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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이라면 ‘도사님’부터 연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인천 재능대학 김기갑 교수는 이런 선입견을 버리고 수련을 거듭하면 누구든지 기공의 체화(體化)가 가능하다고 역설하는 기 전문가다. ‘기공 전도사’로 나선 그에게서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 중년을 위한 기공 건강법을 들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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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중 < 자유기고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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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다쳐 피가 흐르면 어떻게 합니까? 상처에 약을 바르고 정성스레 치료하죠? 그런데 기(氣)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든가 손상을 입는 것에 대해선 왜 그리도 무심합니까?” ‘국내 기공학(氣功學) 박사 1호’로 불리는 인천 재능대학 김기갑(41) 교수는 기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쑥 이렇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서 피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 흐르는 중요한 에너지인 기에 대해 일반의 인식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안타까움과 섭섭함이 함께 묻어났다. 힘이 없을 때 우리는 흔히 ‘기운(氣運)이 없다’고 한다. 또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를 기절(氣絶)한다고 표현한다. ‘기(氣)가 막힌다’는 표현도 자주 들을 수 있고, “젊은 사람이 왜 그리 기력(氣力)이 없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한다. 우울하고 언짢으면 기분(氣分)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환경이나 자리에 감도는 느낌을 분위기(雰圍氣)라고 칭한다. 천기(天氣), 용기(勇氣), 객기(客氣), 광기(狂氣), 열기(熱氣), 독기(毒氣), 호연지기(浩然之氣), 기상(氣像), 기질(氣質), 기품(氣品), 기량(氣量)…. 우리 생활 속엔 이렇게 기(氣)가 들어가는 낱말이나 표현이 숱하게 많다. 김교수는 이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이처럼 기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생활 곳곳에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자리잡아왔는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두다보니 그 존재를 부인하고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를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보존하고 증진하는 중요한 과제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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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은 ‘기’에 ‘공’을 들이는 행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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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서는 기를 ‘활동의 근원이 되는 힘’(두산동아 국어사전)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물리학, 고대철학, 동양의학에서 사용하는 기의 개념은 제각기 차이가 있다. 기공에선 대체로 ‘신체에 흐르면서 운동계, 내장계, 호르몬계, 정신계 등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생명 에너지’를 기(氣)라고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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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서의 기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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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가보면 광장이나 공원, 거리의 한적한 곳에서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기공수련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지금 뭘 하고 있냐’고 물어보세요. 모두가 ‘운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운동이라고 하면 흔히 강하고 동적인 것, 격렬한 것만 생각하는데 이는 서양적인 발상입니다. 기공은 엄연한 운동이며 체조입니다. ‘스포츠 기공’이란 이름도 기공을 대중화하자는 의미에서 붙인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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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서 발견한 기공의 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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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다음날 기공협회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이것이 기공과 그를 이어준 첫 인연. 하지만 그도 솔직히 얼마동안은 ‘기의 흐름’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목욕탕에서 하나의 ‘발견’을 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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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기를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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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수련 초기에 기감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것도 별로 염두에 둘 일이 아니라고 김교수는 말한다. 기감이 빠른 사람이 있고 느린 사람이 있는데, 빠르다고 해서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를 느끼는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완만한 상승형으로 꾸준히 기를 느끼는 사람이다. 둘째는 전혀 기를 느끼지 못하다 일정 기간 수련이 쌓이면서 어느날 갑자기 수직상승형으로 기를 느끼게 되는 경우이며, 셋째는 계단식으로 발전해가는 경우다. 김교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나중에는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며 아예 기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란 없다고 자신했다. 기감이 높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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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받기 시작한 기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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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수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1995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기공학술대회에서 ‘기공을 통한 부적응행동 유아와 적응행동 유아의 운동능력 비교분석’이란 제목의 보고서로 발표했다. 기공운동의 성과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가 전무한 실정에서 김교수의 보고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고려대 체육학과 이천희 교수가 크게 관심을 갖고 기공학을 개척해볼 것을 제의했다. 당시엔 기공학이란 용어조차 없던 때라 망설였지만, “협회장이 되는 것보다 교수로서 기공 발전에 기여하라”는 노진철 학장의 호령이 생각나 1997년 고려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됐다. ‘국내 최초의 기공학 박사’는 이렇게 해서 2000년 12월 탄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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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의 행동을 벤치마킹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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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곤지곤지. 곤지곤지는 한쪽 손가락을 펴 다른쪽 손바닥을 지긋이 누르는 행동이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인 것 같지만 여기에도 건강해지는 비결이 담겨져 있다. 사람의 손바닥 가운데에는 노궁(勞宮)이란 혈이 있다. 곤지곤지는 이 노궁을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노궁은 머리와 연결된 혈로, 이곳을 자극해주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또 곤지곤지를 하는 손가락은 대개 검지를 이용한다. 중지나 엄지, 새끼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곤지곤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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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탈피는 기공의 전제조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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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수는 처음 기공에 대해 강의하던 날을 추억처럼 이야기한다. 어느 문화센터의 강의였는데 13명의 수강생 중 11명이 아픈 사람이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기공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지극히 낮았던 때라, 기공강좌라고 하니 당연히 기를 통해 아픈 곳을 치료하는 의료기공쯤으로 생각하고 아픈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그날 김교수는 “기공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임엔 틀림없으나 내가 의사는 아니니 치료를 목적으로 오셨다면 돌아가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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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은 음식·금욕생활과는 무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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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운동을 할 때 무슨 특별한 복장을 입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선입견이다. 김교수는 그냥 가벼운 차림이면 되고 장소도 실내외를 가리지 않으나, 다만 시계나 반지 등은 빼는 게 좋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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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에 미친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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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만류하던 가족들도 이제는 김교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그의 부친은 약장수가 되지나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던 아들이 기공을 학문적 영역에서 개척해나가자 대견해한다. 부인 공영자씨와 딸들도 그에게 기공운동을 배우고 있다. 김교수는 큰딸 진희(인천 용일초교 5년)와 둘째딸 재희(인천 용일초교 2년)를 모델로 ‘어린이 키 크는 체조’란 제목으로 어린이 기공체조 비디오를 찍어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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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을 위한 간단한 기공운동 3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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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식영신(調息寧神)-호흡을 조절하고 정신을 안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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