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과 화요일에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지난 해 12월이 장모님 팔순이셨는데 팔순 모임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처남이 볼리비아 한인교회에 파송되어 가 있는데 올 해 한국에 나오면 하자고 해서 미루게 된 것입니다. 손주들이 대부분 학교에 다녀서 날짜를 정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긴 연휴가 있어서 주일을 제외한 날을 정한 것입니다. 좀 일찍 장소를 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늦는 바람에 그리고 인천 태안 부산에서 모여야 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다가 청원에 있는 펜션을 구해서 모이게 된 것입니다. 제 생전에 가족모임을 포함해서 연휴 기간에 시간을 내서 외지에서 1박을 하고 온 것은 처음이지 싶습니다. 1차 모임장소인 대전으로 가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는 많은 차를 보면서 다 이렇게 다니는구나 싶었습니다. 대전 월평동 이마트를 갔는데 2년 동안 법적인 일을 보기 위해 항상 다녔던 길옆에 있었습니다. 만나서 장을 보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대전에서 가는 길도 제가 2년 동안 많이 다녔던 길을 통과해서 갔습니다. ㅠㅠ
도착해서 짐을 풀고 펜션 주변을 돌아봤는데 큰 평수(70평)만 빼고 다 차 있었습니다. 주로 가족들 또는 부부 동반으로 온 것 같았습니다. 장모님은 쑥을 뜯으시고 남자들은 족구와 미니 축구 그리고 승부차기를 하며 놀았습니다. 저녁 식사는 고기를 구워먹고 남아 있는 숯불 주변에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날 이벤트라며 펜션 사무실에서 풍등을 2개씩 나눠주고 잔디밭에서 캠프파이어를 한다고 광고를 했습니다. 저희는 좀 저녁이 늦어서 가지는 않고 바베큐장(2층)에서 풍등을 날렸는데 처음엔 실패를 했습니다. 정말이지 차 지붕에 떨어졌다면 불 낼 뻔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멋지게 하늘을 향해 날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날린 풍등을 구경했습니다. 10여개가 한 번에 날아가는 광경은 정말 운치가 있었습니다. 다시 가족이 모여서 지역별로(태안팀 부산팀 인천팀) 윷놀이를 하고 아이들은 다른 게임을 늦은 시간까지 했지만 저희 부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저희는 일찍 일어났지만 아이들은 늦잠을 잤습니다. 10시 쯤 늦은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지기로 했는데 아쉬워서 대청호에 들렸다 가기로 했습니다. 대덕구 쪽에 있는 대청호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고 저와 새날이는 서각 전시회를 구경 했습니다. 원래는 공원에서 헤어지기로 했는데 또 아쉽다며 늦은 점심을 먹자고 해서 중국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볼리비아에서 온 처남이 먹고 싶다고 해서) 그랬더니 오후 4시가 다 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을 기약하면서 인천으로, 부산으로, 태안으로 각자의 길로 떠났습니다. 인천으로 가는 팀은 차가 막히고, 부산으로 가는 팀은 멀어서 결국 저희가 먼저 집에 도착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했던 시간들이 꿈처럼 지나갔습니다.
연휴 때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짧은 여행을 다니면서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싶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 가정은 그동안 뭘 했나 싶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린이날은 그저 집에서 노는 날이었습니다. 결혼을 해서도 거의 그렇게 보냈습니다. 기껏해야 주변 공원에 간 것이 전부였습니다. 저처럼 보낸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이 이렇습니다. 그저 감사해야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