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로 흉선암 3기를 극복한 한국의사테니스연맹 김병천 교수
TV 프로그램 생로병사에서 ‘암을 극복한 의사들’을 시청하다가 우연히 한림대 김병천 교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자와 함께 테니스를 해 온 교수님이지만 이렇게 힘든 암 투병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기자는 깜짝 놀라 인터뷰를 요청했다. 흉선암은 10만 명 중 한 명이 걸릴 만큼 희귀한 암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에 위치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과 외래 진료실을 찾은 기자는 그간 궁금했던 내용들을 질문했다. 김 교수는 2019년부터 한국의사테니스연맹 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양쪽 폐 사이에 위치한 흉선은 면역기관으로 사춘기에 그 크기가 커졌다가 성인이 되며 점차 퇴화됩니다. 성인이 되어도 흉선이 퇴화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흉선이 비대해지거나 종양이 생기면 암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11년 전, 별다른 증세가 없이 손 발 끝 말초신경이 하얀 초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여러 차례 검사를 해 보았더니 흉선암이 3기까지 진행이 되었다는 판정을 받고 아연실색을 했어요. 더더군다나 예후가 좋지 않아 5년 생존율이 30%밖에 안 된다는 것이 더욱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누구든 암에 걸리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엄습해서 무척 스트래스가 강해집니다. 암 수술 두 달 후,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도 매일 라켓을 들고 테니스장 주변을 걸었는데 50미터를 가면 쉬어야했어요. 머리도 다 빠진 상태에서 3개월 지난 후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구니 볼을 쳤는데 점점 근력이 생기더군요. 그때는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것 이외에 테니스로 잡념을 없애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테니스 하면서 불안감을 없애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시킨 노력이 회복 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고 회복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존해 테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은 기적적인 일입니다.”
김병천 교수의 세부전공은 대장항문외과이다. 최근 들어 식생활의 변화 및 좌식생활, 장시간의 운전 등으로 대장항문 분야는 급격히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강경대장수술과 로봇수술의 선구자 역할을 해 온 김병천 교수의 인생을 들어본다.
* 대학 때부터 테니스를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어떤 것인가요?
무엇보다도 2013년 2월 흉선 암으로 수술을 받고 나서, 테니스를 예전처럼 다시 할 수 있을까 생각 했었는데 수술 받은 지 3년 후 2016년에 전국의사테니스대회 일반부에서 우승한 것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 제가 의사테니스 대회에서 첫 번째 한 우승인데 암을 극복하고 난 후라서 무어라 말 할 수 없을 만큼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테니스를 해 보니 어떤가요?
여러 가지 운동 중 실내에서 하는 것 보다는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탁구를 치다가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테니스는 주로 야외에서 햇볕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친목도 도모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기의 체력에 맞게 어떤 운동보다도 빠른 순발력과 집중력을 요하고, 책임감과 결정력을 요하는 운동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이런 기능들이 녹슬지 않고 오히려 운동을 통해 더 발전될 수 있고 다이내믹 하면서도 우아한 테니스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에 한국의사테니스연맹 회장이 되셨는데 코로나로 힘드셨지요?
코로나가 있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회를 못하고, 2023년 봄, 개인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을 단체전은 충남 대전으로 가서 열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의사테니스연맹을 발전시킬 계획이신가요?
지금까지는 남자부를 신인부, 은배부, 금배부로 구분해 대회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향후 여성부를 만들어서 여자 선생님들을 합류시킬 예정입니다. 현재 여의사분들이 가입의사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암을 치료 한 후 생활이 어떻게 변했나요?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암을 치료 한 후에는 시간의 소중함을 무엇보다 많이 느꼈습니다. 시간을 아끼고, 내게 유익한 시간이 되도록 항상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죠. 그리고 항상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 을 갖고 있으며,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암 환자는 언제 암이 재발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싸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항상 마음속에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불안감을 떨쳐 버리려고 노력을 했고 저에게는 치료해야 할 환자들이 있어 늘 바쁜 가운데 활력을 얻어 오히려 많은 것을 잊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근무 후 또는 주말에 테니스를 치면서 고통을 잊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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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후 대장암 환자들을 대할 때 달라진 것이 있나요?
일단은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니까 충격을 덜 받도록 환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비근한 예로 검사 결과를 보러 오는 환자들은 전날 밤 잠도 못자고 떨면서 와요. 그런 환자한테 갑자기 뭐, 뭐가 안 좋다 이런 말을 하면 그 환자는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합니다. 그 다음에 치료 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하면 쇼크를 덜 받죠. 의사와 환자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환자들을 대하다보니 주변의 아픈 친구들까지 많이 데리고 오고 또 오히려 환자들이 저를 걱정해 주기까지 해요. 동병상련이라고 해야 할 까. 환자를 통해 오히려 위로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제게 진료 받는 환자들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운동은 꼭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정기적인 운동이 암 치료 후 회복이 빠르다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 대장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암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장암은 최근 급격히 발생이 증가한 암 중에 하나입니다.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생활습관의 변화입니다. 술, 기름기 있는 음식, 고기류, 튀긴 음식 등 음식 섭취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됩니다. 야채 위주의 식단으로 하고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반복적으로 변비, 설사가 있는 경우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이를 조기에 치료해야 합니다. 또한, 암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정신적인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적당한 운동과 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것 이 중요합니다. 대장항문학회에서는 일주일에 3일 이상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장려합니다. 한 번에 한 시간 내외로 땀이 약간 날 정도의 운동이 좋습니다. 특히 대장암 수술 후에는 특히 운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수술 후 운동 안하면 장 유착이 되고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평생 가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 때문입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복강경대장수술연구회 회장을 맡아 우리나라 초기 복강 경 수술을 전파하는데 노력 많이 하셨지요?
대한대장항문학회 복강경대장수술연구회는 복강경대장수술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과 의사들이 모여 2000년에 창립됐습니다. 예전에는 대장암을 수술하는데 개복술을 진행했는데 2000년대 초에 복강경대장 수술이 도입될 당시 복강경대장수술 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또 2001년부터 1년 반 동안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Washington대학병원에서 복강경대장수술을 연수하면서 쓴 논문이 2003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대장항문학회에서 발표하여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복강경 수술이나 최근 유행하는 로봇 수술의 장점이 있나요?
개복하지 않고 복부에 4~5개의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통해 복강 내로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넣어 모니터를 보면서 하는 수술이라 예후가 좋습니다. HD 기술로 선명한 영상을 보면서 세밀하게 수술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손상이 적게 하면서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개복술에 비해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흉터가 적으며, 회복기간이 빨라 사회로의 복귀가 빠릅니다.
두툼한 책이 꽂혀 있는 책 장 한 쪽에 김교수 닮은 피규어가 눈에 들어왔다. 2014년에 한림재단에서 준 ‘스타명의상’ 피큐어였다. 흉선암 3기를 극복하고 다시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김 교수는 병에서 회복되는 힘든 과정을 몸소 겪어 봤으니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잘 이해할 것이다. 환자들을 자신의 몸처럼 잘 돌봐주며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잇으니 진짜 ‘스타’다. 머잖은 미래에 은퇴하면 꼭 전국테니스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짤막하게 남긴 김 교수는 인생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외과의사로서 외과치료를 통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잘 하는 것이 첫 번째이며, 항상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하자 하는 것이 두 번째 입니다. 그리고 항상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 입니다.”
글사진 송선순
약력
1980.03 ~ 1986.02 한양대학교 의학 졸업
1989.09 ~ 1994.08 한양대학교 대학원 의학석사 졸업
1995.09 ~ 1998.08 한양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졸업
2001 ~ 2003 미국 Washington University, St. Louis 연수 복강경 대장수술, 대장항문외과
2007.08 미국 Intuitive surgery, CA 연수 다빈치로봇수술
1986.03 ~ 1984.02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인턴
1987.03 ~ 1991.02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외과 전공의
1991.04 ~ 1994.04 육군 9287부대 외과 군의관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외과 과장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QI위원장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진료부원장 역임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외과학교실 주임교수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