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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이 있는 오래된 식당들
백년 넘는 식당이 흔한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손에 꼽을 정도인 게 아쉽다. 상업이 발달했던 일본과는 다른 사회여건이었고 현대사의 격변기를 거쳤던 이유 때문인데, 그런 가운데서도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식당들을 골라봤다. 꾸준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인데, 과연 어떤 것인지 살펴 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오래되었고 유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자신의 취향에 맞을지도 알아보자.
이문설농탕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88 02-733-6526
. 이문(里門)은 마을을 드나드는 작은 문을 뜻하며 식당 인근에 있던 이문에서 상호를 따왔다. 전쟁과 도시개발 과정을 거치며 주인과 위치가 몇 차례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는데, 지금도 조만간 다시 이전을 할 예정이라 한다. 이시영 부통령과 김두한 박헌영 손기정 등 역사 속 유명인들 단골이 많았다. 120년 역사이면서 건국 후 서울시 식당허가 1호의 타이틀도 갖고 있다. 가마솥의 장작불로 시작하여 연탄불을 거쳐 지금은 가스불로 끓여내는 설렁탕은 국물이 뽀얗지만 진하지는 않다. 찬밥을 국물솥에다 토렴해 내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 대신 잡내와 기름이 없이 깔끔하다. 일반적인 고기부위와 함께 소의 머릿고기와 혀 그리고 만하(소의 비장)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노포 답게 어르신 손님들이 많다. 인공조미료가 들지 않고 가벼운 편이기에 묵직하며 진한 국물의 요즈음 유행과는 다르다 느껴서 별로라 평하는 이들도 적잖다. 국물의 온도가 미지근하게 나오는 것도 전통이라면 전통이다.
안동장 (安東莊)
전문점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식 중국음식들을 내고 있다. 그 중 대표음식은 굴짬뽕이다. 닭육수 국물에 배추 죽순 굴 등이 넉넉히 들었고 개운하며 시원한 맛이다. 맑은 것과 매운 것 중 선택이 가능한데 맑은 것으로 맛보길 권한다. 짜장면 맛있기로도 유명했지만 이제는 시중 것들과 엇비슷하게 되었고 그나마 간짜장면이 덜 달면서 구수한 장맛이라서 나은 편이다. 곁들임으로 추천하고 싶은 음식으로는 군만두가 있다. 보통은 서비스로나 먹을만큼 별 맛 없는 것이 중국집 군만두지만 이 집 것은 직접 만들며 고기가 가득한 게 제대로다. 돈 내고 일부러 사 먹을 가치가 충분하다. 길 건너의 오구반점이 군만두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이 집 것이 크기며 맛은 물론 가격에서도 훨씬 낫다. 물만두도 인기있다. 식사류에 비해 요리 쪽은 오랜 역사가 그리 느끼지지 않는 평범한 것이 아쉽다.
김수사(金?司)
상호는 동업자의 성을 따서 지었다. 3년 후 운영권 까지 인수를 하여 본격적인 오너셰프 식당으로 출범을 한 김수사의 바깥 입구에는 창업 당시의 ‘초밥 전문’ 간판이 아직도 있다. 아버지에 이어 정재윤 조리장이 2013년 부터 2대 오너셰프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부분의 강남 일식초밥집들이 실제로는 초밥을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기는 다르다. 주력메뉴인 초밥정식은 가급적 제철 재료를 쓰려고 노력하는데 3월의 구성 품목 중에는 아래의 것들이 있었다. 선도가 뛰어난 청어, 가다랑어, 초절임 고등어의 진한 맛, 전복소라의 꼬들함, 가스토치로 겉을 살짝 구워내 고소한 광어지느러미, 향긋한 두릅 등이다. 밥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고, 그 위에 얹는 해산물을 길게 늘이는 스타일이다. 다른 일식집들이 초밥정식을 초밥 10개 정도에 구이,탕,튀김 등의 다른 음식들로 구성하는 반면, 여기는 다른 음식 종류를 크게 줄이며 다양한 재료의 초밥을 스무개 이상 제공하여 좀 더 초밥에 집중한다. 단품 식사로 겨울에는 생대구탕과 복어 맑은탕을, 여름에는 살아있는 것을 써서 끓여내는 민어탕이 괜찮다. 직접 만드는 물양갱이 디저트로 나오는데, 촉촉하고 크게 달지 않아 여성고객들에게 인기있다. 강남 유명 초밥집들 보다는 덜 세련되지만 가격대비 만족도를 놓고 보자면 이 집이 더 낫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와인과 위스키의 반입이 무료인 것도 장점이다.
우래옥(又來屋)
다만, 순면에 맛을 들이면 일반면발은 먹을 수 없게 되는 게 문제. 시원한 김칫국물에 꼬들한 쌀밥이 말려 나오는 김치말이밥은 2002년부터 시작하여 하절기의 별미메뉴로 자리잡았다. 따끈한 국물이 필요한 이들은 육개장도 즐겨 찾는데 앞서의 음식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평범한 편이다. 같은 이름의 다른 점포들 냉면은 기대할 바가 못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