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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상황을 진단하는 책들이 때를 만난 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서점을 들러보시면 얼마나 많은 책들이 현시대의 종말을 선언하기에 바쁜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책들이 현 상황을 진단하는 방법은 각각 다르지만 온건하게는 신자유주의의 고장 선언에서 자본주의가 붕괴된다는 강경발언까지, 결론은 한 방향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굳이 현 상황을 분석하고 지금 시스템이 고장 났거나 붕괴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를 접하고, 왜 비판만 하냐고, 좀 더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 비판 아닙니다. 비판이 아니고 현상분석입니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는 겁니다. 하여 이런저런 현상을 보면 이렇게 되는 것이 확실하다, 이런 말씀은 더 이상 안 드리겠습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좀 더 확실하고 다양한 증거가 필요하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얼마든지 꺼내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증거는 속속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못 믿으신다면 할 수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살거나 죽거나 하십시오.
그렇습니다. 설마 자본주의가 무너지겠어, 라고 애써 불안감을 달래더라도, 최소한 현재의 통화체제, 무역체제, 금융체제, 경제체제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건 확실합니다. 무너진다, 끝났다, 하니까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정말이야? 끝난 거야?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지?
그래서 이번에는 분석이 아니고 살아날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에 빠질 것이 확실하니까, 지금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할 것이 확실하니까, 안전한 구조선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구조선으로 안전한 육지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육지로 가서는 어떻게 해야 안전하고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살 수 있는지, 그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에 이것들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배가 침몰하기 전에 구조선을 띄우고 배에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구조선을 준비만 해두고 배가 침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미련 떨다가 막상 침몰하면 구조선을 띄우지도 못하고 물에 함께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선으로 미리 탈출했더라도 배는 당장 침몰하지 않고 버틸 겁니다. 어쩌면 배에 남은 이들은 침몰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뱃전에 기대어 구조선에 탄 이를 미친 녀석들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저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친다고 비난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배에 그냥 있을 걸 하고 아쉬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육지로 가야한다면 한 시라도 일찍 가는 게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데 더 낫고, 나중에 난파당해서 기진맥진한 이들을 구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구조선을 타야 하느냐고요? 정말 배가 침몰 하느냐고요? 정말 이 배에서 탈출해서 새로운 땅을 찾아서 새 삶을 꾸려야 하느냐고요?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확신 하느냐고요? 역사를 뒤져보십시오. 인간의 역사라는 게 늘 이런 탈출과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었고, 그 시기를 놓치면 모두가 긴긴 시간을 암흑 속에서 힘들고 불행하게 보내야 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예를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조선이 붕괴되는 과정, 이후의 제국주의 침탈, 그 이후의 어지러운 우리의 근대, 현대사만 봐도 이것은 아주 분명한 사실입니다.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자가 가장 어리석은 자입니다. 혹시 이 과정의 역사를 잘 모르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자세하게 조목조목 일러드리겠습니다.
방법을 찾기 위해 지금부터 잠깐, 이제는 현실로 만들기 불가능한 꿈을 꿔보십시다. 우리가 모두 행복하게 살려면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할지, 그 꿈부터 한번 꿔 보십시다. 꿈 안에서 방법이 나올 겁니다. 조금만 일찍 정신을 차렸더라면 현실이 되었을, 그러나 이제는 꿈에서만 그려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너무 참담해하지만 마십시오.
아이들은 학교에서, 혹은 학교 밖에서 저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합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녀석은 코치에게 주는 돈 봉투 없이도 동네클럽에 가서 마음껏 공을 찹니다. 전국 4강에 들지 않으면 대학을 못가는 규정 때문에 공부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이기는 축구만 배우느라 정작 축구를 즐기지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공을 차는 녀석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학원이야, 과외야, 야간자율학습이야, 시달리지 않아도 대학갈 준비는 학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점수로 친구들을 따돌리고 스스로 주변에 벽을 쌓고 혼자만 살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치사한 짓보다, 아이들은 왜 대학을 가야하는지를 고민합니다. 가야 할 이유가 없다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됩니다. 자동차를 수리하고 정비하고 튜닝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걸 굳이 대학까지 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대학 나오지 않았다고 취업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노력하고 즐겁게 인생을 꾸리면 됩니다. 아이들의 삶은 그 나이의 아이들답게 싱싱하고 푸릇푸릇합니다. 아이 공부시키느라 부모들의 허리가 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 학원비 대느라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일 하고 싶은 이는 얼마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학력차별도 없고 직종마다 서로 다른 임금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높은 임금은 많은 세금을 내고, 적은 임금은 세금을 적게 내거나 면제받습니다. 저소득자에게 주거, 의료, 교육에서 더욱 많은 혜택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저소득자가 빈민으로 추락하는 일은 없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계약직, 내부하청 등 갈가리 찢어놓은 노동계층의 구분도 없습니다. 부모의 부를 상속받는 이는 많은 세금을 내야하고 많은 부를 가진 이 또한 그에 걸 맞는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부에 따른 계층구분도 없습니다. 계급 간의 갈등, 교육수준에 따른 차별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부동산 투기, 주식, 펀드 투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많이 가지고 많이 쓴다고 많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있고, 거리에는 즐거운 즐길거리가 잔뜩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구분이 없으므로 남녀차별, 인종차별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얼굴마다 웃음이 서려있고 한 사람의 아픔은 전체의 아픔이 됩니다. 남을 보살피는 것이 나를 보살피는 것으로 돌아옵니다. 사랑하는 남녀는 아름답게 사랑합니다. 가진 돈으로, 외모로, 배경으로 아픈 이별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이 든 이들은 젊은 시절 땀으로 가꾸었던 세상을 느긋하게 즐깁니다. 행복하고 여유가 있는 사회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여건이 됩니다. 다양한 문화가 세상에 퍼지고 아름다운 가치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갈등은 대화 속에서 해결되고 충돌은 양보 속에서 사라집니다. 양보를 해도 억울하지 않습니다. 내어주면 그만큼 넉넉해지거든요.
이 정도면 되나요? 이 정도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훨씬 아름다운 세상이 되나요? 따지고 보면 간단한 일이죠? 그런데 왜 이 간단한 일이 불가능하죠? 왜 그렇죠?
두 가지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시스템과 탐욕입니다. 시스템이 그러하기 때문에 탐욕이 생기고 이 탐욕이 세상을 갈기갈기 찢어 놓습니다. 또한 탐욕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을 더 강하게 만들고, 이 강한 시스템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을 칩니다. 그러므로 시스템을 바꾸고 탐욕을 버리면 이 허망하고 참담한 세상을 바꿀 수가 있습니다. 이것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쉽지 않은 일이죠? 쉬웠다면 지금 우리가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겠죠? 왜 어려울까요? 이 간단한 일이?
남들이 다 그러한데, 나 혼자서 이런 생각하는 거, 쓸데없는 짓이죠? 바로 이겁니다. 바로 이, 나 혼자만? 이라는 생각이 세상이 바뀌는 것을 막고, 결국 세상이 붕괴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살면 좋은 거 뻔히 아는데, 그거 나 혼자만 하다보면 다른 이들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가고 좋은 차 굴리고 좋은 집에 살고 돈 펑펑 쓰면서 사는 거 지켜봐야만 하는데, 억울해서 어떻게 살아! 바로 이 마음이 우리 모두를 지옥에 던져 넣고 있는 겁니다.
어쨌건, 이 행복한 상상이 현실이 되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답고 가치로운 세상이 되겠죠? 이런 세상을 만들기만 하면 되는 거죠? 우리가 이 격랑을 헤치고, 육지에 도착해서 만들어야 할 세상이 이런 세상이라면, 이제 준비를 해봅시다.
이제부터 치열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부드럽게 돌려가면서 이런 저런 대책을 세우시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직설화법으로 대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드린 말씀에 동의하지 않는 분에게는 아무 소용없는 허망한 대책입니다. 그런 분은 지금까지 했던 대로 열심히 부동산 정보 뒤져가면서 아파트, 땅 투기 계속 하시고 깡통 된 주식, 펀드 잘 추슬러서 다시 한 번 대박의 꿈에 도전하십시오. 아이들을 학원이야 과외야 내몰면서 국제중, 특목고, 명문대의 꿈을 키워보십시오. 아마, 당신들의 자식들이 천신만고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면 낯설고 새로운 시스템에 들어가기 위해 전에 본 적이 없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종류의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할 겁니다.
지금까지 드린 말씀에 동의하는 분들은 기반부터 흔들리는 이 대지진 속에서 침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구조선부터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이 준비가 결국 당신들의 아이를 건강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로 키워서 새로운 시스템의 세상 속에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게 만들어줄 겁니다.
기회는 언제나 미리 준비를 한 자의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입니다. 큰 도시에 사는 분들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작은 도시, 농어촌 지역에 사는 분들은 큰 도시에 사는 분들에 비해 덜 다급합니다. 어쩌면 살고 계신 그 자리에서 새로운 대책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차근차근 준비를 잘 하셔야 합니다. 준비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만 이것은 결국 한 방향으로 집약됩니다. 공동체, 연대를 만드는 방향입니다. 모든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새로운 룰, 새로운 희망은 공동체와 연대입니다. 역사의 물꼬를 틀어놓던 힘도 공동체와 연대였습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도 역시, 공동체와 연대입니다. 위기에서 탈출한 이유도 이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희망이 없다면 탈출해봤자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해 죽을 뿐입니다.
공동체와 연대를 만드는 방법은 대단히 다양합니다. 이 모든 방법을 일러드릴 자격도, 지혜도 없지만, 그 중 잘 아는 한 가지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이 귀농입니다. 귀농을 농사지으며 살러 시골로 가는 것으로 오인하지 마십시오. 농촌이라는, 우리가 버렸던 곳,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희망과 가능성이 남아있는 곳으로 가서 새로운 방식의 삶을 꾸리는 것을 귀농으로 보셔야 합니다. 또한, 귀농은 도시를 폐허로 만들고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자본의 촉수로부터 희망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는, 이기기만 한다면 폐허가 된 도시까지 재생시킬 수 있는, 자본과의 전쟁터, 그 최일선으로 가는 일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당장 파십시오. 그동안 그 아파트를 사기 위해,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는지,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는지 그런 건 따지지 마십시오. 당장 파십시오. 아파트는 부동산이 아닙니다. 동산입니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허깨비입니다. 팔고 싶어도 사는 사람이 있어야 팔지! 하지 마십시오. 팔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아파트 원가를 말씀드렸을 겁니다. 그 동네의 땅값이 평당 천만원이라면 30평 아파트의 원가는 아주 후하게 쳐서 2억7천만원입니다. 그 동네의 땅값이 평당 백만원이라면 30평 아파트 원가는 1억3500만원입니다. 이것은 새 아파트의 원가입니다. 헌 아파트는 감가상각을 해야 합니다. 값은 더 떨어질 겁니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보십시오.
그동안 은행에 월세주고 사셨던 분, 이제 헛짓 그만 하십시오. 아마 월 백만원 이상씩 낸 집이 수두룩할 걸요? 은행에 매달 내던 이자, 그게 은행에 갖다 바치는 월세입니다. 그동안 고생고생하며 냈던 이자는 인생공부 수업료냈다고 생각하세요. 대출원리금에 아파트 원가만 더 확보된다면 당장 파십시오. 아파트 원가조차 확보되지 않는다 해도 그래도 가장 싼 값에 파세요. 은행에 내던 월세를 안내는 것만 해도 어디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아파트에서 탈출하는 겁니다. 지금은 이익 따질 때가 아닙니다. 손실을 덜 본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 정부는 아파트 값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온갖 수를 다 쓸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는 아파트에서 빠져나가고 싶어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함께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 하시는 분들은 지금 미국의 신규 홈리스들을 잘 살펴보세요. 그들이 어째서 홈리스가 되어버렸는지를.
아파트 전세를 살고 계시는 분들은 당장 집 빼세요. 어떻게 해서든 전세보증금 돌려받고 나오세요. 대출에 전세까지 끼어있는 집이라면 자칫 전세보증금조차 건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 집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중입니다. 전세 살고 계시는 분들이 오히려 더 급합니다. 속히 나오세요. 붕괴직전입니다.
연립주택이든 빌라든 단독주택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보다는 상황이 좀 나을지 모르지만, 재개발, 신도시, 뉴타운 기대 버리고 당장 빠져나오세요. 곧 지진 일어납니다. 살 사람이 어디 있어! 하지 마세요. 몸이라도 빠져나오겠다는 생각을 하면 팔 수 있습니다. 아직 이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미련을 가진 이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올 초에도 말씀드렸습니다. 그 때 실행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쉽게 아파트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고 손실은 더 커질 겁니다. 당장 빠져나오십시오.
아파트를 빠져나왔다면 옮겨 살 곳을 마련해야겠죠? 아마 살고 계시던 곳에서 옮겨 살 곳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아파트에서 왜 빠져나왔는지를 생각하십시오. 도망친 것이 아닙니다. 준비를 하기 위한 첫 번째 순서이기 때문에 빠져나온 겁니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그 돈을 꽁꽁 숨겨두십시오. 그 돈으로 절대로 주식, 펀드, 혹은 부동산 투기하지 마세요. 그럴 거면 아파트에서 탈출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돈이 새로운 삶을 만들 밑바탕이 됩니다. 가장 적은 돈으로 수년의 준비기간 중 살 집을 마련하세요. 전세든 월세든 나중에 움직이기 쉬운 곳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다음, 지출규모를 파격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곧 저소득 저소비 시대가 다가옵니다. 지금부터 적응하지 않으면 대단히 고통스러울 겁니다. 최대한 아끼고 최대한 모으십시오.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새롭게 살 준비를 하셔야 해요. 그러자면 먼저 낭비구조부터 바꾸세요. 아이들 사교육비? 그거 낭비입니다. 엄청나게 돈 쏟아부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강남아이들 사교육비 평균이 얼마인지 아시죠? 그거 쏟아 부울 자신 없으시죠? 그 정도 못하신다면 아예 하지 마세요. 차라리 그 돈으로 아이 등에 배낭 짊어지우고 여행가라고 하세요. 가능하다면 아이랑 함께 배낭 짊어지고 떠나세요. 일단 이 좁디좁은 땅에서 벗어나서 세상을 한번 보세요. 그래야 우리가 무슨 멍청한 짓을 하며 살아왔는지 잘 보입니다. 그러자면 아이를 학교에서 빼내야합니다. 학교가 어떤 곳으로 변했는지 잘 아시죠? 알면서 모르는 척하셨죠? 이제 그러지 마세요. 돈이 가장 많이 드는 곳에서부터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학교 빼내고 사교육 안 시키고 뭘 어쩌라고! 대학은! 이러실 거죠? 대학 보내지 마세요. 너무 과격한가요? 우리나라 대학 강의가 어떤지 대부분 잘 아시죠? 대학의 시스템도 잘 아실 겁니다. 이런 대학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아이를 보내려면 도대체 돈이 얼마가 드는지 아세요? 모르신다면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물어보세요. 1년에 얼마가 드는지. 그리고 그 돈을 처들인 효과가 있는지. 소위 명문이란 대학도, 삼류사류라는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도토리 키재기예요. 대학 보내지 말라는 말, 결코 과격한 발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유학 생각도 하지 마세요. 아파트 탈출하고 아이를 학교에서 빼내서 하는 짓이 겨우 유학이라면 그건 정말 허망한 짓입니다. 유학, 어디로 어떤 방법으로 보낼 건데요. 뻔하죠?
대책 없는 말씀만 드리는 거 같죠? 아닙니다. 확실한 근본의 대책을 세우려고 이러는 겁니다. 부모에게는 새로운 방식으로 살 준비기간을, 아이에게는 건강한 긍정의 실력을 주기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아이에게 많은 가능성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아이가 앞으로 평생 살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게 하세요. 학교에서는 절대로 그거 안 가르쳐줍니다. 아이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많아요. 그 긴 시간을 제대로 살기 위해 지금 1, 2년 투자하는 거, 그거 초조하고 아깝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입니다. 여행 보내세요. 강남 한 달 사교육비로 국내는 1년을, 해외는 몇 달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와 진지하게 의논하면서 아이의 진로에 맞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주세요. 다른 교육방식을 모색하세요. 학교에서만 교육하는 걸로 알고 있죠? 아닙니다. 이미 알게 모르게 굉장히 다양한 시도와 실행을 많은 이들이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보세요. 부모가 공부하셔야 합니다. 애들에게 사교육비 대줄 생각만 말고, 그 돈 벌 시간에 공부를 하세요. 어떤 교육이 교육다운 교육인지, 어떻게 해야 내 아이가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 수 있는지, 공부하세요.
아이가 자신의 삶을 차근차근 구상하는 동안 부모들은 새로운 방식의 삶을 모색하세요. 이미 생활비 규모는 확 줄어있을 겁니다. 아등바등하던 삶에 숨통이 조금씩 터질 겁니다. 그 여유를 방법을 찾고 공부하는데 투입하세요. 공부를 하다보면 아마 살 길은 농촌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이건 아주 간단한 경제 법칙이예요. 도시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 모두 먹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경쟁이 대단히 치열합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갈라내고 해고를 일상화해도 참고 견디는 건 그렇게라도 해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그걸 잘 알고 있는 거죠. 사람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그 꼴 납니다.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일 할 사람은 많으면 조건은 계속 박해집니다.
그러나 농촌은 사정이 다릅니다. 할 일은 지천인데 일 할 사람이 없어요. 현재 농촌의 평균 연령이 어떤지 아시죠? 10년만 지나가면 농촌인구는 현재의 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노인들이 돌아가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없어요.
그럼 시골 가서 농사지으란 말이야? 아닙니다. 농사가 어디 그리 만만한가요? 농사전문가인 시골 어르신들이 세상 하직하기 전에 우선 그 기술을 틈틈이 배우세요. 나중엔 농사짓고 싶어도 짓는 방법을 몰라서 못 지어요. 그거 한 10년 걸릴 겁니다. 농사짓는 법을 익히는 동안 어르신들이 짓는 농사, 그 농산물을 어떻게 제 가치로 유통시킬 것인가를 연구하세요. 싱싱한 유기농 배추가 산지에서는 헐값인데 도시에서는 비싸서 못 사요. 왜 그럴까요?
그걸 트럭에 싣고 '싱싱한 배추 사세요' 하란 말이야? 진정하세요. 한 가지만 일러드리겠습니다. 인터넷 환경은 우리나라가 세계최강입니다. 산골오지도 이제는 인터넷할 수 있어요. 거기다가 배달의 기수답게 배달환경 또한 세계최강입니다. 무인도에 살지 않는 한 배달받지 못하는 곳은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당신들이 도시에서 살면서 어떻게 했는지를 잘 기억하세요. 그러면 답이 나올 겁니다.
그것만 다가 아닙니다. 불황이네, 경제위기네 세상이 난리법석이지만 휴일이면 도시의 차들로 고속도로 미어터집니다. 그 차들이 다 어디 갔다 오겠어요? 이웃도시로 놀러갔다 오나요? 아니죠? 어디로 갔다 오는 거죠? 농촌입니다. 왜 가죠? 빡빡한 도시살이에 숨통이라도 잠시 틔어주러요. 그거 다 돈 아닌가요? 그렇게 보면 농촌엔 돈이 굴러다니는 겁니다. 그걸 연구하세요. 연구하고 공부하세요. 그러면 상상도 못했던 일자리들이 농촌에서 나옵니다.
이렇게 연구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을 찾으세요.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고립은 도태의 자궁입니다. 지금까지는 도시에서 무한경쟁의 살벌한 싸움을 하며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단단한 연대의 그물을 마련하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함께 할 수 있는 동료, 이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생각하는 방향이 같은 이들을 찾아서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세요. 혼자는 힘들지만 여럿이면 길이 쉽게 열릴 겁니다.
아파트에서 탈출해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삶을 바꿀 준비를 그 동안 했습니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나요? 그러면 농촌으로 삶터를 옮기세요. 그동안 아파트 팔고 남은, 꽁꽁 꿍쳐두었던 돈을 들고 어떤 집을 지을까, 어떤 땅을 살까, 이런 생각하지 마세요. 아직 집 지을 때 아니고 땅 살 때 아닙니다. 그동안 공부한 시골살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라면 모를까, 그런 곳을 찾지 못했다면 가장 싸게 옮길 수 있는 곳을 알아보세요. 전원주택은 꿈도 꾸지 마세요. 전원주택은 시골집 아닙니다. 도시짝퉁집입니다. 거기 들어갔다간 실패해요. 아무리 황토가, 통나무가 유혹을 해도 절대 집 짓지 마세요. 집은 아무나 아무렇게나 짓는 게 아닙니다.
농촌으로 옮긴 후, 이제 직장 털고 그동안 연구하고 연습했던 일을 시작하세요. 이 때 쯤 이면 생활비 규모는 도시가계지출 규모의 절반 이하로 팍 줄어있을 겁니다. 돈 덜 벌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역량을 어느새 키웠습니다. 그만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는 됐습니다. 여기까지 도달하면 구조선에 올라타서 육지로 방향을 잡고 가는 일까지는 성공한 겁니다. 이때부터가 중요합니다. 육지로 가는 동안, 거기에 도달하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를 생각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아름답지만 불가능했던 꿈을 현실로 만들 힘을 길러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난파선 탈출 작전 개요입니다. 이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릴 차례입니다. 잠시 숨 돌리고,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댓글 정신 번쩍들게 하는 글! 늘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