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신기록 제조기'로 불러야 할 것 같다. 15세의 피겨 '천재소녀' 카밀라 발리예바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6차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또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총점 272.7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스케이트화를 신고 나갔다 하면 언니들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믿기 힘든 장면들을 잇따라 연출했다.
발리예바, 러시아 '그랑프리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세계 기록 경신/얀덱스 캡처
발리예바의 프리스케이팅 연기 모습/현지 TV채널 '러시아-1' 동영상 캡처
2021~2022 ISU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발리예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상 처음으로 180점대를 기록하며 프리스케이팅과 총점에서 세계 신기록 2개를 세우더니, 한달 뒤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첫날의 무료 프로그램, 둘째날의 프리스케이팅에서 잇따라 역대 기록을 경신하며 총점을 포함해 3개의 세계 기록을 작성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녀는 27일 치러진 프리스케이팅 부문에서 트리플 토루프, 트리플 루프,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싱글 오일러+더블 살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 트리플 러츠와 함께 쿼드러플 살코+트리플 악셀+쿼드러플 토루프를 엮는 최고난도의 기술을 깔끔하게 소화하며 무려 185.29점을 획득했다. 이전 기록은 자신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세운 180.89점.
그녀는 첫날 쇼트 프로그램의 87.42점과 합쳐 272.71점이라는 경이적인 채점표를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이전 기록(265.08점)을 무려 7.63점이나 경신한 신기록이다.
발리예바는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실시한 연습에서 쿼드러플 살코와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다 2차례 넘어지기도 했으나, 실제 경기에 들어가자 최고난도 기술 구사에서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발리예바, 프리스케이팅 연습 도중 2차례 넘어져/얀덱스 캡처
그녀의 프로그램 기술 구성을 보면 '뛸 때마다 신기록 작성'은 당연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상급 남자 선수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을 수준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가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트리플 악셀 자체만으로도 버거운 여자 선수들이 적지 않는데, 그녀는 트리플 악셀 앞뒤로 쿼드러플 점프(살코와 토루프)를 배치한 뒤 완벽하게 뛴다. 일체 감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화려한(?) 예술 점수는 덤이다. 현재의 채점 기준상 대기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녀는 2차례 그랑프리 대회 출전 만으로도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일찌감치 예약해 뒀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COVID 19)로 사실상 한 시즌(2020~2021년)을 건너뛰면서 기량을 채 만개하지 못한 '언니 세대', 즉 '러시아 여자 피겨 3인방'으로 불리는 안나 셰르바코바, 알료나 코스토르나야,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를 단번에 제쳐버릴 것 같다.
발리예바의 쇼트 프로그램 연기 모습/ISU홈페이지 캡처
올 시즌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12월 9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다. 각각 그랑프리 2개 대회를 석권하고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진출권을 확보한 '언니' 셰르바코바와 발리예바 간의 최종 매치에서 오늘의 '피겨 여왕'이 결정될 것이다. 언니 세대의 자존심을 지킬 것인지, '앙팡 테러블'(무서운 아이)의 힘을 보여줄 것인지, 진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