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알람소리에 깨어 씻고, 어제밤 끓인 미역국에 밥 말아먹고 9시경 집을 나서 10시경 출발하는 기차에 탔다.
마하나님에서 갈아탔는데, 이게 웬일, 좌석이 마땅치 않아 흡연 칸에 앉았다. 와! 즉시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잠을 청했다.
쾰른 성당은 역 바로 앞에 있었다. 정말 높이 치솟은 첨탑이 하늘을 찌르고, 시커멓게 변한 벽이 세월을 말해 주고 있다. 배가 고프고 춥기도 해서(흡연칸은 환기하는 탓인지 다른 칸에 비해 추웠음) 우선 식사를 하러 갔다.
원이의 선택은 KFC!
실컷 먹고 화장실도 이용하고 한껏 기분을 살려 성당으로 가는데 굉장히 복잡하고 뭔가 어수선하다. 방송 차량도 와 있고 젊은이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행진 비슷하게 하기도 하고, 어떤 팀은 십자가를 든 학생을 선두에 두고 구호를 외치며 지나간다. 우리나라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 하고 역 근처에서 소리 지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 저기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았다. 내일부터 ‘세계 청소년의 날’이라는 행사가 바로 쾰른에서 열리며 교황도 초청했다는 내용이다. 커다란 교황 얼굴 포스터도 비를 맞으며 걸려 있다. 이 행사가 뭘까 매우 궁금해서 집에 가자 바로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4년마다 열리 는 카톨릭 청년들의 대규모 집회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성체 대회’라고 한단다. 잘은 모르지만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카톨릭 운동인 듯 하다.
오늘이 성모승천주일이라서 성당 안도 성모상 앞에 초를 밝히고 꽃을 바치는 신도들로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정신이 없어서 찬찬히 둘러보기도 어렵다.
이 성당은 다른 성당 들에 비해 성인 ․ 사도 들의 조각상이 크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제단 뒤쪽으로가니 커다란 석관들이 죽 놓여 있다. 보통은 지하에 있는데 여긴 이게 특징이다. 그 중에 아주 화려한 황금으로 된 관이 제단 위에 있는데 ‘동방 박사의 성관(聖冠)이란다. 왠 동방박사의 관? 아무튼 맘에 들지 않는다.
성당에서 나와 쇼핑을 했다. 원이가 기대를 걸고 있는 마지막 날이다. 요즘 날씨가 전형적인 독일 날씨인 듯 오슬오슬 추운데 겉옷이 마땅치 않아 뭔가 하나 사 주어야겠다. 심플한 바바리를 찾았는데 마땅한 것이 없다. 여기 저기 한참을 기웃거려 검은 색 트렌치 코트를 하나 사 주었다. “원아, 생일 선물이야!”
그리고 민이 선물로 스와로프스키에서 목걸이 하나 샀는데 가격이 스위스에서보다 확실히 싸다. 스위스가 물가가 비싼 것이 확실하다.
뒤셀도르프로 갔다. 뒤세도르프는 원이가 독일 와서 처음 살던 곳이다. 오랜만에 온다며 좋아한다.
쾰른에서 뒤셀오는 길에 이곳이 공업 지대임을 느낄 수 있다.(루르 공업지대 - 라인강의 기적) 공장이 많이 보이고 높은 공장 굴뚝에서 연기도 많이 내뿜고 있다. 마침 비오는 일기탓으로 하늘까지 어두컴컴하여 스모그가 생각난다. 그러나 숲은 짙푸르다. 산성비에 다 죽어가고 있다는 독일의 숲은 어디에 있는지, 슈바르츠발트(黑林)를 가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좀 아쉽다.
뒤셀은 7시경인데도 가게들이 문을 닫지 않은 것이 어느 새 어색하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라인강엘 갔다.
독일 경제의 핏줄이 된 라인강은 넘칠 듯이 넘실거리고 있다. 비가 와서 강변의 노천 카페들은 문을 닫았고, 기대한 다른 나라 국기를 꽂은 무역선도 보지 못했다. 어두워가는 라인강은 쓸쓸하다. 마침 비가 개어서 젖은 벤치를 휴지로 닦고 앉아서 빵을 먹었다. 앞으로는 수업 시간에 라인강을 이야기하려면 오늘 이 쓸쓸하고 어두어가는 라인강이 떠오르겠지?
원이가 구두를 신고 와서 발이 많이 아픈 모양이다. 나랑 신발을 바꿔 신었는데 원이 신발이 내게는 너무 커서 그냥 슬리퍼처럼 끌고 다녔다.
저녁 대신으로 소시지를 브뢰첸(독일 빵)에 껴서 먹었는데 기다란 소시지를 길거리에서 베어 먹으며 가는 일도 쑥스러웠고 더구나 소시지가 너무 짜서 다 못 먹고 버렸다.
칼스루에 가는 기차를 탔다.(9시 20분) 프랑크푸르트에서 갈아 타는데 시간이 딱 맞지 않아 40분이나 앉아 있었다. (이 역은 프랑크푸르트 공항 역으로 내가 첫 발을 디딘 곳이고 모레 떠나기 위해 다시 들러야 하는 역이다.)
한 시가 넘어서 칼스루에에 도착했다. 내일 아침은 늦잠 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