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선바위를 오르다
한양도성 무속신앙의 중심지
2월 13일(토), 지인들과 인왕산 선바위에 올랐다.
3호선 독립문역 2번 출구에서 인왕사 쪽으로 약간 가파른 길을 오르면 인왕사를 만나고, 인왕사 뒤쪽에 선바위가 우뚝 서 있다. 독립문역에서 약 660m 거리이다.
선바위는 해골모양을 닮아 일명 '해골바위'라고도 부른다. 거대한 바위 모양이 마치 해골처럼 몰골이 파여 있다. 이런 모양의 바위를 지질학적으로는 '타포니(Tafoni)'라고 부르는 것 같다. 타포니는 암석의 측면에 벌집 또는 해골처럼 파인 구멍들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형태를 만든 건 풍화직용 및 소금끼 때문이라고 하는 데 해안가도 아닌 수도 서울 한복판에 이런 기암이 있다는 게 참으로 신비스럽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인터넷 자료를 보면 공룡들이 지구의 주인공이었던 약 1억 7천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지형이라고도 한다. 인왕사 안내판에도 선바위는 약 1억 5천만년 전에 생성된 암석구조라고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타포니 암벽으로 유명한 곳은 고성 능파대, 통영 앞바다 수우도 해안의 해골암벽, 육지에서는 진안 마이산 등이다. 이들중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한 곳은 수우도 해안 해골암벽이다.
인왕산 선바위(禪岩)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스님이 장삼(長衫)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여 참선한다는 '선(禪)' 자를 따서 선바위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 바위는 아이를 갖기를 원하는 부인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많이 하여 '기자암(祈子岩)'이라고도 불린다.
옛문헌에는 조선 태조 때 한양으로 천도할 무렵 선바위에 관한 설화도 있다. 무학대사는 선바위를 도성 안에 둘 수 있게 설계하려 했으나, 정도전이 선바위를 도성 안에 두면 불교가 성하고 도성 밖에 두면 유교가 흥할 것이라고 태조를 설득하여 결국 도성 밖에 두었다는 것이다. 무학대사가 탄식하며 "이제부터 승도들은 선비들의 책 보따리나 지고 따라다닐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왕산은 예로부터 기(氣)가 세기로 유명한 산이다. 그래서인지 선바위 주변에는 지금도 무속신앙이 여전히 번창하고 있다. 계곡 곳곳에는 대낮에도 촛불을 켜놓고 기도를 드리는 무속인들이 적지않다.
선바위 아래 국사당 안에는 중요민속자료 제 17호로 지정된 '무신도'가 걸려 있으며, 지금도 이곳 국사당을 무대로 내림굿, 치병굿, 재수굿 같은 굿판이 벌어지고 있다.(글,사진/임윤식)
선바위. 구정 다음날인데도 기도하러 오는 여인들이 끊어지지않는다. 기도드리는 모습이 간절하다.
선바위 뒷면. 마귀할멈이 입을 벌리고 소리치는 모습 같다.
인왕산 정상능선의 기암. 아슬아슬하다. 북한산 사모바위와 비슷한데 범바위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무속인들이 대낮에도 촛불을 켜고 있다.
국사당 처마 밑엔 기도하는 여인들이 놓고 간 술과 사탕 등이 뚜껑을 따지도 않은 채 놓여 있다. 이곳까지 오른 중장년 여인들마다 예외없이 술병 앞에 멈춰 서서 두손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이 진지하기 그지없다. 무슨 바램이 그토록 지극할까?
국사당 앞 호랑이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