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형님 작은 형님 오신다 하고 동생이 온다 하여 꼼짝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마(이제) 올까 하마 올까 기다리고 기다리는 마음에 꼼짝도 못 했습니다.
그 기다리는 맘은
시로 노래로 많은 이들이 많은 얘기를 했지요.
여기서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상주란 놈이 차마 그럴 수는 없지요.
꼼짝 않고 빈소를 지키는 모습은 효성이 지극정성이네요.
- 거 참, 자식들이 효자구만.
- 아인데요, 내는 사윈디요?!
- ???? 허 참, 사위가 자식보다 낮구만.
?????????
근데 왜 상가를 제대로 못 찾아 헤메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요?
두리 번 두리 번 하는 사람에게 누굴 찾아 왔냐고 물으면 잘못 왔데요.
모두 다 잠든 한 밤중에도 꼭두새벽 녘에도 그러고 다녀요.
여자들끼리 빈소에 누워 있다 화들짝 놀라곤 하더라고요.
그러이 있을 때 잘 혀라는 거여.
빈소에 부의금 훔쳐가는 도둑들 많다고 관할경찰서의 공지문을 액자에 넣어 게시를 해 놓았으니
효심에 빈소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돈을 지키기 위해 빈소를 지키게 만들어요.
3일장 후다다닥 끝 내면 참 좋겠두만.
앉았다 섰다 일어 났다 꾸부렸다 누웠다 폈다 하다 때 되면 먹는 것이 일이라
더부룩한 속 환장 하겠더군요.
좀 편히 하고자 밀어내기를 하러 가 보는데
변기에 앉아 아무리 용을 써 봐도 잘 나오면 삐지직하는 억지 방구 밖에 없더라구요.
겨우 3박 하고 몸부림을 칩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지 좋아 놀러 갔을 땐 아무 소리 않던 인간들이
겨우 3일 밤 세고 몸부림이라니?!
사실 말예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말예요.
손님 우루루루 오셔서 정신 없이 2박 3일 팍 헤치우고(?) 끝내는 것이 좋지
손님도 없는 빈소 5일 지키려니……
손님 많은 5일장은 상주들 곡 소리 저절로 나게 하겠지만
손님 없는 5일장도 만만치 않더군요……
아니, 괜찮아요.
할만 해요.
어른은 회사 안 가서 좋지
애들은 학교 안 가서 좋지
여자들 밥을 해 빨래를 해 청소를 해?!
아주 좋아요.
괜찮아요.
처 외삼촌과 큰 동서 막내 동서가 7년 전 돌아가신 장모님 모시러 갔는데
서너 시간 걸린 것이라 예상했는데 한 시간 반 만에 왔어요.
젊어 고생시켰다고 노년에 엄청스리 영감 구박하시던 할매가
저승에서 서로 해후하는 것이 그렇게 급했는지 후다다닥 오셨두만요.
그 궂은 일 마다 않고 다 하는 집사람 친구의 남편 왈
- 참 여기서 말하기(표현하기가) 그렇치만 꼭 양갱처럼 옮기기 좋을 만큼 되어 있었어
드니까 그냥 그대로 다 올라 와 하나도 빠진 것이 없었어요.
어르신이 애 쓰셨어요.
누구신데 그렇게 애를 쓰시냐 물었더니 남동생이라 하시데요.
근데 사우들은 하나도 안 보여.
- 그거 못 봐요.
내가 우리 식구 온다고 못 가서 그래. 내가 보지 말라고 했어요.
나 같은 놈이나 보지 누가 봐.
개장((改葬)이란 용어가 뭔가 했더니 이장(移葬)을 뜻하네요.
땅 속에 누웠던 오마니 7년 만에 관 속에 누워 들어 오시니
또 딸들의 통곡이 터져나오니 빨리 안치 시키시십다.
근게, 있을 때 잘혀. 잘 하란 말여.
작은 행님 부부, 누나네 내외, 동생 안팎이 먼저 오시고 오고
좀 지나 큰 행님 부부 오셨네요.
찔끔찔끔 마시던 술을 조금 맘 놓고 마셨나요?
작은 행님이 조심 시키시두만요.
- 짜스기, 상주라 카는 놈이 술을 그렇게 마시고?!
큰 행님이 역시 먼저 사신 분이라 다르시데요.
- 아이라, 괜차네. 원래 사우(사위)는 술이나 마시고……
- 하이고 그렇네요.
내가 지금 상주가 아니고 나는 사우네.
사우는 원래 술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옆에 가서 찐짜지기고(행패부리고)
기분 나마 술상도 엎는기라.
하이고, 지금까지 내가 상주로 착각 해꾸마.
뭔가 잘못 된기 있긴 있었는데 잘 모리겠두만 이제 알겠네.
내는 조짜배기 상주여. 내는 원래 사운(사윈) 겨.
행님, 뭘 더 자시고 싶으시오? 내 다 갖다 디리께.
- 어데, 인자 가야지.
- 아이고 그라마 섶하지요.
간만에 오신 사돈 기냥 보내따고 장인.장모가 나 머라카요(야단치요).
- 그라마 고스톱이나 한 판 하까?
- 하모요 하모요. 내 얼렁 화투짝 사 오께요.
요새 화투는 희한한 통에 담아 팔데요.
캉통 햄하고 똑 같은 통에 넣어 팔더라구요.
캉통에 담았다고 그런 5천원이나 하데요.
쪼카도 엄청 많데요. 다 넣고 치면 여러 수십 점 나겠데요.
그렇게 나흘이 흘러 갔습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되는데 잠이 쉽사리 오지 않데요.
하루 밤만 지나면 일단락이 되는데……
이 생각 저 생각……
새벽 일찍 일어 나지 못할까 봐 술을 청하지도 못하고 뒤치락거리다 잠이 들었겠지요.
첫댓글 요즘의 장례 세태을 진지하게 토속적으로 전하신 진수님, 글 참 재밌소! 효성스런 아들역 잘 하셨으니 처가집의 상도 받을 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