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적 대중소설 작가인 “김진명”은 발간 1 년 만에 300 만 부가 팔렸다는 초특급 베스트셀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993)>으로 처음 만난 후 신간 소식을 들을 때마다 꼬박 꼬박 찾아 읽었을 정도로 푹 빠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 권 두 권 읽은
책들이 쌓이다 보니,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음모론과 과도한 민족주의라는 동일한 패턴의 반복에 어느새 식상함과 실망감이 함께
느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그의 신간 소식이 더 이상 내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었고 이제 그와 멀어진지 한참이 되었다. 즉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읽고 나면 실망스러운, 나에게 있어 “재미”와 “실망”, 두 가지 모두를 느끼게 하는 작가였던 것이다. 그래서 작년
(2011년)에 출간되어 50만부 이상 팔렸으며 인터넷 서점에서 “2011년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선정도서”로 선정되었다는 그의 역
사소설 <고구려>시리즈 도 몇 몇 지인들의 권유와 독자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다가 출간된
지 1년이 훌쩍 넘은 후인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엉뚱한 이유에서다. 최근에 전자책(e-book)을 선물 받게 되어 가입되어
있는 전자책 도서관에서 테스트용으로 <고구려 1; 도망자 울불(2011년 3월/새움)>을 대출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저 전자책
이 읽는데 어떨까 하는 테스트 목적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 결국 읽던 종이책을 뒤로 밀어두고 두 권을 더 대출 받아서 이틀 만에
세 권을 모두 읽었다. 다 읽은 후 소감부터 말하자면 오랜만에 만난 김진명의 소설은 역시 재미있었다.
미천왕 때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 여섯 왕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고구려> 시리즈 중 이번
에 만난 책은 고구려 제 15왕인 “미천왕(美川王. 재위 300∼331)”을 그린 1권 <도망자 울불>과 2권 <다가오는 전쟁>, 3권 <낙랑축
출> 이었다. 그런데 역대 고구려왕 들 중 한 번도 소설이나 드라마로 다뤄지지 않았을 정도로 별로 주목받지 않았던 미천왕을 첫
소재로 한 이유는 뭘까? 작가는 어느 지방에서 있었던 강연회에서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을 빼놓고 미천왕을 처음으로 다룬 이유는
미천왕이 고구려왕 중 최고로 훌륭하기 때문이며 일반인이 모를 뿐이지, 미천왕은 중국 세력을 몰아냈다는 점에서 그 공로를 인정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즉, 400 여 년 가까이 옛 조선(古朝鮮)의 영토를 지배했던 한사군(漢四郡)인 “낙랑군(樂浪郡, 313
년)”,“대방군(帶方郡,314년)”을 점령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여기에 미천왕이 어릴 적 숙부(叔父)인 14대
왕 “봉상왕(烽上王, 재위292~300)”의 핍박을 피해 소금장수로 숨어 살다가 성인이 되어 숙부를 폐위시키고 왕위에 올랐다는 사연
이 꽤나 극적(劇的,dramatic)이어서 소설로써 충분히 그려볼 만 한 점도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물론 고대 영웅설화(英雄說話)
나 무협소설(武俠小說) 등을 통해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정형화된 스토리 라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김진명은 이런 미천왕
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워낙 많은 분들이 읽었고, 서평들 또한 많이 올라와 있으니 줄거리 요약은 중언부언(重言復言)이 될 테
고 개인적인 감상 몇 가지만 언급해보자.
이 책,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틀 만에 세 권 1,0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읽어낼 정도로 참 재미있다. 울불이 숙부 봉상왕의
살해위협을 피해 노비와 소금장수로 떠돌다가 낙랑으로 피신하고, 수많은 위험과 고초를 꿋꿋히 이겨내고 마침내 숙부를 폐위하고
제15대 왕위에 올라 10년을 준비한 끝에 낙랑군을 점령하는 과정 하나 하나가 영웅설화와 역사소설 특유의 재미를 한껏 느끼게
만든다. 특히 3권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고구려와 낙랑군과의 전쟁 장면이 참 재미있는데, 그중 고구려의 중장기병(重装
機兵)인 “개마무사”와 낙랑군의 장창보병(長槍步兵)으로 구성된 “장창방진(長槍方陣)”과의 최후의 전쟁 장면은 여느 역사소설에서
도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장쾌한 스케일에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과 스릴, 그리고 비장미까지 느껴져 이 책에서 백미
이자 압권이라 부를 만하다. 이렇게 치열했던 전쟁과 처절한 희생 끝에 마침내 성을 점령하고 미천왕이 자신과 함께 했던 병사들과
전우(戰友), 그리고 선조들에게 승전을 고하는 장면에서는 살짝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처럼 이 책, 역사 소설 특유의 재미를 만끽
할 수 있었고, 재미와 더불어 다른 나라가 아닌 바로 우리나라 역사이기에 감동적이기까지 했던 소설이었다.
그러나 역시 아쉬움은 남는다. 그동안 그의 한계로 지적되어 온 “과도한 민족주의”적인 경향이 이 소설에서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용납해줄 만 한 수준이다. 왜냐하면 현대사(現代史)를 배경으로 어설픈 음모론(陰謀論)과 역사 왜곡 수준의 과도한 민족주
의를 주창해온 그간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 소설이 아예 민족주의적일 수 밖에 없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으니 민족
주의를 좀 지나치게 담아냈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에서 미천왕과 일대 전쟁을 치룬 숙적인 낙랑태수
“최비(崔毖)”가 실제 역사에서는 진(晉) 나라의 평주자사(平州刺史)로 동이교위(東夷校尉)를 지내다가 전연(前燕)의 모용외(慕容廆)
에게 쫓겨나 고구려에 도망 와서 319년(미천왕 20년) 고구려에 귀화했다고 하니 낙랑군 점령(313년) 훨씬 후의 인물이었다는 점이
나 지금의 평양(平壤) 일대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낙랑군을 요동(遼東) 지역에 있었다고 설정 - 물론 한사군 위치에 대해
서는 역사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니 한사군 요동 위치설이 틀렸다고는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남한 사학계 정설은 한반도
내륙설이다 - 한 점은 소설적인 허구(虛構)로써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오히려 너무 작위적(作爲的)인 느낌을 곳곳에서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낙랑군과 고구려 간의 전쟁에서 낙랑군이 부상병을 앞세우는 장면이나 마지막 대목에서 전쟁에서 패한 낙랑군들이 성 밖에
고조선 유민들을 세워 놓고 성으로 진격하면 유민들을 활로 쏴죽이겠다며 미천왕 군대의 입성(入城)을 막는 장면이 특히 그러했
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유민들이 고구려 장수 - 그것도 전장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장수가 사실은 살아있었다는 설정 - 의 설득
으로 자진해서 화살받이가 돼서 모두 몰살당하는 장면은 나름 비장미는 있지만 그동안 여러 역사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통속적인 장면인데다가 극적인 효과를 너무 지나쳐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여기에 정통 역사 소설에 걸맞지 않은 무협소설
적인 설정들,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 라는 표지 문구처럼 그만큼 작가가 삼국지를
의식하고 썼다는 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삼국지와 유사한 인물 설정 등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들었다.
아쉬운 점을 들다 보니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것처럼 쓰게 되었지만 이 책, 이런 아쉬움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참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김진명 작가는 그동안 현대사 소재 작품들만 읽어봤었는데 - 역사소설로 <살수>라는 작품이 있다는데 읽어보지 않았
다 역사 소설에도 꽤나 재능이 있는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나 문학적인 성취를 떠나 “재미” 하나 만큼
은 단연 발군인 작가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김진명의 소설들 중 이 <고구려> 시리즈 만큼은 계속해
서 찾아볼 생각이다. 당초의 기획대로 “장수왕” 편까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출처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ahn4527
첫댓글 장창방진이라... 삼국시대 한국의 장창은 장창 한개에 두명이 달라붙은걸로 알고 있는데, 그랬나요?
http://blog.naver.com/asiris27/110081117878
를 참고해보시길여 ^^
와아~! 감사염~ ^^
이거 알아주는 유사역사학 소설인데... 말로는 "삼국지를 능가하는" 어쩌구 하면서도 내용을 보면 삼국지 표절 수준... 게다가 환빠적인 내용이 가득한, 쓰레기 소설입니다.
아 그렇군여 2011년 선정도서가 함정이네여 ㅎㅎ
설마 환단고기를 김진명선상이 인용하였나여 ㅋㅋ
김진명작 천년의 금서에는 저 유명한 오성취루 드립까지 나온다능. ㄷㄷㄷ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생각을가진 제대로된 작가라면, 저 엄청난 스케일에 함부로 손을 못대지요. 사극도 마찬가지고... 주제모르는 작자들일수록 역사에대한 개념과 존중심을 상실해서 괜히 거대한 스케일의 주제로 사극찍다 개판을 맹글죠.
고조선 유민..??
저또한 고구려책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여 ^^
아하스페르츠님의 말씀대로 환단고기를 인용하셨다면
타국 영토와 인민또한 고조선이라는 하나의 뿌리
라는점을 주장한신것 같습니다여.....
레벤슬라움임요??? ㅎ
레벤슬라움은 아닌것 같습니다여
환단고기를 보자면 원래 중원고토는 한민족 소유라고
주장하고 말갈 거란 흉노등 유목민족또한 한갈래
라고 이야기하니 으음 생각하니 레벤슬라움도
들어가는것 같습니다여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