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카멜레온 류현진, 너의 정체는?2019.06.06. 오전 09:50 해외야구 김형준 M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매 5일마다, 동료들이 의지할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I want to be a pitcher where my teammates can depend on every fifth day.) 류현진(32·LA 다저스)이 '다저 인사이더'와 한 인터뷰 중 일부다. 그리고 류현진은 정확히,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고 있다. 류현진은 5일 애리조나 원정경기에서 7이닝 2K 무실점(3안타) 호투를 통해 팀의 9-0 승리를 이끌었다. 앞선 세 경기 성적이 1패 9.00(9이닝 9실점)이었던 체이스필드와 좌완 상대 메이저리그 홈런 장타율 OPS 1위인 애리조나 타선 그리고 세 개의 수비 실책을 딛고 이뤄낸 무실점 승리였다. 류현진은 5월 6경기에서 5승 0.59를 기록했는데 다저스 투수가 '5승+35탈삼진+0.60 이하 평균자책점'의 월간 성적을 낸 것은 1968년 5월의 돈 드라이스데일과 1981년 4월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였다(1920년 이후). 드라이스데일은 1968년 58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작성했다(이 기록은 1988년 오렐 허샤이저가 59이닝으로 경신한다). 1981년 발렌수엘라(20)는 '페르난도 마니아' 열풍을 일으키며 역대 유일의 신인왕&사이영 동시 수상에 성공했다. 그해 발렌수엘라에 이어 사이영상 2,3,4위를 차지한 선수들은 통산 성적 합계가 964승 1만3490K에 달하는 톰 시버(뉴욕 메츠) 스티브 칼튼(필라델피아) 놀란 라이언(휴스턴)이었다. 류현진은 5일 경기를 통해 평균자책점을 1.48에서 1.35로 끌어내려 팀이 첫 62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다저스 투수가 됐다(종전 1968년 드라이스데일 1.37). 또한 무실점 행진이 32.2이닝에서 중단된 이후 다시 18.2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다(최근 52.1이닝 2실점 ERA 0.35). 1974년 이후 최고의 출발이라는 다저스를 이끌고 이끌고 있는 것은 선발진이다. 6일 경기에서 마에다가 5이닝 7K 1실점(2안타 1볼넷) 70구로 물러난 다저스 선발진은 최근 23경기에서 16승1패 1.71을 기록하고 있다. 더 인상적인 것은 같은 기간 다저스 선발투수들이 18볼넷 154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K/BB 8.56, ML 선발 평균 2.81). 그리고 그 선봉에는 류현진이 있다. 5월11일 이후 다저스 선발진 성적
[5G] 5승0패 0.50 (35.2 3볼 26삼) - 류현진 [5G] 4승0패 1.88 (28.2 3볼 35삼) - 마에다 [5G] 2승1패 2.25 (32.0 3볼 37삼) - 뷸러 [4G] 2승0패 1.08 (25.0 6볼 32삼) - 리치힐 [4G] 3승0패 3.08 (26.1 3볼 24삼) - 커쇼
4월26일 이후 다저스 선발진 ML 순위
승률 - 1위 ERA - 1위 피안타율 - 1위 피출루율 - 1위 K/BB - 1위 WHIP - 1위 무실점 경기 - 1위 5일 경기에서 류현진은 개인 최다에 해당되는 17개의 땅볼아웃을 잡아냈다(종전 13개). 류현진은 지난해 1.30에서 1.88로 크게 증가한 땅볼/뜬공 비율이 규정이닝 투수 9위를 기록하고 있다(메이저리그 평균 1.19). 류현진에 앞선 8명은 모두 싱커 의존도가 높은 선수들이다. 지난해 허용한 타구의 평균 속도가 85.6마일이었던 류현진은 올해도 85.9마일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 각도가 지난해 12.5도에서 5.7도로 크게 낮아졌다. 이것이 류현진이 땅볼 비율의 증가와 함께 9이닝당 피홈런에서도 최소 허용 10위(0.68개)를 기록하고 있는 비결이다(류현진은 4월27일 조시 벨에게 홈런을 맞은 이후 53.2이닝 203타자 연속 무피홈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발사각도를 크게 낮춰준 공은 체인지업으로, 5일 경기에서 체인지업이 만들어낸 14개의 인플레이 타구는 13개가 땅볼로 연결됐다. 류현진 구종별 평균 발사각도
포심 [2018] 13 [2019] 12 투심 [2018] -3 [2019] -3 체인 [2018] 15 [2019] 3 커터 [2018] 11 [2019] 8 커브 [2018] 16 [2019] 11 비결은 간단하다. 체인지업의 제구가 더 날카로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인플레이 타구 또는 홈런이 됐을 때 탄착점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색이 진할수록 더 많이 들어온 위치). 좌완의 체인지업을 잘 치는 타자들이 많은 애리조나 타자들은 5일 경기에서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이 자신들을 상대로 무려 40%의 체인지업을 구사한 것이다. 이는 류현진의 통산 109번 등판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특히 개막전 1차전에서는 자신들을 상대로 체인지업을 극도로 아꼈던 류현진이었기에 더 당혹할 만했다. 그 경기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 비중은 데뷔 후 5번째로 낮았다. 애리조나전 구종 비율
1G [패] 48% [체] 11% [컷] 24% [커] 17% 2G [패] 36% [체] 40% [컷] 14% [커] 10% 로버츠 감독은 6일 경기에 앞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1월에 턱시도를 입을 일이 있을 것 같다.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출처 MK스포츠). 1월에는 전미야구기자협회 선정 개인상에 대한 시상식이 열린다. 5월 질주가 시작한 이후로 메이저리그의 모든 눈이 류현진을 향하고 있다. 상대들은 약점을 찾아내기 위한 현미경의 배율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과연 류현진은 '패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투수'라는 찬사를 마지막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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