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環境)과 계기(契機)
임병식 rbs1144@daum.net
올 여름은 유래없는 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한 낮은 찌는듯한 폭염이 운신을 못하게 만들고 야간은 이어지는 열대야로 잠을 설치게 만든다. 에어컨을 종일 틀어놓으면 되겠지만 그럴 순 없어서 작동을 멈추곤 하는데 그러면 온도는 금방 올라가 원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선풍기를 종일 틀어 놓는데도 이미 점령한 열기를 밀어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선풍기가 쉬지 않고 돌아가기는 하는데 힘겨워 헉걱대는 것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나마 더위를 이겨내는 소일거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옛말에 삼년 장마에도 볕들날이 있다고 했는데, 마침 파리 올림픽에서 전해주는 승전보가 그마나 더위를 견디게 한다. 우리나라는 당초 목표가 금메달 5개였는데 예상를 뛰어넘어 금메달 13개, 은메달은 9개, 동메달 10개 도합 30개로 종합성적 8위를 달리고 있다.
종목별 성적을 보면 펜싱에서 남녀개인, 단체에서 각각 2개, 사격에서 10대와 20대초반의 연부역강한 청춘들이 4개를 합작했다. 양궁은 남녀단체전, 남녀개인전, 혼합경기에서 다섯개를 보탰다. 여기에다 국기인 태권도에서 지낸대회의 노메달의 수고를 털어내고 박태준. 김유진이 각각 1개씩을 따주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배드민턴 개인전에서 안세영선수가 거둔 성적이다. 실로 28년만에 값진 메달은 안겨준 것이다. 그렇지만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금자탑은 양궁의 김우진 선수의 성적이 아닌가 한다.
김선수는 금메달 5개를 따서 한국 최초 금메달 최대보유의 선수가 되었다. 서른두살의 적잖은 나이에 이룩한 것이어서 축하 받아 마땅하지 않는가 한다. 마지막 매달은 슟오프까지 가는 0.6mm의 숨가픈 대결을 이겨내고 따내 짜릿함을 더해 주었다.
선수들이 거둔 성적은 꿈을 이룬 성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운동선수가 가지는 최대의 꿈은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어보는 것인데 그것을 이뤘으니 얼마나 기쁠까. 선수중에는 16세의 어린 선수도 끼어 있어서 부러움을 샀다. 평생 나오는 연금에다 선수생활은 물론, 진로와 지도자의 길을 자연스레 밟게 될 것이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모든 사람들의 평생 소원은 살아가면서 꿈을 이루는 것인데 일찍이 목표를 달성했으니 얼마나 선택받은 것인가.
사람은 꿈을 이룬데는 환경과 계기가 중요한 것 같다. 뛰어난 재주가 있어도 주위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가 없다. 맹모삼천(孟母三遷)에서 보듯이 맹자님도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이 있어 성인이 될 수 있지 않았던가.
처음 산속 묘지옆으로 이사하니 장사지내는 걸 흉내내고, 시전(市廛)으로 이사하니 물건파는 흉내만 냈다. 마침내 서당가까이 이사하니 예의범절을 흉내냈다. 이토록 바른길을 가도록 환경을 조성해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눈에 드러나지 않는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다름아니고 어떤 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연히 운동하는 친구를 따라서 구경갔다가 자기도 해보고 싶어서 종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운이라면 운이고,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고 보면 기회가 왔을 때 머뭇대지 않고 그것을 잡은 용기도 필요하지 않는가.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 재능을 살면서 10%도 활용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친 것인가. 머뭇대다가, 혹은 엄두가 나지 않아서, 게으른 타성 젖에 기회를 날려버린 것인가.
이번 선수들은 그간 연습하며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누구보다 기회를 잘 살린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물론 환경이 뒷받침이 되었지만 그것도 자기나름의 인내가 동반된 것이다.
일전에 신문보도를 통해 개탄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수도권 명문대생 출신 30여명이 친목모임을 만들어 마약을 유통시키고 집단으로 여학생들을 성폭행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 일로 5명이 기소되고 나머지 9명은 불구속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수도권에서 3년동안이나 그 짓을 지속했는데, 알려진 그들의 회원입회 조건을 보면 가관이다. 좋은 대학을 다니는 것은 물론, 가정환경이 부유해야 한다는 것으로 조건을 달았단다. 이들은 동원가능한 승용차를 8대나 소유하면서 몰려다니며 주로 호텔이나 클럽에서 문란한 퇴폐행위를 자행했다고 한다.
아연 실색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범행은 본인들 장래는 물론, 부모의 얼굴에 똥칠을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돈만 많다고 마냥 좋은 것은 이닌 것 같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에서 이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취는 얼마나 값있는 것인가. 그러고 보면 환경도 환경나름이고, 오직 자기의 성취욕구가 중요하지 않는가 한다.
이제 파리 올림픽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올림픽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하나같이 감동적인데, 이것을 지나간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례집을 모아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읽히도록 하면 어떨까. 동기부여도 되고 자극도 주지 않을까.
올림픽이 끝나가는 마당에 당국에 부탁할 것이 있다. 선수보호에 힘써야겠다는 것이다. 한번의 환호성으로 그치고 잊어버릴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가 필요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들리는 말에 안세영선수는 이번 경기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를 하겠다는 말이 들리는데 협회에서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무릎부상으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했다면 얼마나 선수보호를 등한시 한 것인가.
스포츠는 이제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서고 있다. 국가간의 자존심 대결이며, 국민의 사기를 올리거나 떨어뜨리는 바로메타가 되고 있다. 그 점을 생각하면 보다 체계적인 훈련과 선수보호에 특단의 조치가 요망되지 않는가 한다. 환경과 어떤 계기문제를 생각하다가 잠 못이루는 열대야의를 보내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다. (2024)
첫댓글 환경과 계기는 마치 바늘과 실처럼 불가분의 관계인 듯합니다 사람은 대개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 모종의 계기를 맞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환경이 좋은 동기를 마련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절제가 없는 방만한 환경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같습니다 좋은밭에서 좋은 열매가 맺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싶습니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나날입니다 선생님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저는 하루에 땀에 절은 옷을 세 번씩 벗어던지고 그때마다 샤워를 하고 밤새 에이컨 틀고 삽니다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환경과 계기가 중요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진취적인 노력을 하고 싶어서 여건이 받춰주지 않으면 엄두를 낼수가 없고
무언가 하려고 해도 어떤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찾아온 계기를 놓지지 않고 정전했기에 올림픽에서 밦진 메달을 따
장래가 열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날씨가 너무 덥군요. 더위먹지 않으려고 하는데, 입맛이 달아난 것은 어쩡수가
없군요.
세상은 오묘하여 삼 년 장마에도 볕들이 날이 있어,
해충 파리가, 프랑스에서 날아오는 파리는 기쁨의 승전보가 울립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올림픽의 파수꾼이 되어 우리 선수들이 획득한 메달을 알려주시니 고맙습니다.
사람은 환경과 계기가 성패를 좌우하니 참으로 매사 명심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올림픽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은 희망이지만,
부모덕으로 은혜를 입어도 허랑방탕한 젊은이는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청석님께서 잠못 이루는 열대야에도 꼬박꼬박 시청하시어 좋은 글을 실어 청량제가 되었습니다.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유래없는 이 열대야의 나날을 보내며 그래도 울림픽이 열서서 더위를 잊고 삽니다.
한국젊은이들의 값진 투혼이 한줄기 청량제가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벌써 금메달 11개라니. 대단한 성적이 아닐수 없습니다.
이들은 운동할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얻어서 성공한 케이스지만 잘산 부모의 유복한 덕에
오히려 패가망신한 소식을 접하면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피땀흘려 메달을 수확한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