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신천지’를 바로 알다
1. 신천지 탈퇴 신자, 박진영 씨
대구 31번째 확진자가 신천지 교인으로 밝혀지면서 신천지에 포섭된 후 신분을 숨긴 채 계속해서 천주교 신자로 위장해 우리 주변에서 이웃과 가족 등을 포섭하고 있는 사이비 집단 신천지 예수교증거장막성전(1984년 3월 이만희에 의해 창설된 사이비 종교단, 이하 신천지)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구 신천지로 인해 지역 사회뿐 만 아니라 국내에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사회적 거리 방역에 들어갔고 이에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한번도 미사를 중단한 적이 없었던 대구대교구와 전 교구는 미사와 더불어 모든 제단체 활동을 중단했다. 평범한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 신자들은 방송미사를 통해,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 신앙생활을 이어온 가운데 대구대교구는 지난 5월 7일 철저한 방역 속에 미사를 부분 재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본당에서 은밀하게 비밀스럽게 전도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천지에 대한 위험성과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교구는 유사종교담당을 통해 신천지 탈퇴 신자들의 증언과 신천지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신천지에 포섭되어 활동한 박진영(가명) 씨를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Q. 신천지에 어떻게 포섭되셨습니까?
20년 지기인 같은 신자의 권유로 2014년에 시작했습니다. 신천지를 소개한 그 신자는 구교우 집안으로 본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신자였기에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바쁜 사회생활로 성경공부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고 그것을 알고 있던 그 신자가 어느 날 성경공부를 하자고 했고 그 모임에 갔다가 포섭되었습니다.
Q. 이상하다는 의심은 없었습니까?
그 당시 가톨릭의 성경공부는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는데 그 신자가 소개한 성경공부는 3개월이면 끝난다고 했습니다. 또한 사제나 수도자가 아닌 교회 선교사가 성경공부를 가르쳐 줄 수도 있다고 해서 순진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성경공부를 시작한 후에도 의심을 하면 그 신자는 저와 함께 수도원에 가서 기도도 하고 알고 지내는 수사님들이 많다고 하면서 저를 꼬드겼고 성경공부를 하는데 있어 교회와 성당의 구분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저는 그 당시 무지했고 신앙적으로도 짧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 판단 능력이 없었습니다.
대상자를 교인으로 만들기 위해 신천지는 70명이 달라붙어 뱀이 똬리를 트는 것처럼 겹겹이 둘러싸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세뇌시킵니다. 특히 젊은이들을 취업으로 꼬여 “니가 곧 이 나라의 주인이 되고, 대통령도 니 말을 듣게 된다.”는 허무맹랑한 말을 하지만 그들과 계속 생활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젊은이들에게 전도사, 선교사, 강사로 직업을 주면서 돈을 조금 벌게 해주는데 젊은이들은 취업을 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면서 신천지에 심취됩니다. 또한 신천지는 젊은이들에게 ‘결혼하지 마라, 혼자가 편하다, 나중에 하느님 나라에 갈 때 혼자가 아니라 딸린 식구가 많으면 하느님 나라에 못 간다.’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세뇌를 시킵니다.
신천지는 모임에서 졸거나 지루해하면 사단(악령)이 방해하고 있다며 회유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끊임없이 칭찬을 하고 환심과 호감이 갈 만한 행동을 하면서 대상자의 취약한 곳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의심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Q. 신천지 활동기간과 주로 했던 활동은 무엇입니까?
이제는 많이 알려진 ‘복음방’이라는 곳을 통해 3개월 동안 성경공부를 했고 이후에는 대명동 대구 신천지 본부에서 구역반 모임을 하면서 말씀을 한 구절씩 공부했습니다. 이때도 의심을 하니 대명동 신천지 본부는 원래 서울에만 있는데 이번에 대구에 신설된 곳이라며 의심을 하지 못하게 교육했습니다.
복음방과 본부를 거치면 수료가 되고 추수꾼으로서 한 사람을 전도시키면 신천지에 입교됩니다. 저는 입교 직전에 빠져나왔습니다.
Q. 집요한 세뇌 교육을 받았는데 어떻게 탈퇴하셨습니까?
신천지를 믿는 것을 가족조차 모르게 합니다. 그 이유는 대상자에게 올 복이 사라진다며 ‘내가 먼저 구원을 받아야 가족들도 구원할 수 있다.’며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가족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세뇌시켰습니다.
입교를 위해 추수꾼으로 활동하며 지인을 포섭하던 중 가족이 알게 됐고 1년 동안 가족의 집요한 추적과 관심 끝에 신천지가 사이비인 것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가족들의 그런 행동이 신천지를 음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가족의 소개로 유사종교담당 신부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신천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고 요한복음의 한 구절인 “예수님은 하느님이시다.”라는 말씀이 가슴을 치며 그때서야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신천지에 나가지 않았고 가족들과 신부님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은 가족들과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Q. 신천지에 대해 신자들이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신천지는 평범한 만남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2~3명이 같이 다니면서 다문화가정 돕기 헌 옷 수거, 일일 찻집, 네일 손질, 사주풀이, 상담심리(미술, 심리 치료 등), 생필품(비누, 치약 등) 나눔 모집, 학원 운영, 인문학 강의 및 행사 초대 등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때 이름, 전화번호, 주소, 나이 등을 물어보면 절대 알려주시면 안 됩니다. 어떤 단체도 개인 이력을 물어보지는 않으니까요.
Q.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얘기해주십시오.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이, 또는 모르는 사람이 호의를 베풀 때나 본당에서 신자지만 뜸했던 사람들(가끔 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서 대녀(대자), 기타 등등으로 소개하며 접근할 때, 그리고 폭풍 칭찬을 하는 사람 등을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가족 중에서는 평소 귀가 시간이 빨랐는데 언젠가부터 늦으면서 매일 일찍 나가고 이유 없이 늦으면서 휴대폰을 절대 손에서 내려놓지 않고 잠금 설치를 했을 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지금 생각해봐도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고 그때 난 정신병자였던 것 같다.”며 “한동안 미사 때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는 박진영 씨는 신자들이 신천지를 비롯한 유사종교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바로 알고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난 아니야, 절대로 빠질 리 없어!’라고 자만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신천지를 비롯한 유사종교에 빠질 수 있기에, 식별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교구 유사종교담당에서 펼치고 있는 예방교육과 교구 홈페이지의 ‘주의! 유사종교’ 칼럼 등을 통해 각자 끊임없이 공부하며 교회의 뜻, 교구의 뜻을 바로 알고 활동해야 하겠다.
[월간 빛, 2020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