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어떠한 불도 다 꺼 버리고
불은 어떠한 물도 다 말려 버린다
절대적 이 상극의 틈새에서
절대적인 이 상극으로 말미암아
생명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절묘한 질서인가
초나라 무기상이 말하기를
나의 창은 어떠한 방패도 뚫는다
다시 말하기를
나의 방패는 어떠한 창도 막는다
한 사람이 묻기를
당신의 창이 당신의 방패를 찌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무기상의 대답은 없었다고 했다
세상에는 결론이 없다
우주 그 어디에서도 결론은 없다
결론은 삼라만상의 끝을 의미하고
만물은 상극의 긴장 속에서 존재한다
어리석은 지식인들이
곧잘 논쟁에 끌고 나오는 모순
방어와 공격을 겸한 용어이지만
그 자신이 모순적 존재인 것을
알지 못한다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중에서 ===
오랜만에 휴일 맛있는 낮잠의 여운이 밤을 길게 합니다.
침대 측면 작은 탁자 위, 박경리 선생님의 시집을 들어
"모순"이라는 제목의 시를 감상합니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때부터인가
교육 정책이 변하여 한문을 교과 과정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신문에서도 한문이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촌놈인 저는 5살 때부터 천자문을 무릎 꿇고 울면서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나이에 천자문을 공부했다면 믿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모순(矛盾)!
한문으로 창과 방패이며,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는다'라고만 알고 있었으나,
이제 나이 들어 이 모순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선악(善惡), 동서(東西), 주야(晝夜), 남녀(男女), 장단(長短), 화수(火水), 고저(高低), 천지(天地), 좌우(左右), 빈부(貧富), 생사(生死)......
상극은 언제나 늘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이 있어 악을 알고, 동이 있어 서가 있으며, 남과 여가 있어 사랑을 하고.....
인간이 항상 선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악인이라고 선한 마음이 1%도 없다고 할 수 없는 것.
내 마음속에도 선과 악이 존재함을 알았습니다.
다만 악보다는 선이 더 많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범인(凡人) 일뿐.
박경리 선생님께서도 세상에 결론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맞다, 틀리다"로 서로 고부, 부부, 연인, 상사와 부하, 이웃, 국가 간 갈등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고 갑니다.
그래요 세상은 "모순"의 연속입니다.
늦은 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이 시를 낭독해 보았습니다.
어서 낭송을 배워야 할 텐데, 시작도 하지 못한 저는 게으름뱅이가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남을 공격하는 창이 아닌 좋은 방패로 무장하여
모순이 판을 치는 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이른 새벽에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