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아침 적잖은 길을 걸었다. 무려 8km. 운동도 아니고 산책도 아니다. 우습게도(?) ‘당근’ 거래를 위한 걸음이었다. 판매자의 아파트 이름을 들었을 때 그 동네라면 한번 가본 적이 있는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거기라면 내 집에서 걸어 한 20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다.
20단지라면 18단지를 지나야 한다는 나름의 생각, 그래서 단지가 꽤 큰 18단지를 지나고 있었다. 판매자로부터의 메시지, 언제쯤 도착하느냐고 묻고 있었다. 18단지를 지나고 있다는 대답을 보냈다. 판매자는 자신은 출근하느라 집을 나가 있었고, 대신 자기 어머님더러 물건을 전달해달라며 아파트 출입구에 내려보내겠노라고 했다. 연로하실 판매자 어머님이 내려와 계신다는 메시지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18단지는 왜 그리 넓은지 계속 걸어도 끝이 안 보였다. 그 사이에도 몇번 판매자로부터 메시지가 오고 있었다. 18단지가 끝나가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거기서부터 이어져야할 19단지, 20단지가 보이질 않았다. 웬일인가고 동네를 오가며 살펴봐도 19단지, 20단지가 안보이는 것이었다.
그 단지들은 18단지에서 이어지며 들어선 게 아니었고 18단지 뒤쪽에 있었다. 그러니 그 쪽으로 가려면 다시 18단지로 되돌아 가야했다. 허둥지둥 다시 되돌아오는 사이에 메시지는 계속 오고 있었다.
어머님이20분 째 기다리고 계시는데 어떻게 된 영문이냐. 10분 내로 도착하지 않으면 거래를 취소하겠다 등등. 비가 오니 길거리에서 우산을 쓴 채 메시지 응답도 쉽질 않다. 그래도 보내지 않을 수 없어 한 마디했다. 어머님 기다리게 하시지 말고 그냥 우편함에 넣어두면 찾아 가겠다. 그렇게 그렇게 해서 겨우 아파트로 찾아갔더니 물건은 우편함에 넣어져 있었다.
비오는 월요일 아침 8km를 걸어 구입한 물건은 무엇일까. 소금, 히말라얀 핑크 솔트(Himalaya Pink Salt)였다. 값은 단돈 5천원. 그 거 사러 코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걸은 것이다.
그게 뭐하는 짓이냐며 우스워들 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있다. 하지만 나는 남들이 보아 보잘 것도 없는,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열성을 다하곤 한다. 때때로 그런다. 오늘은 월요일 아침부터 비가 오길래 그랬다고 치자.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 그런다고 우스워해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