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은
강변 들국화
햇살 따라 피었다
흔적 없이 사라진
국화꽃 향기입니다.
가을은
단 둘이
코스모스 길섶
이야기 한잔으로
두터워지는 정입니다.
오늘은
저문 가을
그리움 쌓이는
황토 빛 고향이랍니다.
산행
언양 간월산 계곡
파레소 폭포
산사람들 하나둘이
모여 들고
여름옷 벗겨져
단풍이 자리한 물결 위에는
산행에 지친
도심의 영혼들이 폭포수 하얀
포말에 부서집니다.
안개 길에 젖은 마음들이 지쳐갈 때에
발길 먼 주막 등불
언양 숯불고기에
마음이 탑니다.
2016.9.10.(일)
도둑
어리석은 영혼들의
부질없는 믿음이
도둑이 되어
주인이 잠든 사이
도둑한 놈(년)이
조용히 왔다.
아끼던 꿈 하나를
슬쩍 주머니에
넣을 쯤
어리석은 주인은 잠에서 깨어
외마디 함성으로
거리의 촛불로
빼앗긴 꿈을 찾는다.
숨 막히는 마지막
기도 같은 주문
으로 외치면서
“꿈을 주인에게, 정의를 역사에게”
2016.11.8
제목 : 재첩 사이소!
하구언 모래톱 재첩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는 오래전부터 재첩을 좋아하는 뭇 철새와 사람들이 모래톱 주변을 근거로 귀한 생명을 지키고 있었다.
그 곳은 낙동강 7백리 민물과 푸른 남해의 염도35%의 바닷물이 하루에 2번씩 교차하는 재첩의 본 고향인 곳이 있다.
하단 모래톱 재첩은 온갖 재첩들의 전시장이며 우량 재첩들이 철새들의 식욕을 돋우던 천하제일의 생산지요 세계적인 명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었던 곳이다.
재첩은 뭐니 해도 쌀쌀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시점부터 본색의 맛이 들어 사시사철 모래 속에서 끊임없이 나고 자라 뭇 주객들의 쓰린 뱃속과 오가는 철새들의 빈속을 풀어주었다.
그러한 재첩의 효과를 알고 있는 모든 철새와 주객과 생업을 걸고 있는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두고 재첩과 사랑을 하였고 재첩의 동네가 번창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단과 장림에 걸쳐 삼각주를 이루며 만들어진 모래톱은 그 생긴 모양과 섭생하는 생물의 이름을 따라 사자등, 맹금머리등, 백합등, 도요등으로 이름 지어져 있다.
아직도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재첩들의 동네는 부산의 미래를 열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며 세계인의 입맛과 철새들의 만찬에 제공할 귀중한 장소인 것이다.
멀지 않은 70-80년대에는 겨울 새벽이면 골목길을 따라 외치던 “재첩 사이소, 재첩”의 아낙들의 소리는 새벽을 깨우는 소리였고 밥상의 찬이 부족하던 시절 편리하게 조리할 수 있는 유일한 식재료였다.
엄마가 집어주는 동전 10원을 들고 새벽 골목길 재첩장수를 만나 재첩국물 한 사발 사와야 하는 고역을 매일 동생들과 투정을 부려야 했던 그 세월이 엊그제 같은 데 지금은 재첩도 동생들도 모두 떠나 오랜 옛 추억이 되었다.
하단 임씨 아재들과 다대포 한씨 아낙들은 그렇게 추운 겨울에도 강바람과 맞서 새벽부터 잡은 재첩을 공판장에 모아 전국으로, 부산의 골목골목으로 재첩을 시집보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재첩의 동네에는 철새와 주객과 생업을 걸고 재첩을 사랑한 사람들을 외면한 채 공업수와 식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1983년 경 강둑을 만들었다.
강원도 태백에서 시작하여 1천3백리, 상주에서 7백리의 강물이 내륙의 온갖 영양분을 실어 여기까지 재첩을 위하여 쉼 없이 왔건만 권력의 칼자루는 재첩의 목줄을 끊었던 것이다.
지금은 을숙도를 주변으로 인간이 만든 조형물과 철새 몇 마리가 찾아오지만 예전 같이 무리지어 모래톱을 누비던 광경은 볼 수 없다.
재첩도 이미 동네를 떠났고 황량한 하단 오거리는 취객들의 발걸음과 찬란한 네온 불이 물든 인간들의 도래지가 되었고 재첩 맛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백합 등, 도요 등에는 빈 껍질들만 하얀 배를 들어내어 옛 명성의 그림자처럼 늘 부러져 있고 오가는 어부들의 추억 속에 간직된 모습은 그 냥 빈 모래톱 일뿐이다.
한때는 이웃들 간 날씨가 풀어지는 따스한 봄날을 택하여 정을 나누던 모래톱 백사장은 하단오거리의 발전된 모습에 눌려 시들어 가고 오거리노래방이 백사장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 봄 이맘때 철새처럼 만났던 환상의 섬에는 도요, 물오리, 물 닭, 논병아리, 백로, 두루미 등 뭇 철새들이 강변 재첩의 고향에 잔잔한 물결로 다가와 사자 등, 백합 등, 맹그머리 등을 밟으며 지지배배 부르던 봄노래가 언제 다시 들려 올 런지............
강둑을 허물어 다시 재첩들이 동네로 귀향할 수 있을지 애타는 철새와 주객과 생업을 걸고 살아온 하단의 재첩 골목은 그들의 귀향을 마냥 기다려 볼 일이다.
“재첩 사이소, 재첩, 재첩이요! 재첩” 새벽을 깨우던 하단의 재첩은 이제 하동재첩이 자리하거나 중국산 허접한 재첩으로 대체되었고
그 애절한 찬바람 속에 재첩을 외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이제 80순이 넘었을 누이 같은 하단 아낙들은 여윈 몸이나 잘 건사하고 계시는지.........
강물에 떨어지는 석양은 재첩이 떠단 모래톱을 가르며 붉은 피보다 더 찐한 재첩의 부활을 바라며 재생의 기약 없는 하루를 물들이고 있다.
막혀진 낙동강물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리며.............
2016.4.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