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을 먹어 치우는 수퍼웜(딱정벌레 애벌레)이 호주 과학자들에 의해 확인돼
향후 플라스틱 성분을 소화시키는 애벌레의 장내 세균을 대량 배양하면
스티로폼을 유용한 자원으로 만드는 생물 공장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지구는 유례없는 양의 플라스틱에 노출됐습니다.
2021년 국제 환경 단체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전 세계에 약 84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이는 축구장 100개를 웃도는 규모입니다.
폐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재활용되는 부품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처리 역량을 넘은 폐기물은 해양·토양 등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인데요.
환경오염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이제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아왔는데요.
최근 호주 퀸즈랜드대 연구진이 스티로폼을 먹어 치우는 수퍼웜을 발견해
향후 쓰레기 재활용에 혁신을 가져올지 기대되고 있습니다.
컬처 IN에서 짚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팬데믹 이후 유례없는 양의 플라스틱 노출…2021년 840만 톤
호주, ‘스티로폼 먹는 애벌레’ 발견…쓰레기 재활용 혁신 기대돼
호주 과자 커피 컵, 미국·인도네시아 해초 빨대·컵·포장지 개발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플라스틱,
지금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런 가운데, 지난주 호주 과학자들이 스티로폼을 먹는 애벌레를 발견했다는 보도가
외신들을 통해 전해졌죠.
유화정 PD:블룸버그 · AP 등 외신들은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진이
10일 국제 학술지 ‘미생물 유전체학’에 “딱정벌레인 아메리카왕거저리(Zophobas morio beetle)의
애벌레인 수퍼웜(superworm)이 스티로폼을 씹어 먹고
장내 세균이 이를 분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번 발견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데 쓰일 수 있는 천연 효소를 발견하는데
첫 걸음을 뗀 것이라고 연구진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성분을 소화시키는 애벌레의 장내 세균을 대량 배양하면
스티로폼을 유용한 자원으로 만드는 생물 공장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택배가 일상이 되면서 가정마다 쌓여가는 스티로폼 쓰레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박스를 해체할 때 부스러기가 생기면 정전기가 일어나서 쉽게 떨어지지도 않아요.
그런데 이걸 먹어 치우는 애벌레가 있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유화정 PD: 스티로폼은가볍고 단열 효과도 좋아 포장재로 그만이지만 부피의 98%가 공기여서
더 달라붙기 쉽고 쉽게 떨어지지 않는데요. 이럴 때는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면 쉽게 떼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스티로폼(Styrofoam)은 엄밀히 말하면 발포 폴리스티렌(polystyrene)이라는
플라스틱의 상표명입니다. 폴리스티렌은 생산에서 가장 흔한 플라스틱 중 하나로
전체 비섬유 플라스틱 생산의 7~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KBS 방송에서 스티로폼 등에 대한 실태를 집중 취재,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알린 바 있는데, 플라스틱 재질 중에서도 스티로폼이 유독 재활용이 어렵다면서요.
유화정 PD: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배달양이 급증하면서
코로나 이전보다 약 1.5배 이상의 스티로폼 등이 수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리사이클링센터 등에 수거된 스티로폼들이 모두 재활용되면 좋지만,
컵라면 용기와 같이 이물질이나 오염이 된 스티로폼의 경우에는 다시 사용할 수 없고요.
마트 등에서 생고기 등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정육용 트레이처럼 색깔이 있는 것들도 재활용이 안 됩니다.
또한 생선 등 냉동식품 등을 담을 때 사용하는
박스처럼 생긴 하얀 스티로폼의 경우에는 재활용이 가능 하지만 얇은 받침이나
야채나 과일 등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재 또한 재활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진행자: 결국 사실상 박스형 하얀 스티로폼이 아니면 재활용이 어려운 실정이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한편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스티로폼은 고온의 열로 녹인 후
잉고트라는 반죽을 만들어 건축용 자재를 비롯해 벤치나 사진액자 틀 등으로 재활용되는데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오염돼있거나 이물질이 첨가돼 있을 경우 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하락합니다.
분해가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제품을 찾아 사용하고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상품을 쓰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와 함께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알고 철저한 분리배출의 생활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진행자: 최근 MZ세대가 이끌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인데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사회운동이죠.
지구 보호의 시작은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대표적인 예가 일회 용 커피 컵 대신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하자는 것이고요.
유화정 PD: 1990년 후반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엔 쓰레기를 소각하지 않고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개념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정책적으로 이 개념을 적용하며 친환경 도시로의 전환을 이끌기도 했는데요.
이 도시에 살던 비 존슨(Bea Johnson)이라는 여성이 2008년부터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고, 이러한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며 관심을 끌었습니다.
나아가 요즘은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이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 멜버른에서는 일회용 커피 컵을 대체할 과자처럼
‘먹는 커피 컵’을 개발해 화제가 됐는데, 미국에서는 해초로 만든 빨대가 나왔다면서요?
유화정 PD: 미국 내 유명 레스토랑 카페 등 식음료 업계에서 시범 사용 중인데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해초 빨대는 종이 빨대와 비교해 시간이 지나도 눅눅한 느낌이 들지 않고,
플라스틱 빨대와 제조 공정도 같아 비용 차이도 거의 없습니다.
해초 빨대를 개발한 미국 스타트 기업 롤리웨어(Loliware)는 채식주의자들에게도
매력적이라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제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92년생 CEO 가 창업한 에보웨어(Evoware)가 해초 컵과
포장지 봉투 등을 선보였는데, 에보웨어는 “해초를 이용하면 첫째, 벌채를 하지 않아도 되고,
둘째 해초 양식은 비료도 필요 없으니 환경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진행자: 호주 연방 과학산업연구원 CSIRO가 최근 지난 10년 사이
호주 해변가의 플라스틱 양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호주 환경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었는데,
CSIRO는 2030년까지 호주 내 플라스틱 쓰레기가 8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죠?
유화정 PD: 매년, 세계는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중 축구장 100개 규모 해당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85%가 바다로 버려지고 있고,
이는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자 물 순환에도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인간의 혈액에도 유입됩니다.
호주 연방 과학산업연구원 CSIRO 가 이 지난 9년간 호주 전역의 해변 500곳 이상을 조사해
산출된 이번 성과는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증가가 오염 문제 해결에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아울러 쓰레기를 수집하고 버리는 단순 수거 방식에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분류하는 개선된 접근 방식을 취함으로써 이뤄진 결과로 풀이됐습니다.
진행자: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탈 플라스틱 흐름 속에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확산을 막기 위한 친환경 정책과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구체화하고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과학자들에 의해 플라스틱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는 노력도 계속돼 왔죠?
유화정 PD: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널리 사용되지만 내구성이 높아서 생분해가 어렵습니다.
과학자들이 플라스틱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는
나무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것을 관찰한 데서 착안됐는데요.
곤충이나 박테리아에서 만들어진 어떤 종류의 효소가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고, 그래서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때 원료에 함유시킬 수 있으면
환경에 이로울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발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애벌레 발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면서요?
유화정PD: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갈색거저리의 애벌레인 밀웜(mealworm)이 스티로폼을 먹고 소화하는 것을 확인했고요.
2017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꿀벌부채명 나방의 애벌레인 왁스웜(waxworm)이
폴리에틸렌 성분의 비닐봉지를 먹고 분해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번에 스티로폼을 먹어 치우는 딱정벌레 애벌레 수퍼웜을 발견한
퀸즈랜드대 연구진은 “애벌레는 일종의 미니 재활용 공장과 같다”고 규정했는데요.
먼저 애벌레가 스티로폼(폴리스티렌)을 잘게 조각내 먹으면 장내 세균이 폴리스티렌을 분해하고
이후 다른 미생물들이 폴리스티렌 분해산물을 먹고
다른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화학분자를 만들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호주 과학자들의 수퍼웜 발견은 단순히 플라스틱을 먹어 치우는데 그치지 않고
애벌레의 장내 세균을 이용해서 스티로폼을 재활용 소재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한 단계 나아간 것이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단순한 재활용(recycling)을 넘어
업사이클링(upcycling)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예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들만 골라 산업에서 활용하는 연구가 발전하고 있는데요.
2020년에는 프랑스 과학자들이 퇴비 더미에서 찾은 미생물의 효소로 페트병의 90%를
10시간 내에 분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연구 결과들을 통해 머지않아 집집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리수거 대신
미생물 분해로 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 가능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나 문제는 이런 연구 결과들이 실제로 상업적으로 응용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인데요.
이러한 연구의 규모를 키우고 실제 기술로 응용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