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7
"사유의 부재가 내 관심을 일깨웠다. 멈춰서 사유할 여유를 갖기가 좀처럼 힘든 일상 속에서 사유의 부재는 다반사다. 악행은 관심이나 의지를 특별히 촉발하는 동기가 부재한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유대인 여성 철학자다. 그는 예루살렘 법정에서 진행된 독일 전범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한 뒤 성격장애자가 아니라 명령에 순응한 평범한 사람들이 악행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악의 평범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간 정신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됐다. 정신 활동을 깊이 있게 탐구해 '사유의 부재', 즉 무사유가 악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악의 평범성” 은 일상생활과 유리된 아카데미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 가 아니다.
사실 매일 매일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다르지 않을 일상성을 영위하는것만도 보통사람으로서는 힘에 부치는 일이다. 이렇게 간신히 유지하는 우리의 일상에 충격을 주고 긴 시간이 걸릴지라도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대부분 무슨 특별히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악의 평범성”은 인간관계에서 사람의 마음을 크게 다치게 하는 경우 그것은 가해자가 특별히 억하심정을 갖고 사회적 약자를 괴롭힌 결과가 아니라, 그로서는 이제껏 살아온대로 루틴하게 행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아이히만은 흔히 볼 수 있는 갑남을녀중의 하나다.
“멈춰서 사유할 여유를 갖기가 좀처럼 힘든 일상 속에서 사유의 부재는 다반사다. 악행은 관심이나 의지를 특별히 촉발하는 동기가 부재한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한나 아렌트와 중용 23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을 개개인의 반성에 둔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여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ᅟᅳᆫ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