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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미타청소년협회 스리랑카 국제구호 현장
2000미터 산간 오지에 핀 ‘자비의 꽃’
무료 진료소 설치 환자 발길 이어져
사진촬영 학용품전달 컴퓨터 지원도
스리랑카 하프탈레 엘렌하넨에서는 무료진료소가 차려지기 무섭게 인근 지역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의료팀은 이날 하루동안 300여명을 진료했다.
지난 1일 인천공항을 떠난 사단법인 파라미타청소년협회 국제구호단은 현지시각으로 2일 오전3시 스리랑카 하프탈레에 도착했다. 스리랑카 수도인 콜롬보에서 자동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하프탈레는 해발고도 2000m의 산간지역으로 실론티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하프탈레의 학교 엘렌하넨. 학교 앞에 도착하자마자 전통의상을 입은 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국제구호단을 환영했다.
길 한 쪽에서는 새하얀 교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서 있었다. 이날 학교를 찾은 사람들은 1500여명. 무료진료소가 차려진다는 소문이 인근의 마을까지 전해져 산을 넘어온 사람들과 학생들로 학교는 인산인해가 됐다.
접수처가 세워지기 무섭게 줄이 길게 늘어졌다. 도심과 떨어져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문화나 의료혜택이 적은 마을사람들이 너도나도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오후에 시작하려던 진료시간이 앞당겨졌다.
안과팀 손경수 씨가 지역주민들의 각막을 검사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접수대를 비롯해 안과, 치과, 내과, 약손, 약방 등이 마련됐다. 와치사라스님과 함께 한국에서 일하다 돌아간 스리랑카 사람들이 통역을 맡아 사람들의 증상을 설명했다. 진료소에 온 사람들 가운데에는 관절염과 신경통을 앓는 어른들이 많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원시(遠視)다. 먼지가 많고 열대우림지역이라 먼 곳을 보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료를 끝내고 돌아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나이가 지긋한 주민들 손에는 파스와 돋보기가 하나씩 들려있다. 학생들의 경우 한국에 비해 왜소한 아이들이 많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살아서인지, 두통이나 심장, 기관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당초 200명으로 환자수를 한정했지만 산을 넘어 찾아오는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없어 해가 질 때까지 진료는 계속됐다.
한쪽에서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이용한 UCC 제작이 한창이었다. 사진을 찍으려면 시내의 사진관까지 나가야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찍는 즉시 사진이 출력되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는 단연 인기였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물론 기다리는 사람과 현상된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설레임과 즐거움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원봉사자가 학생들에게 양치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모습.
구호단은 또 전교생 200여명에게 학용품을 전달하고, 컴퓨터 한 대를 기증했다. 이날 장학금과 함께 학용품을 선물받은 샤쉬글라(10)양은 “한국의 의사들이 친절하게 진료해줘서 기분이 좋다”며 “저도 앞으로 의사가 돼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고 기뻐했다. 카순(10)군은 또 “가방이랑 학용품 선물도 받고 사진도 찍어줘서 기쁘다”며 “공부 열심히 해서 부처님처럼 좋은 엔지니어가 돼 스리랑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렌하넨 학교 게릭 빅크라 마틸레그 교장은 “한국의 스님과 의사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지원해주고 진료까지 해줘서 고맙다”며 “앞으로도 스리랑카 지역 학교나 마을마다 도움의 손길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차밭이 이어진 거리를 3시간 이상 달려 위하라고다에 도착했다. 산간지역에 위치한 위하라고다는 사미스님과 일반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가 나란히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프탈레보다 더 외진 이곳의 진료소 역시 문전성시를 이뤄, 한나절 동안 무려 300여명의 환자들이 다녀갔다.
당도 높은 과일을 자주 먹고, 홍차에도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시는 식습관 때문에 이곳에는 충치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덕분에 치과도 붐빈다. 이동진료소이지만 이곳에서는 충치로 구멍 난 이빨을 때우거나 이를 뽑는 등의 처치가 가능하다. 진료가 끝나면 한쪽에서 올바른 칫솔질을 가르쳐주고 치약과 칫솔을 나눠줬다.
또 이날은 위하라고다 승가학교에서 기숙생활을 하는 10여명의 사미스님들이 치과와 약손에서 치료를 받았다. 출가한지 7개월 된 한 스님은 딱딱하게 굳은 어깨 때문에 약손을 찾아왔다. 1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70~80세 정도로 굳은 몸은 출가자로서의 삶의 고난을 시사하는 듯하다. 또 한 사미스님은 마취를 하지 않고 이를 뽑겠다고 ‘용감히’ 선언했다가, 집게가 한번 닿자마자 마음을 바꿨다.
저녁에는 사미스님과 학생, 지역주민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두 개의 기름램프에 의지해 유치원 교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오심스님의 단소공연과 한국노래 배우기, 제기차기 등이 마련됐다.
위하라고다의 부주지 씨월리담마 스님은 “먼 곳까지 진료를 와줘서 고맙다”며 부처님 가르침 중 으뜸인 보시바라밀을 실천하는 한국의 스님과 파라미타 회원, 의사들 모두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얻기를 기원했다.
구호단의 마지막 진료소는 칼루아갈라의 마하보디사에서 세워졌다. 오후8시가 넘어서 도착한 구호단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100여명에 달했다. 늦게 시작한 진료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강행군을 한 의료진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약손 봉사를 맡아 매일 50명 이상의 사람들을 치료해준 한옥희 씨는 “말은 통하지 않지만 어머니의 마음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며 “거동이 불편했던 분들이 약손치료 후 한결 나아져 돌아가면 피로도 사라지고 환희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사무총장 덕조스님은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봉사단으로서 친절하게 현지인을 진료해진 의료팀과 구호활동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준 자원봉사단이 있어 무사히 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며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 “앞으로도 부처님 자비를 실천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언제라도 청소년 회원들과 함께 달려갈 수 있는 파라미타청소년협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어현경 기자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사무총장 덕조스님
“마음으로 받아줘 고마워”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5박6일간의 스리랑카 국제구호활동을 마친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사무총장 덕조스님<사진>은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따뜻한 마음과 함께 의료서비스와 의약품을 전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며 “우리가 보낸 작은 정성을 큰마음으로 받아준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스님은 “스리랑카가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모든 구호활동이 그렇듯 단발성 행사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하의료회 양동선 단장
“도움 줄 수 있어 기뻐요”
“해외 불교국가 국민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의료회 회원들과 함께 참석하게 됐다”는 의료단 양동선 단장<사진>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미약하다마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양 단장을 비롯해 이번 스리랑카 국제구호활동에 동참한 의료진은 총 9명이었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장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늘 아쉽다”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추가 약품이 필요한 곳에는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자의료인으로서 의로운 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연소 참가자 양수완 양
“어른 되어도 도울래요”
“하루 한 시간 이상 걸어서 학교에 다니고, 어두컴컴한 교실에 앉아 공부하면서도 해맑게 웃는 스리랑카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반성했어요. 그동안 엄마한테 반찬투정이나 하고 떼쓰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국제구호단의 막내 양수완(10, 울산 동부초 3)양은 이번 구호활동을 통해 한층 어른스러워진 모습이다.
“진료 받을 분들을 접수하고, 약사선생님을 도와주면서 힘들고 짜증날 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며 “앞으로 커서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2384호/ 12월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