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공사와 농성장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비가 오면 서로 쉬는 것이다.
"필봉산이나 올라가 보세요. 이럴때 주위도 둘러보고 하셔야지."
"알겠습니다."
"비오는데 오늘도 장사해요?"
"아니여... 청소하려고, 이런 날은 이렇게라도 해야지..."
라디오를 켜고 필봉산 급수시설쯤 갔을까...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것 같애..."
귀에 익은 노랫소리.
"어른들이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이유는 자신의 어릴적 기억을 다시금 보기 위해서..."
「두근두근 내인생」에서 읽은 구절과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엄하셨는데, 손녀에게는 저리 자상하시니 모를 일이야..."
일상의 숨은 진실이 다가온다.
급하게 내려왔다.
"이것을 써야 한다."
작은 행사일수록 끝나고 나서의 여운은 식사다.
"취풍덕으로 가죠..."
"맛집일수록 많이 나오는것 아시죠."
진짜 많이 나왔는데, 맛은 중급이다.
"어딜가나 강사를 초빙해서 행사를 하면, 강사의 자질 부분이 도마에 오릅니다. 같은 행사여도 보다 전문적인 강사를 쓰면 알차지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하루를 즐기는 행사로 끝나죠."
사람들 앞에서 가르쳐 준다는것, 또는 기억을 되살려주는 안내자가 된다는것.
... 마음이 아파서 모른척하는 걸까.
"이게 나무 한 그루에요."
콩나물보다 얇은 줄기와 입사귀 몇개... 미래는 나무다.
...
"필봉산에 가셔야죠?"
"오늘은 안 갑니다. 단 오후 5시에 약속이 있어 그때 갑니다."
놀란 눈으로 되묻는다.
"하다보면 습관적인 규칙이 생기는데... 그런 규칙도 누군가의 약속으로 깨지네요."
몇일 전, 독립책방 독서토론모임 중에
"베란다를 만들어서 삼겹살 파티를 오늘도 했어요."
이숙영 대표가 자신을 도와준 답례라며 삼겹살을 샀는데, 늦게 온 이진희 센타장에게 아쉬움을 실어 말을 건냈더니 돌아온 답이다.
"한번 오세요.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가도 돼요... 그럼 갑니다."
신동성 대표가 육상을 해서 그런지 '달려라 하니' 오빠다.
그 자리에서 바로 날짜와 시간을 잡았는데...
"그럼, 필봉산 은계 약수터. 오후5시에 만나죠... 농성장 서명도 하고"
"필봉산에서 5시에 만나는것 기억..."
이숙영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온다고 하는데... 정말 올까?"
"늦은 시간에 왠일이야..."
호떡사장에게 인사를 건내니 적잖이 놀란다.
"아는 분들이 온다고 해서 왔습니다."
농성장에 앉아...
도로가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기다린다는 것... 어릴적 신작로에서 장에간 엄마를 태운 버스를 손가락으로 세었는데...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는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은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 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선생님..."
이숙영대표의 목소리...
부름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만났다.
"웅성웅성..."
화성동부경찰서 3층 정보과.
선거를 앞둬서 그런가 집회신고하러 온 무리들이 많다.
"됐어..."
한 참 동안 휴대폰을 붙잡았던 아저씨가 대단한 일을 끝마친 표정으로 미소짓는다.
"아직 밥도 못 먹었지...?"
집회신고가 이어지면서 접수처 담당이 혼줄난 모양이다.
"이름을 다르게 써야 합니다.
...감사가 있어요."
당황할 수 있는 지적이지만, 어디 한두번이어야 움찔하지...
"그래요..."
넋살을 떤다.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렵고 무거운 발걸음일 뿐이다.
"큰일하시네요."
"뭐가요."
"농성장에 계시는 거요."
"그런가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나지 않는 세상사가 있을까?
작은 새싹이 큰나무로 성장해 아궁이에서 그 역활을 끝내도...
"세상 끝나는 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기억으로 남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