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 답사차 방문한 1박 2일의 담양 사전답사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룻밤을 편히 묵고 재미있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하기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담양 읍내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모텔이며 호텔이며 가격과 수용인원 등을 알아보며 다니려니 마음에 쏙 드는 숙소를 잡기가 쉽지 않다.
미리 인터넷을 통해 담양군청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는 숙소 등을 점검하고 인터넷에서 평가가 괜찮은 숙소를 정하고 하룻밤 묵기로 했다.
주인장과 55명이 묵을 방과 예상금액 등을 대충 뽑아보고 일단 숙소로 올라간다.
다른 숙소를 더 알아보기로 하고 잠시 피곤한 몸을 쉬고 있자니 날씨는 춥고 나가기가 귀찮아진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돌아다녀 보아야겠다 마음 먹는다.
방에 들어가 보니 밖에서 너무 떨다 와서 그런지 무척이나 오싹오싹한게 한기가 느껴지고, 바닥은 따뜻한데 외풍이 좀 있고 창엔 커텐이 없어서 더욱더 춥게 느껴진다.
잠시 전기장판을 켜고 따뜻한 바닥에 누워본다.
몸을 잠시 녹이고 씻으러 욕실로 향하는데 아뿔싸!
욕실에 난방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너무 추워 대충 씻고 방에 들어온다.
이 모텔에 처음 들어섰을 때 연예인들이 묵고 간 방이라며 온통 연예인들의 싸인이 가득 걸려있었는데 일단 숙소가 추우니 실망스럽다.
이부자리는 비교적 깨끗했지만 추워서 예약하고 싶은 맘이 안 생긴다.
하룻밤을 춥게 자고 난 다음 날 다른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담양읍내를 샅샅이 뒤졌다.
호텔이라 쓰여진 숙소를 찾아갔는데 건물이 오래되지 않은 건물이라 난방도 잘 되고 깨끗한데 방 구경을 가 보니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방이라
이부자리가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제대로 된 이부자를 제공해 줄 수 있냐고 했더니 그렇게 따지면 숙소를 구하기 힘들단다.
그래도 명색이 호텔이고 관광지인데 많은 이들이 머무는 숙소에 이부자리가 깨끗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 아난가?
가격은 비싼데 썩 만족스럽지 않다.
여기도 안 되겠다.
그리하여 서서히 지쳐갈 즈음 인천으로 올라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황토흙집펜션에 한번 들러보자고 한다.
남편의 말대로 마지막으로 한번 들러보자고 하고 황토흙집펜션을 찾았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아주 상냥하게 손님을 대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멋진 펜션을 기대하고 가서 그런지 아주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변 경관이 아주 아름답게 정돈된 것은 아니었다.
전국에 아주 멋진 숙소를 두루 돌아다니다 보니 눈높이만 높아져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방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자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따라 숙소 안으로 들어가 본다.
방이 따뜻하고 훈훈하니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이곳 황토흙집펜션에서는 아침과 저녁식사를 모두 할 수 있고 저녁 땐 바베큐요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1시간 정도 숯불에 초벌구이를 해 기름기가 쫙 빠지고 맛도 있다고 하니 직접 먹어 보고 가야겠다.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두어 시간 정도 남은 시각이다.
주인아주머니께서는 방에서 편히 쉬고 바베큐요리를 시식해 보라한다.
그리하여 직접 바베큐 맛도 보고 숙소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여기저기 두루 다니며 사진을 찍어 본다.
황토흙집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어릴 적 추억 속으로 여행할 수도 있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깔끔한 현대식 건물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정서적으로 푸근함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황토흙집펜션
입구엔 진돗개 두 마리가 꼬리치며 맞이한다. 처음엔 퀑퀑 짖어대더니 예쁘다며 이야기를 건네니 말귀를 알아듣는지 이내 잠잠해진다.
아주 귀여운 진돗개 강아지가 꼬리치며 반긴다.
황토흙집펜션 입구
대나무울타리가 정겹다.
저녁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보니 어느덧 저녁 때가 된 듯하다.
2층에 올라 내려다 본다.
농가에서 쓰이던 정겨운 물건들이 가득하다.
눈이 내려 다 녹지 않은 지붕의 잔설이 멋스럽다.
조롱박을 매달아 놓았다.
채반을 보니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서리 내리는 초겨울 가느댕댕한 고구마를 삶아서 채반에 널어 놓으면 수분이 적당히 사라지고 먹기 좋게 말라서 쫀득하고 달콤한 맛 고구마를 맛볼 수 있었다.
정겨운 체도 보인다. 찌꺼기를 거를 때 쓰고 냇가에 나가 민물새우를 잡을 때 요긴하게 썼던 체이다.
가을날 탈곡기는 시골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한여름 멍석을 마당에 펴 놓고 옥수수를 삶아 누가 길게 따내나 내기하며 옥수수를 먹던 생각이 난다.
유난히 밝게 빛나던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며 별나라를 생각하다 잠이 들곤 했다.
설픗 잠이 들 때 마당 가에서 타던 모깃불 향내가 나는 듯 하고 어머니께서 부쳐 주시던 부채질의 시원함도 느껴지는 듯하다.
절구를 보니 벼이삭이며 보리이삭 주워다 빻아 학교에 가져가던 생각도 난다. 초등학교 때 보리 추수할 때, 가을걷이 할 때 보리이삭, 벼이삭을 주워 오라고 했었다. 그러면 논이나 밭에 들어가 이삭을 주워다 어머니를 드리면 어머니께서 절구에 나락을 넣고 빻아 주셨던 기억이 난다.
지게에 나무를 잔뜩해서 지어나르시던 어린 시절 추억 속의 아저씨들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그때의 추억만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정겨운 물레방아도 보인다.
이곳에서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다. 냉난방이 구비되어 있어 겨울에는 온풍기가 돌아가 따듯하게 바베큐파티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숯불바베큐를 먹을 수 있다.
야외에도 남녀 화장실이 하나씩 있어서 급할 때 요긴할 것 같다.
정겨운 방 안
화장실 문을 고풍스럽게 해 놓았다.
복수초 사진이 걸려있어서 눈여겨 보았다.
이부자리는 밤이 워낙 따뜻해서 한겨울에도 두껍지 않은 이불을 쓴다고 한다.
두꺼운 요가 아니라 얇은 황토색매트를 깔고자면 등이 따뜻해 자고 나면 개운하다고 한다.
귀여운 토끼가 고구마를 맛나게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