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와 가치주의 구분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버펫이 말했다고 하는군요.
그런 말을 했을 법도 합니다. 버펫의 스타일은 아시다시피 가치투자(그레이엄에게서 물려받은)
85%+성장투자(피셔에게서 물려받은) 15%의 칵테일 스트레티지이기 때문이죠.
버펫의 친구 챨리 멍거도 맞장구를 쳤다고 하던데 그럴만하군요. :>
자, 버펫은 버펫이고 그가 무슨 말을 했던 간에 독립적으로 한번 생각해봅시다.
무조건 버펫의 말이면 다 맞다고 할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자 이말입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필립피셔가 수십년간 보유했던 모토롤라가 그럼 가치주였는가? 하는 질문은
어떨까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나 마이크로소프트 이런 회사들도 가치주였던 적이 단 하루라도
있었을까요?
대답은 No입니다.
오랫동안 고성장을 해왔던 기업들은 대부분 가치주였던 적이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성장주의 특징인 높은 PER 때문입니다.
모토롤라는 절대 가치주가 될 수가 없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나 그외 다른 고성장 기업들도
말입니다. 만일 그들이 적정한 내재가치 대비 할인을 받았다면 버펫도 살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버펫의 눈에는 그들이 여전히 비싸보였던 것이죠. 높은 성장율이라는 미명 하에...
버펫은 불확실한 장밋빛 미래라는 건 믿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잘 알 수도 없고, 빠르게 급변하는
하이테크 산업은 특히 그랬죠. 버펫에게는 능력의 범위 밖의 일이었을 겁니다.
필립 피셔의 성장주 투자는 재무제표와 적절하게 평가한 미래의 현금흐름의 현가 할인과
같은 기준들과 무관합니다. 그의 책 어디에도 DCF에 대한 얘기가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물론 그 역시 싸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내재가치 대비 안전마진을 확보해야한다는
식의 그레이엄이 좋아할만한 그런 주장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안전마진-margin of safety는
가치투자의 핵심입니다.)
그는 다만 조직과 사람, 기술력, CEO의 도덕성 같은 것을 강조했죠. 내재가치의 원천인 사람에게
주목할 것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버펫의 투자는 필립 피셔의 성장투자를 접목하면서 완성된 것입니다. 버펫이 그레이엄의
꽁초투자에 진력이 나있던 1950년대 후반의 일입니다.
그는 그레이엄의 혈통과 피셔의 철학을 물려받은 양대 산맥의 적통인 셈이죠. 둘 중 어느 하나도
부정할 필요가 없으며, 한몸에 이어받았으므로 그 둘을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한 것입니다.
가치투자냐 성장투자냐 이런 질문을 버펫에게 하는 것은
마치 어린 아이에게 '아빠가 더 좋니? 엄마가 더 좋니?'라고 묻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당연히 둘 다 좋죠.
워렌 버펫이 어느 한 쪽이 좋다고 답할 거라고 기대하는 분은 없을 거라 믿습니다. :)
하지만 시장에는 엄연히 그레이엄파와 피셔파가 있습니다.
지금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투자론 강의에는 효율적 시장가설과 CAPM 대신에 안전마진이
강조되고 있으며,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는 피셔의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
책이 main text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하이브리드한 버펫파도 있죠. 문제는 비율입니다.
그레이엄과 피셔의 혈통을 8:2로 받았느냐 2:8로 받았느냐의 차이죠.
그 비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스타일이 바뀌는 것인데, 만일 어느 한 쪽을
zero로 놓는다면 그것은 '난 아빠는 싫어 엄마만 좋아'하고 말하는 어린애 투정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레이엄의 장점과 피셔의 장점이 합쳐져서 워렌 버펫과 같은 걸출한 슈퍼스타가 탄생했는데
주식투자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富를 이루었다는 명백한 사실(fact)을 애써 부정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빠와 엄마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라는 식의 두리뭉실한 주장은 하지 맙시다.
엄연히 value stock이란 말에는 '싸구려, 가치보다 할인되어 팔리는'이란 의미가 있으며
growth stock에는 현재 수준의 이익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때문에 그 PER가 정당화된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시장에는 바겐세일만 추구하는 바겐헌터들이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극소수의
피셔파 투자자들도 장기투자로 승부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상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사실을, 버펫이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그냥 애써 외면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구요.
성장주는 성장주, 가치주는 가치주. 버펫은 버펫, 나는 나 이렇게 말입니다.
우리는 그 비율만 적절하게 잘 조절하면 되는 것입니다.
첫댓글 가치주와 성장주의 구별을 PER 로 하시는거 같습니다. 그럼 코카콜라는 "가치주는 성장주와 다르다" 라는 명제에 반박요소가 아닐까요 PER 기준을 30 이상으로 한다면 코카콜라 요소는 빠지겠지만,, PER 20 으로 한다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 고성장이라는 수치 또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겠네요 )
누군가의 말이라 전적으로 믿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과 이해가 뒤따라(관찰과 경험을 통해 반박하고 받아드려야겠죠)야 하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신만의 편한한 투자스타일을 찾아가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저는 그래이엄의 요소가 무척 강한데..한번씩 미래의 성장성에 비해 싸다가 생각되는것도 사보았는데 신통치도 않고 맘도 불편하고..ㅎㅎ 그래서 안전마진을 죽으나 사나 따지고 있습니다.^^그대신 정말 꽁초같은 기업은 피하고 있는데..그것도 제대로 하는지는 잘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업의 가치라는 것 특히 내재가치의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과거 그레이엄식 가치투자까지 들어간다면 주로 기업의 가치 기준은 장부가치나 자산가치에 근접하게 됩니다. 이것에서 한단계 성장시킨 것이 미래의 현금흐름을 파악한 내재가치인데 기업이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인 것이라는 것에서 올바른 판단 기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버핏이 피셔의 방법을 가져올 때는 자신의 'circle of competence'에서 가져왔는데 중요한 것은 바로 'circle of competence'인 것 같습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는 쉽게 얻어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미래의 현금흐름이 예상 가능한 기업에만 투자했기 때문에
모험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겠죠. 오죽하면 가장 안전한 자산의 이율을 할인율로 적용했겠습니까? 저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 바로 내재가치가 무엇인가가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업의 가치가 아닌 진짜 기업의 가치가 어떠한 것인지..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사실 이러한 가치 평가의 영역이 단순히 정확하게 구하기가 어렵다는 영역이 아닌 확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에 평가한 내재가치라는 것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의해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것이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특정 상황에서의 확률을 따져서 기대값을 예상합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가치주나 성장주라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버핏이 그렇게 주장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인다기 보다는 제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울때 버핏의 견해를 근거로 가져다 댄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내재가치를 구할때 가장 어려운 점이 미래 현금흐름의 성장율이기 때문이겠죠. ^^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