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다. 이 일 이후 대선테마주는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급락하기 시작했다. 다른 테마주에 불안심리가 반영돼 투자자들이 앞 다투어 매도에 나서거나 거래를 중단했다. 폭락한 테마주들은 아직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주의 열기는 이미 식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테마주의 폭락으로 시중에서는 여러 소문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증권가와 정치권에서는 특정 세력이 테마주라는 호재를 이용해 작전을 벌인 것 아니냐는 흉흉한 뒷말이 무성하다. 금감원 등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이번 테마주 먹튀와 급등락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개미들 사이에서는 반 안철수 구호를 외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테마주로 인해 개미들이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 올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안철수 테마주의 폭등락을 방관만 했다는 것이다.
개미들은 이에 대해 “개혁을 부르짖고 구태 정치 타파를 주장하며 서민정치를 하겠다는 안 후보가 주변인들의 먹튀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는 것은 그의 본색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개미들에게 한줄기 희망으로 조명됐던 테마주 시장이 순식간에 개미들의 거대한 무덤으로 돌변하고 있는 중이다
. 대선 대목에 짭짤한 수익을 기대했던 개미투자자들은 대주주나 시세조종세력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아직 버티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이들이 나가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주식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9월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9월 11일까지 새롭게 테마주로 부상한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금은 모두 665억 원에 달했다. 전체 손실규모(670억 원)가운데 99%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손실이다.
최근 3개월간 5000만 원 이상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만 25명에 이르고, 1억5000만 원까지 손해를 본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금감원의 분석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대표적인 테마주 35개사를 분석한 결과는 더 심각하다. 35개 종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금액은 1조 5000억 원에 이른다. 대선테마주를 주도한 종목은 안 후보 테마주인 써니전자다. 써니전자는 무려 1746% 급등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오너일가가 최근 대부분의 주식을 기습적으로 처분해 지금은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안철수 멘토의 엽기행각
써니전자 오너일가의 주식 대량 처분 소식이 알려지자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여기저기서 “급락이 멀지 않았다”거나 “지금 처분하지 않으면 큰 화를 입게 될 것”또는 “초대형 악재가 곧 터질 조짐이니 투자에 주의요망”이라는 등의 소문이 주식시장에 확산됐다. 안 후보 테마주의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미들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기고 잔불에 신경쓰지 않았다. 이 잔불이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화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당시 “안 후보가 곧 대선 출마선언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린 탓이다. 이때 한 인물이 홀연히 등장해 문제의 잔불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그것도 테마주를 모두 불사르고 남을 정도로 많은 기름을 들이 부은 것이다.
대형화재를 일으킨 이는 바로 안 후보의 멘토로 꼽히던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이다. 정 고문의 모럴헤저드 행각에 주식시장에서는 정 고문에 대한 개인투자자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 고문은 안 후보 테마주 대주주가 고점에서 지분을 전량 개미에게 떠넘기고 400억 원을 챙겼다. 정 고문은 미래산업 창업주이면서 국립대학인 KAIST 이사장까지 겸했던 인물로 사회적으로 매우 존경받던 인물이어서 그 충격은 더 컸다.
안 후보와 정 고문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안 후보가 정 고문을 “나의 멘토”라고 말한 것은 그래서다. 한때 주당 2075원(종가 기준)이었던 미래산업 주가는 대주주 매각 이후 세 차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현재 6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일명‘동전주식’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히 대주주의 ‘먹튀’로 치부하기에는 미래산업에 수상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벤처산업 아버지로 불리며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정 고문이 왜 ‘먹튀’를 결정했는지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정 고문은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겼을 뿐 아니라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으로 덕망이 대단했다. 그런 그가 돌연 주식을 전량 처분한 것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을 한 순간에 허물어버린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정 고문의 돌발행동 내막에 밝힐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래산업의 수상함은 이뿐 아니다. 경영진인 권순도 대표이사와 권국정 비상임이사도 함께 보유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다. 이들이 지분 매각으로 실현한 금액은 각각 10억 원과 2억 원에 달한다.
주식처분 그리고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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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술 미래산업 고문 |
최근에는 정 고문의 주식처분과 관련, ‘준비된 먹튀’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 근거로 미래산업이 지난 8월 초에 151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했다는 점이 꼽힌다. 당시 발행가는 주당 254원으로 경영진 등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10만주와 2만4000주를 받았다. 그 후 서서히 주가상승에 시동을 걸고 있던 미래산업 주가는 이 시점부터 폭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가는 유상증자 가격의 7배까지 뛰었다. 이어 주가가 고점에 이르자 경영진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받은 주식을 포함해 전량을 매각했다. 유상증자 때부터 경영진이 지분매각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미래산업의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또 있다. 대주주가 사라지면서 이 회사의 주인은 우리 사주조합으로 변경됐다. 이렇게 되면 기대할 것은 이 회사의 인수합병 등 호재로 인한 주가상승이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먹튀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개미들에게 일말의 희망조차 주지 않는다. 미래산업측에 따르면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이면 현 대표이사에게 50억 원을 주는 내용을 포함해 등기임원까지 총 150억 원을 지급해야 하는 포이즌 조항이 정관에 포함돼 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미래산업을 이 조건에 인수할 회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게 M&A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미래산업의 주가폭락사태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문제 삼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래산업 소액주주들은 포털사이트 카페에 ‘미래산업 소액주주연합’을 개설하고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 고문의 먹튀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은 정 고문의 주식처분을 부도덕한 행위로 규정하고 ‘먹튀 사전 계획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 등 사정기관에 진실규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전량매각과 현 경영진의 주식매도는 거의 회사를 포기한다는 식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먹튀는 얼마 전 유상증자를 통하여 대선 전부터 계획된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래산업을 비난하고 있다.
써니전자도 모럴헤저드로 비판받고 있다. 경영진이 테마주로 꼽혀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막대한 사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써니전자 경영진인 곽영의씨 일가는 이달 들어서만 9차례에 걸친 지분 매각으로 70억 원을 챙겼다.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후인 지난 5월 4일 이후부터 곽씨 일가는 28회에 걸쳐 299만8769주를 매각해 총 22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4억438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만큼 경영이 취약한 상태다. 그러나 경영진은 3개월여 만에 회사 자기자본(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경영진은 물론 써니전자 법인도 지난 9월 7일과 10일, 11일 자사주 50만주를 처분했다.
매각대금으로 37억1004만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써니전자는 지난 9월 13일부터 10월 12일까지 추가로 3만1012주를 24억7732만 원에 처분할 예정이다.
테마주 안철수 대권 발목 위기
안 후보 테마주가 잇따른 모럴헤저드로 공분을 사면서 안 후보 캠프에 위기론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이미 주식시장과 정치권 등에서는 “안 후보 주변인이 연루된 안 후보 테마주의 도덕적 헤이가 대선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게 나온다. 테마주의 폭락에 안 후보의 역할이 작용한 것은 아니지만 안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이들의 비도덕적인 행각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안 후보 테마주에 들어갔다가 피해를 본 개미들 사이에서는 안 후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테마주 뿐 아니라 안 후보가 실질적 오너인 안랩과 관련해서도 주식과 관계된 여러 의혹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개미들의 피해를 외면할 경우 비난여론이 일반 유권자들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주식관련 사이트 게시판에서 한 개인투자자는 “안철수 테마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하다. 그 피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테마주 광풍조성에 안 후보의 도의적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주가가 폭등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방관했다. 안 후보에 대한 적대감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 당국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정치테마주 차단을 위한 특별조사반을 연말 대선 이후까지 가동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도 테마주 과열현상을 막기 위해 조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장경보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창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장은 “지난 1월 테마주대책 태스크포스(TF) 논의과정에서 지난 5월 금감원 내 상설로 전환한 테마주특별조사반을 대선 이후까지 가동해 테마주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이 국장은 “테마주 조사는 상설반은 물론, 조사국 전체가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투자위험, 투자경고 종목 지정 등에 대한 각 단계의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이상급등 테마주에 대한 대응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살피기로 했다. 거래소는 지난 3월 투자경고의 경우 주가가 5일간 60%, 20일간 100% 이상만 올라도 발령되도록 한 바 있다.
<오병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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