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연평해전
영웅들의 희생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해군 병사들 활약상 다큐처럼 풀어내, 엔딩의 실제 영결식 장면 인상적
북한군을 우호적으로 표현한 최근 영화와 달라… 새 지평 열어준 작품
연평해전, 2015 감독: 김학순 / 출연: 김무열, 진구, 이현우
6월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피땀을 흘린 애국선열의 희생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로 관련 기념일이 많다. 1일은 의병의 날, 6일은 현충일이며, 25일은 북한군의 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한 날, 29일은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날이다. 이 해전에서 북한군과 교전 중 우리 해군 6명이 산화했다. 6월 한 달은 우리 장병과 국민이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한 우리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2015년 개봉한 ‘연평해전’이다.
영화 ‘연평해전’ 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군을 물리친 제2연평해전을 극화한 작품이다. 2002년 6월 우리 국민 모두가 월드컵 응원에 목청을 높이던 그 시간에 서해를 침범한 북한군과 맞서 싸우다 순국한 우리 전우들의 영웅적이고 안타까운 무용담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실제 북한의 기습적 포격으로 시작된 이 전투에서 참수리-357정이 침몰했으며, 정장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까지 6명의 해군이 전사하고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제2연평해전 전적비에 모셔진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전사자들의 얼굴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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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해군 장병 중심의 이야기
의무병인 박동혁 상병(이현우 분·이하 당시 계급)이 참수리-357정으로 전입해 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정장 윤영하 대위, 한상국 하사, 박동혁 상병 등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 전반부는 이들 대원들의 가족 같은 전우애와 개인사를 보여준다. 같은 해군 장교 출신의 부친을 둔 윤영하 대위, 육상 근무를 원하는 아내의 불만 속에서도 대원들에겐 형님 같은 한상국 하사, 홀어머니를 둔 어려운 환경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박동혁 상병 등의 인정 넘치는 훈훈한 주변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영화의 정점은 참수리-357정 대원들과 북한군의 전투 장면. 운명의 29일, NLL을 침범해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북한군에 맞서 악전고투하는 우리 해군 병사들의 활약상을 다큐멘터리처럼 시간대별로 보여준다. 빗발치는 적탄 속에서도 윤 대위 등 부상자들을 살리기 위해 뛰는 주인공 박 상병의 모습이 눈물겹다. 후반부는 병원에 후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둔 박 상병, 윤 대위 등의 비보를 전해 들은 전사자 가족들의 아픔과 실제 영결식 영상으로 끝을 맺는다.
촬영중단·이념논쟁 극복하고 흥행 성공
영화 ‘연평해전’은 영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선사했다. 잘 알려진 대로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순탄치 않았다. 출연진이 교체되고 촬영이 중단되고, 제작·배급사도 바뀌었다. 게다가 영화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연평해전’은 이념논쟁을 극복하고 기획·완성돼 관객 동원(600만 명)에 성공한 콘텐츠로 거듭났다. 일부에서 국가정책 홍보용 영화쯤으로 여겼을 영화가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래 들어 대부분의 군 소재 한국 영화들은 북한이 주적(主敵)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북한군을 우호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 ‘연평해전’은 이념적으로 모호하고 편향된 시각이 판치는 우리 군 소재 영화에 일격을 가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넓혀준 작품임에 틀림없다.
영화 ‘연평해전’은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우리 젊은이들을 한·일 월드컵 열기와 정치적인 이유로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하지 못했던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한다. 당시 우리는 조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과 가족의 아픔에 대해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라 전체가 월드컵에 열광했으면서도 정작 그 월드컵을 볼 수 있게 해준 젊은이들의 죽음을 외면했고,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모른 척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영화는 연평해전에서 산화한 우리 젊은이를 포함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애국선열을 제대로 기억하고 대접해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다.
당시 부상자를 치료했던 군의관 글 화제
연평해전이 끝나고 당시 박동혁 상병 등 해군 부상자를 치료한 군의관의 글 ‘네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는 이런 젊은이를 보았단다’가 화제였다.
“우리 배의 의무병 녀석인데 부상자들 처치한다고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다니다가 그랬습니다….” 참수리-357정의 의무병이었던 박 상병은 첫 포탄에 조타실이 깨지면서 파편에 쓰러진 정장 윤영하 대위를 몸으로 덮고 함교 계단 아래로 끌고 내려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방탄조끼 밑으로 줄줄 흐르는 핏물을 보며 소용없음을 깨닫고는 다시 나가 쓰러지는 전우들을 치료하기 위해 몸을 숨기지 않고 뛰어다녔다…. (중략) ‘너는 반드시 살려낸다!’ 박 상병의 숭고했던 행동을 여러모로 전해 들은 우리 군의관들은 암묵적으로 동감하고 있었다. 이기심으로 질펀한 세월을 뚫고 오면서 형편없이 메말라 버린 내 선량함에 박 상병의 회생은 한 통의 생수가 되어 줄 것만 같았다.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 레지던트 기간 수없이 지새웠던 하얀 밤들과 바꿔낸 중환자 관리의 기술이 너무나도 기꺼웠다….”
하지만 박 상병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이 푸른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윤영하·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박동혁 6명의 영웅의 이름을 불러본다.
<김병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추억의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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