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앙굿따라니까야'
2018-07-10 어현경 기자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이 2008년 전 11권으로 번역한 우리말 <앙굿따라니까야>를 한 권으로 엮은 <통합개정판 앙굿따라니까야 전서>를 최근 발간했다. <쌍윳따라니까야>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전서도 역시 가벼운 종이를 사용하고 가죽표지에 지퍼를 달아 휴대하기 편하다.
<앙굿따라니까야>는 4부 니까야 가운데 가장 나중에 성립한 경전이다. 네 니까야 가운데 가장 경전의 숫자가 많다고 한다. 한역에서는 <증일아함경>에 해당하지만 북전 <잡아함경>이나 <중아함경>과 일치하는 경전이 더 많아 <증일아함경>보다 훨씬 원형에 가까운 부처님 말씀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승불교의 원형인 불성론이나 심청정설을 포함한다. <앙굿따라니까야>는 법수로 부처님 가르침을 분류해 편집됐다. 이는 <쌍윳따니까야>가 내용적으로 분류한 것과 비교된다. 법수에 따른 편집은 교수 스님들이 학인 스님들을 가르칠 때나 재가신자에게 설법할 때 편리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전서는 초판본 상당부분을 윤문했고, 선입견에 의한 오역도 바로잡았다고 한다. 278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에는 3771개 경과 4546개 주석이 실려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색인이다. 2008년 완역 이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연구자들도 쉽게 경전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비유 색인이다. 부처님께서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빌린 재물’과 같아 괴로움이 많고 고뇌가 많고 위험이 거기에 넘친다고 말씀하셨다. 제5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의 품’에 나온 비유로, 색인이 없다면 단숨에 찾기 어렵다.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며 사용했던 다양한 비유가 어디에 수록됐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 비유 색인을 찾아보면 금방 해결된다.
‘시’와 ‘경’이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니까야에서 부처님은 시 형식으로 가르침을 정리해 이를 외우도록 하고 그 가르침을 설명했다. 경전에는 이런 시가 자주 등장하는데 <앙굿따라니까야>에 등장하는 시들이 책에서 어떻게 반복되는지 또 <쌍윳따니까야> 이외 다른 경전적 문헌에 등장하는 것도 표로 정리해 놨다. 주제별로도 경전을 찾아볼 수 있다. <앙굿따라니까야>의 권수는 법수로 분류돼 있어 이웃하는 경들 사이에 상관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주제별 분류는 경의 내용을 이해하기 수월하다. 예를 들어 부처님 생애에 대한 경, 윤회를 다룬 경, 가족관계나 사회생활에 대한 경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경을 원하는 대로 찾아 읽을 수 있다.
한권으로 엮은 <앙굿따라니까야>
한권으로 엮은 <앙굿따라니까야>
전 회장은 “<앙굿따라니까야>가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주고, 설법을 준비하는 스님이나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앙굿따라니까야> 속 경전들은 수행하는 스님들이 실천해야 되는 수행이나 재가불자의 일상적인 관심을 다루고 있다.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윤리적인 가르침이나 승단의 계육과 관계된 문제 외에도 일상적인 규범이나 종교철학적인 문제까지 다룬다.
전 회장은 부처님 가르침을 심층적으로 공부하려면 <쌍윳따니까야>와 <앙굿따라니까야>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짧은 경전으로 구성돼 있어 다른 니까야보다 비교적 이해가 쉽다. “니까야는 부처님 가르침을 부재로 잘 지어진 집과 같고, 주제가 분명하고 변주가 풍부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다름 없다”고 찬탄했다.
1989년 독일 본 대학에서 인도학 및 티베트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전 회장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빠알리어 경전을 번역했다. <디가니까야> <맛지마니까야> <쌍윳따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는 물론 <율장 대품> <율장 소품> <율장 비구계> <율장 비구니계> <테라가타-장로게> <테리가타-장로니게> <우다나>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우리말로 거듭났다. 또 지난 3월부터는 <청정도론>을 우리말로 번역 중이며 늦어도 9월 전에는 선보인다고 한다.
깨어 있는 시간에는 번역하고 책 읽고 수행하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일을 해냈다. 독일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티베트어와 범어까지 해석할 수 있는 언어가 많아 그의 번역 불사는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앙굿따라니까야>를 한 권으로 엮는 대작불사에는 람림학당 원장 혜능스님이 후원했다. 혜능스님은 ‘발간사’에서 “사부대중 전체가 부처님 가르침의 원음인 우리말 빠알리성전을 읽고 서로 권유해 부처님 가르침이 널리 퍼지고, 모든 뭇삶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불국정토가 이뤄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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