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모래 바람이 남긴 발자취
왈칵 소나기 눈물에
벙어리 사연 품었다가
낙엽이 남기고 간 글월
솜 눈이 내리면 겨울 잠들려나
조규춘
사탕을 녹이며
조규춘
말 없는 회유 서로의 관계에서 시작이지
유혹에 빠진 철부지
싫증이란 말은 무의미하지
마리화나 중독이 그러할까
입안 혀끝부터 희한한 놀림은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지
너무 깨무는 순간 절정에 이르고서야
끝나는 것은 오로지 나에게 달려있지
소리 없는 쌍방울 달고
인제 와서 열중쉬어
원망할 수도 없는 솜사탕이 그리워하는
눈깔사탕의 청포도 시절
오다마에 레몬 커피 외색이 물든 사탄
우유사탕 왕막대 사탕이 대신한다지만
금오산(金烏山) 올라 보니
조규춘
산세가 구미에 맞아 저절로 산을 탄다
구름도 쉬어 간다는 절간 위
산비둘기 앞서 날더니 폭포 물바람 날린다
홀로 초행길 전생에 다녀간 듯
정상에 오르니 구미(龜尾) 벌 눈부시고
산새는 태양을 머금고 산 황금까마귀 맞다
멈춰버린 정상의 자리 대통 이어 올렸지만
달구벌을 등진 산까치였다
도선굴 안에 들어서니
촛불을 제발 켜지 마세요 글귀에
저버리지 못한 그 무엇이 불을 켜려 한다
노을빛 목욕이라도 한다 치면
신수가 달라질까 자맥질하며 하산하는데
아직도
비둘기 떼 구미(口味)에 맞는 먹이 구구댄다
바람이 그린 풍경
조규춘
출렁이는 물을 그렸지
흔들림은 바람이 그렸다
일송정 비포장길
덜컹대는 버스 안에서
말 달리는 선구자를 그렸지
강바람을 가르며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내가 그린 풍경이 아닌
이젠 그림을 신나게 그려 볼 참이다
맞바람 찾아
출컹출컹 소리 나는 사생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