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정진 청송교도소 재소자 시인 등단) 보도자료
▶등단 문예지:『계간 <창작21> 2007년도 봄호
▶이름: 이정진(우발적 살인죄로 청송교도소 10년 째 복역 중)
▶등단작품 / 불새의 꿈 4편 ▶보도자료 분량: 6쪽
▶문의처: 계간 창작21(전화 02-2267-6833, 팩스 2268-7067)
* 상처가 깊어 갈수록 내 몸에서는 묘한 희열의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이파리를 피워 냈다. 머지않아 그 씨앗들은 열매를 맺어 내 아버지에게로 갈 것이다.
-이정진의 당선소감 중에서
* 계간 <창작21> 신인문학상 당선소감
후회할 삶을 살지 않겠다는 마음 뿐
사는 게 역겨우리만치 힘이 들었습니다. 남들 앞에 죄인이기에 앞서 내 자신 앞에 먼저 죄인인 채로……. 길거리의 걸인들보다 더 소외된 죄인의 삶 속에서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죄 지은 자의 일기요, 반성문이었습니다. 끙끙 앓은 흔적이지요. 희망이라는 게 정말 있다면 그게 바로 이런 모양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족하고 못난 죄인에게 부끄럽게도 이런 과분한 영광을 주시니 ‘어여, 어여’ 떠밀며 여비까지 챙겨주시는 듯 하여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이대로 시들고 말 인생인줄 알았던 제 앞에 이토록 힘이 되는 선물을 주신 <창작 21>의 문창길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감생심 용서를 바라지도 않지만 죄인에게 용서란 선거공약과도 같습니다. 다만 두 번 다시 후회할 삶을 살지 않겠다는 마음 뿐, 그리고 이제는 좀 밝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수감된 지 어언 10년, 이제 삼 년 남은 수용생활도 그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부끄러운 죄인이 이런 조심스런 자리에 이름 올릴 수 있음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정진 약력: 1969년 전북 부안 출생. 서울에서 성장. 서울기계공고 3학년 때 중퇴. 1996년 살인죄로 수감되어 현재 교도소에서 10년 째 복역 중이다. 검정고시를 통해 고교 과정을 마치고, 독학사 준비를 하고 있으며, 강직성 척추염으로 투병 중에 있다.
- 신인상 심사평
진정성과 표현 사이에서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 중에서 이정진의 「유골」 「수마」 「시식」 「불새의 꿈」 「연」을 선한다. 이정진의 시어는 간절한 육성이 묻어 있어 편편이 진정성이 넘친다. 그가 응모한 시 17편은 모두 뒤로 밀어놓기 아까운 작품들이다.
‘건드리면 쓴물 나오는 이름/ 어머니’로 말문을 열어 ‘새까맣게 타버린, 어머니/ 하얗게 용서하신, 어머니/ 한 줌의 통곡, 어머니’「유골」로 오열하는 이 애절하고 격한 리듬이 콱 치밀어 메우며 선자의 가슴을 울린다. 그의 시는 하나같이 수식에 앞서 날 체험의 감동으로 독자에게 각인되는 마력을 갖는다. 그가 사물을 보는 안목은 독창적이고 구체적이다. 그의 교도소 안에서의 특수체험이 이 독창성과 구체성을 통하여 독자 앞에 선하게 다가온다. 아무리 무료하고 답답한 감옥생활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 할지라도 놓치지 않는 그의 시적 감수성, 이 감성을 시로 직조하는 자로 잰 듯한 묘사력은 독자의 눈을 비비게 한다. ‘한낮의 태양이 무수한 은침銀鍼을 날리는 철창사이로/ 거미줄처럼 수마가 내려와 가지를 치고 넝쿨손을 뽑아 온몸을 얽어/ 눈꺼풀은 실뿌리를 내려/ 물을 잔뜩 머금고/턱이 익은 열매 마냥 벌어지며/ 과즙이 흐른다/ 의식의 양털을 뽑아/ 물레를 돌리고’「수마」 입을 떡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낮잠을 즐기는 동료의 모습이 재미있게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 여유가 철창으로 갇힌 감방 안에서의 풍경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컬한 묘한 뉘앙스를 느끼게 한다. ‘시식’하듯 ‘죄’의 ‘독초’를 씹고 ‘새우잠’을 자면서도 ‘여의봉’을 휘둘러 ‘울타리’를 부수고 ‘용궁’을 짓고 ‘행복’을 찾겠다는 ‘불새의 꿈’이 ‘연’으로 날아오른다. 「연」은 지금의 그의 심정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연을 날린다/ 마음 가득 바람을 채워/ 실도 없이 연을 날린다/ 가슴 속 얼레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최면으로 이어진 은빛 호선을 따라/ 혼백이 딸려 올라간다/ 발목의 사슬이/ 팽팽해 질 때까지’
문단 등단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정진의 당선을 축하하며 각고의 정진을 바란다. 그리하여 이 땅에 허다한 시인 중에서 개성 있는 시인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이기형 문창길 정대구(평글)
특히 이번 이정진씨의 시인으로서의 등단은 단순한 감상적 글쓰기 형태가 아닌 상당한 습작기간을 거친 우수한 역량을 가진 신인이다. 어려운 현실공간에서 사물과 관념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지한 성찰과 관찰력을 지닌 문학도로서 그간 끊임없는 습작과 창작열을 불태워 온 보기드문 수감자 시인이다. 더구나 그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고 있으며, 과거 우발적인 살인으로 인한 죄값을 기꺼이 받고있는 가운데 시인으로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있다. 그의 가족들도 똑같은 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수감자 신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이정진씨의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시인으로서 재탄생한 그의 앞날에 문학의 행운이 활짝 열리기를 기원한다.
- 감사합니다. 널리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정진씨의 사진 및 기타 자료는 창작21(다음 카페)에서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이정진님의 신인상 등단을 축하 해 주세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