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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당포2리 복지회관 → 성주사 → 수리봉 → 성주봉 → 운달산 → 헬기장 갈림길 → 금선대 → 화장암 → 김룡사 → 문경 문학관'의 11.6km 코스를 6시간 30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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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봉[聖柱峰]
높이: 912m
위치: 경북 문경시 산북면
성주봉은 운달산의 지붕으로 운달산에서 문경읍 쪽으로 붙어 있는 당포리와 용연리 사이에 높이 솟은 바위산이다. 암벽이 보기 좋다.
성주봉이라는 산 이름은 마을과 인접한 산은 인접 마을주민들이 신성시 여겨왔고 특히 신주처럼 신성시한 데서 이처럼 산 이름도 성주봉이라 붙여 놓은 것 같다. 기세등등한 장군이 자리를 잡고 버티고 서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이곳 당포리 일대 주민들은 성주봉을 흔히들 '장군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주사 뒤편 대슬랩을 지나 있는 600m 봉우리는 지형도상에는 종지봉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문경새재 옛길 박물관에 소장된 화지동(현 당포리) 고지도에 표기된 고증 자료에 의거 그 명칭이 수리봉임을 확인하여 문경 산들모임 산악회에서 "수리봉"으로 표지석을 설치하였다.
성주봉은 경사가 급한 바위산으로 주릉에 붙기 전까지는 급경사지를 올라야 하며 능선에 다 올라서면 힘든 일은 한숨 돌리게 된다. 성주봉 바로 아래에 있는 성주사부터 오르막길이 시작되며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도록 당일 산행 리드가 페이스를 잘 조절해 가며 천천히 진행해야 부담감도 줄이고 체력을 안배해 무리가 없이 끝까지 산행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주봉 오르는 길에는 작은 돌들이 길과 바위 슬랩면 나무 사이에 많이 있으므로 슬랩을 통과할 때에는 돌이 굴러 내리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 성주봉은 멀리서 바라보면 바위산으로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산행에 접어들고 보면 바위 한쪽 면으로 일반 등산로와 같이 시원한 소나무 숲길이 잘 나 있으며 길에는 흙이 두껍게 깔려 있다.
오르다 보면 중간지점에 경사진 바위 슬랩이 100여 미터가량 이어지는데 이곳을 홈이 없는 일반 슬랩과는 달리 발을 디딜 수 있는 계단식 슬랩으로 초보자도 오르기에 무리가 없으며 이곳을 오르기에 조심스러운 사람은 슬랩 우측 나무가 많은 가장자리로 나무를 잡고 안전하게 오르면 된다.
운달산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성주봉으로 종주할 수 있으나 자일과 암벽장비가 있어야 안전하다. 문경읍 당포리에서 성주봉만을 등산할 수 있다.
문경에서 5~6킬로 정도 오면 당포리가 다가온다. 이 길은 주흘산 뒤로 뻗어 포암산 아래 하늘재로 이어지는 작은 도로이다.
성주봉 등산을 위해서는 당포2리 마을 앞까지 오면 된다. 성주봉은 운달산의 지봉임에도 거의 흙산에 가까운 운달산과는 사뭇 다른 암봉이다. 마을 앞에서 보면 성주봉은 그림 같은 암봉미를 갖춘 아름다운 산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산은 별로 찾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험한 산이다. 그래서 산이 깨끗하다.
송이버섯 채취 시기엔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금지된다. 이런 산을 소개하는 것이 아름다운 시골 숫처녀를 서울 거리에 내다 파는 격이 된다면 곤란할 것이다. 이산에 다시 가서 버린 병이나 과자봉지, 과일 껍질을 목격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앞으로 좋은 산일수록 소개하지 말라는 경고로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산을 오르내리는데 약 6~7시간을 잡는 것이 좋을 듯하다. 스포츠식 산행은 이 산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경관을 보고 우리 산의 아름다움에 심취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 한국의 산하
운달산[雲達山]
높이: 1,100m
위치: 경북 문경시 산북면
소백산과 북동쪽에 이웃하고 있는 산으로 비교적 교통편이 나빠서 덜 알려진 산중의 하나다. 운달산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깊은 산이다.
또 1,000m가 넘는 높이에 걸맞지 않게 겉보기에 정상이 불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정상에 이르기까지는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공룡능선이 이어져 오르고 내리는 등산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정상 바위에서는 대미, 주흘산, 백화산 등이 눈앞에 보이고 펑퍼짐한 능선에는 수림이 빽빽하다. 이와 함께 급경사와 바위를 타고 능선 바로 옆을 도는 힘든 구간도 있어 감칠맛을 더해준다. 산행기점은 김룡사가 되는데 정상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대성암, 화장암을 비롯, 금선대가 해발 700m 되는 곳에 있어 산행에 도움이 된다.
남쪽 기슭의 울창한 송림에 신라 진평왕 10년(588년) 운달 조사가 창건한 고찰 김룡사(金龍寺)가 있으며 김룡사 일원의 계곡을 운달계곡이라고 일컫는다. 맑은 물과 짙은 녹음이 어우러진 운달계곡은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내며, 문경 8경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산행 길잡이
산행기점은 김룡사이다. 문경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김룡사 입구에서 하차한다. 전나무와 노송이 우거진 북쪽으로 걸어가면 김룡사다. 김룡사에서 800m쯤 올라가면 계곡이 갈라지는 지점에 대성암이 있고 그 앞에 양진골로 오르는 샛길이 있다.
대성암에서 샛길로 가지 않고 곧장 계곡 골짜기로 오르면 내화리(화장암)가 보이고 감나무가 많은 길에서 갈림길이 있다. 갈림길의 왼쪽으로 들어서 1시간쯤 가면 금선대이다. 금선대 뒷길로 들어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오른다. 정상에 서면 건너편에 주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내화리, 당포리, 용연리 세 곳으로 할 수 있다. 당포리로 하산하면 문경으로 가는 교통편이 좋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11월 세 번째 화요일인 19일은 대기업 안내산악회가 계획한 문경 운달산행에 동행하기로 했다. 운달산은 2020년 12월 그러니까 5년 전, 아직 천고지를 장기 산행 목표로 세우기 전, 이번과 같은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다녀왔다[산행기]. 해서 다시 갈 생각은 없었는데, 이번에 운달산행을 계획한 인솔 대장이 성주봉에서 놀고 오자고 권해, 잠깐 고민 후 승낙했다. 사실 같은 주 목요 오지팀 산행이 전 주와 같이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 내가 제안해, 작년 5월 즉, 2023년 5월 다녀온 강원 정산의 고양산, 상정바위산 연계 산행이고, 딱히 다른 갈만한 산이 없어, 어느 산을 갈지 고민 중에 받은 권유이기도 했다. 비록 상정바위산이 한반도 지형 조망처로 과거 유명했으나, 2023년 당시는 잡목에 가려 전망대가 전망대가 아니고, 등산로 또한 좋지 않아, 꽤 힘든 산행이었다. 사실 오지 산행으로는 재미도 있고 괜찮았으나, 두 번씩 달릴 만한 산은 아니다[산행기]. 최근에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오지가 오지인 이유가 있다. 와중에 2020년 운달산행 때는 석봉산을 지나, 길이 헷갈려 김룡사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찾지 못해 문경문학관으로 직진하는 코스로 하산한 전적이 있어, 그 갈림길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도 있다.
산행 일주일 전인 현재, 신청자는 28인승 버스를 채우고, 31인승 버스로 바뀔 수 있는 3명의 대기자가 더 있다. 이기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좌석 간 간격이 넓어, 편한 28인승에서 좁은 31인승 버스로 바뀌는 게 달갑지 않아, 대기자 또한 예쁘게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내가 대기자가 되면, 상황이 달라지지만. 그래서 인간이 간사하다. 버스 변경은 대게 회사에서 산행 하루 전 주로 하니, 그때 대기자 수에 달렸다. 물론 입금한 대기자! 어쨌든 현재 신청자 중에는 친숙한 선배 산꾼도 몇 있어, 2020년 당시에는 코로나가 최고조였던 때라 영업하지 않았던 식당이 지금은 영업하는 듯하니, 그들과 그 식당에서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다. 영업하지 않으면 없었던 일이 되는 거고.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당일 문경 지역은 종일 맑고, 기온은 -1℃~10℃ 사이의 초겨울 날씨라, 역시 4년 전과 같이 겨울 산행에 대비한 준비를 한다. 다만, 컵라면보다는 역시 사당역표 김밥이다. 그런데, 산방 사이트에서 산불 통제 입산 금지 여부를 확인했는데, 대상인지 아닌지 모호하다. 그건, 안내산악회에서 알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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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50분 알람에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볼일을 보며, 밤새 변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산행 이틀 전인 17일 일요일 확인한 것과 같다. 일요일 신청자는 대기자를 포함 만석이었다. 말인즉 공지 초반과 달리 대기자가 신청해야 좌석을 다 채우는 거로 변했다. 갑자기 취소자가 다섯 명이나 생긴 게 이상해 일요일, 산행 당일 운달산 날씨를 확인했었다. 종일 구름이 조금 끼고, 기온은 영상 7℃~11℃, 그리고 바람은 1㎧~2㎧라는 예보로, 약간 춥다. 하지만, 그렇다고 산행을 취소할 날씨는 아니니, 아마 개인적 이유로 취소자가 생긴 듯했다. 고로 28인승 버스에서 31인승 버스로 바뀌는 상황이 해소돼, 다행이라 생각했다. 산행 당일 아침인 현재, 일요일과 달라진 건 없다. 그걸 확인하고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5시 45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으로 갔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5시 58분 열차로, 삼각지역에서 4호 열차로 갈아타, 6시 43분경 사당역에 도착했다. 이후 개찰구로 나가, 즉석 빵집의 틈새 상품 김밥 한 줄 사 주머니에 넣고, 1번 출구로 나갔다.
6시 47분 공영주차장, 안내산악회 버스가 대기하는 공간에 도착해, 배낭을 멘 채 버스에 타, 인솔 대장 및 친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 배낭에서 슬리퍼를 꺼내 갈아 신은 후, 배낭은 앞 좌석 아래에, 등산화는 내 자리 밑에 넣고, 바로 잠을 청해, 충주 휴게소에 도착해서도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잤다. 다만, 휴게소의 정체가 궁금해 창의 커튼을 걷어 확인했다. 이후 들머리 도착 20여 분 전 인솔 대장이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하는 순간 눈을 뜨고 얘기를 들었다. 2020년 마지막 산행으로 다녀온 운달산이라[산행기]. 익히 아는 내용이다. 다만, 당시에는 석봉산을 거치는 코스였지만, 이번에는 그 전인 금선대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김룡사로 내려가는 게 다르다. 일단 산악회 코스 계획대로 움직일 생각이나, 2020년 김룡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발견하지 못한 게 꺼림칙해, 그 갈림길을 찾기 위해 다시 석봉산 코스로 갈 수도 있다. 어쨌든 대장의 설명이 끝나고, 다시 등산화를 신고, 배낭에서 무게만 나가는 여벌의 옷이든 가방을 꺼냈다. 그리고 창밖을 보니, 이번 산행의 목표인 성주봉의 모습이라, 핸드폰을 꺼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마, 성주봉이 아니라 주흘산이었다!
와중에 그 앞에 억지로 만든 흔들다리가 보여 유심히 살펴봤다. 웬만한 지자체에는 흔들다리가 다 있으니, 문경에 하나쯤 있는 거야 이상한 거 없으나, 다리를 만들기 위해 탑을 세운 건 과하지 않나? 어쨌든 그 다리를 지켜보다, 우연히 도로에서 '서울대 인재원'이라는 이정표를 본 듯했다. 서울대 인재원? 문경에? 내가 뭘 잘못 본 거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 흔들다리 앞 흰 건물의 현판을 보고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서울대 인재원'이 아니라, '서울대학교병원 인재원'이다. 그럼 혹시 저 흔들다리도 인재원에서?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도착 직전 11.6km에 불과한 코스지만, 6시간 30분으로는 조금 빡빡한 듯하다며, 10분을 추가해 6시간 40분으로 한다고 공지했다. 고로 9시 40분 도착 예정이니, 마감은 4시 20분이다. 사실 주어진 코스대로 간다면 차고 넘치는 시간이나, 밧줄을 잡고 오르내려, 병목이 발생하는 암봉이 몇 개 있어, 지체는 어쩔 수 없다. 이후 달리는 버스의 오른쪽에 있던 주흘산이 왼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조금 지나, 예정보다 2분 늦은 9시 42분 들머리인 당포2리 복지회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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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에 불필요한 걸 뺀, 가벼워진 배낭을 둘러메고 버스에서 내려, 먼저 이 지역의 날씨를 확인했다. ‘날씨알리미’의 초기화면과 시간당 예보의 기온이 다르나, 그건 한국 기상청에서는 놀랄 일도 아니고, 어쨌든 새벽의 예보와는 달리 오전에는 화창한 날씨라는 예보다. 그리고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둘 다 '좋음'이라 오늘 조망은 기대할 만하다. 이후, 이미 5년 전 기록이 있으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고 주요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긴 후 GPS 수신이 끝난, 두 등산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206.1m~230m, 산길샘이 아니라 산경표의 고도가 현실에 더 가깝다는 건 증명됐으니, 230m 내외다. 고로 오늘 오를 최고봉인 운달산 정상이 1,097m니, 고도차는 867m로 꽤 올려야 한다. 말인즉 쉽지 않은 산행이다. 하지만, 진정한 걱정은, 대슬랩이나 암벽 구간에 계단을 설치했다는 사전 정보로, 그걸 타는 재미에 오는 산인데, 그게 없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그러지 않기를 빌며, 벌써 마을을 관통하는 포장도로 진정한 들머리인 성주사로 향하는 선두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앞에 보이는 성주봉 능선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기기도 하며, 갈수록 가팔라지는 포장도로를 숨을 헐떡이며 올라, 9시 58분 사실상 들머리이자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 성주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포장도로가 끝나는 주차장에 서 있는 '성주봉(聖柱峰) 등산로 안내도'를 잠깐 훑어보고 기록으로 남겼다. 일단 첫 번째 기복이자, 봉우리인 수리봉의 높이가 600m, 수리봉까지의 거리는 0.7km에 불과한데, 올려야 할 높이는 300m가량이라, 성주사 직전까지도 완만한 경사는 아니었으나, 이제부터 진정한 급경사의 시작으로, 낙엽이 쌓여 미끄러운 급경사를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동안, 지난 산행 때는 대 슬랩 들머리의 위치를 몰라, 중간에서 진입한 게 미련으로 남아, 이번에는 왼쪽 슬랩 방향으로 인적이 있는지 유심히 살피며 갔다. 사실 이것도 이번 산행에 동참한 이유 중 하나다. 물론 가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깐씩 쉬는 동안 뒤로 돌아, 눈에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며 올랐다. 그런데, 어차피 보이는 건 위나 아래나 똑같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넓어져 그래도 약간의 차이는 있다. 그 차이를 비교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두 번째 파노라마의 끝에 보이는 게 백화산이다!
왼쪽에 인적이 있는지 주시하며 급경사를 올라, 10시 10분경 드디어 인간의 흔적을 발견했다. 물론, 아직 대슬랩의 시작은 아닌 듯한데, 일단 그 인적을 따라 좌회전해, 잡목을 뚫고 깊숙이 들어갔다. 예상대로 대슬랩의 시작은 아니나, 그 바로 아래는 맞아, 무너져 내리는 너덜 지대를 통과해 무작정 위로 갔다. 그리고 10시 12분경 대슬랩의 하단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지만, 경사는 생각보다 심하나, 암벽이 미끄럽지 않아, 보기와는 달리 미끄러질 위험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구간에 따라 네발로 기어야 하는 곳도 있어,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계속 오르는 건 쉽지 않아, 중간에 촬영을 중단했다. 두 발이 아니라, 네발을 사용하지만, 숨이 가쁜 건 더해, 중간에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돌아, 경치와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이 있는지 확인했다. 없다! 총 28명이 산행을 시작했으나, 대슬랩을 오르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다른 일행은 왼쪽의 갑판 계단과 철봉을 박고 연결한 밧줄 구간으로 오르고 있었다. 대슬랩의 모든 구간에 계단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걱정했으나, 그건 아니다. 왼쪽의 계단이나 밧줄은 이미 5년 전에도 있었다.
뒤로 돌았을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주흘산? 정확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봉우리 정상의 흰 눈을 보고, 언제 눈이 내렸는지 궁금해하며 그걸 사진에 담은 후 계속 올랐다. 그리고 대슬랩이 끝나기 얼마 전, 바위에 박힌 볼트와 쇠사슬을 발견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장비를 이용해 암벽을 오르는 산행은 하지 않는 인간이라, 암벽 등반 장비의 명칭을 몰라, 그냥 볼트와 쇠사슬이라 부른다. 어쨌든 이걸 보면, 과거에는 여기에 밧줄을 걸고 올라왔다. 아마 왼쪽의 계단과 밧줄 구간이 없을 때 초보자를 위해 밧줄을 걸었을 듯하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아래를 보니, 한참 아래에서 예닐곱이 대슬랩을 오르고 있다. 우리 일행 중 내가 거의 후미나 다름없고, 그리고 내 뒤에 일행이 있다고 해도, 너머 거리가 멀어, 저들은 일행이 아니다. 그런데, 오르는 사람의 숫자로 봐서는 산악회다! 어느 산악회일까?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로 추측건대 안내산악회는 아니다! 어쨌든 대슬랩이 끝나, 이제는 정규 등산로로 돌아갈 시점이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등산로로 진입해 올라가는데, 5년 전과는 달리, 잘 정비된 돌계단이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놓고 간 안전모로 봐서 이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 안전모를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올라, 10시 30분 누운 소나무에 도착했다. 일행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여성 등산객이 소나무에 앉아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다, 소나무만 기록으로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 오른쪽의 수리봉을 우회하는 등산로로 정상을 향해 갔다. 많은 등산객을 추월하기도 하며! 10시 32분 수리봉 정상을 향해 바로 오를 수 있는 지점에 도착해, 어디로 갈지 잠깐 고민하다, 우회로로 갔다. 이후 정상이 멀지 않아 보이는 지점에서 지도로 정상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멀지 않다. 다만, 이유는 알 수 없으나, ‘e-산경표’는 바로 위 수리봉을 성주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름이야 어쨌든, 정상이 멀지 않아, 당연히 동영상을 촬영하며 위로 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멀고, 위로 오르면 오를수록 정상 너머에서 요란한 기계음이 들린다. 마치 바위를 깨는 듯한 소리다. 해서 처음에는 정상 너머 아랫마을의 공사 소음이 들리는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동영상을 촬영하며 예닐곱은 쉴 수 있는 평지에 올라, 거기에 있는 발전기와 갑판 재목을 보고, 봉우리 뒤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만, 밧줄 구간에 계단을 설치하는, 거위 배를 가르는 짓이 아니기를 빌며 가, 정상 직전 바위 전망대에서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주흘산과 백두대간이다. 이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0시 39분 정상석이 있는 수리봉에 도착했다. 물론 정상석 주변에는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찍으려는 등산객으로 붐벼, 사람이 바뀌는 빈틈을 타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미 한번 올랐던 정상이라, 정상석 뒤가 전망대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인천에서 온 산악회까지 합류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 미련 없이 수리봉을 떠났다. 당연히 암벽을 내려갈 기대에 들떠! 하지만, 그러지 않기를 빌었는데, 그 구간에 계단 공사가 한창으로 진척도는 90% 이상이라, 새로 만든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게 가능했다. 그래도 암벽으로 내려갈 수 있는지 살펴봤으나, 계단이 방해해 접근이 쉽지 않아 포기했다. 까만 소 100+인 성주봉 인증꾼이 영원할 줄 아는 사람들이 기어이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말았다. 일행 중 운달산에 처음 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암벽 타는 재미 때문에 온 모두가 앞으로 이 산에 올 일은 없다고 한마디씩 하는 게 그 방중이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내일이 없는 나라가 됐을까?
공사가 한창인 갑판 계단으로 내려와 반대편 암봉에 오른 후 당연히 뒤로 돌아 수리봉을 기록으로 남겼다. 첫 번째 사진을 확대하면, 공사 중인 인부의 모습이 잘 보인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무명의 두 번째 봉우리 정상으로 향하는데, 울창한 숲 사이로 성주봉이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계속 가, 11시 8분 '주의' 경고문이 서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수리봉에서 내려오는 암벽은 밧줄이 없어도 내려올 수 있지만, 여기서 내려가는 암벽은 밧줄을 이용하지 않으면 대단히 위험해 5년 전에도 밧줄을 잡고 내려갔다. 다행히 아직 여기는 공사를 시작하지 않아, 5년 전과 같은 조건이다. 그럼, 병목이 발생한다. 산악회에서 운달산행은 코스가 길어서가 아니라, 암벽 구간의 병목 때문에 소요 시간을 길게 책정한다. 계단 공사가 끝나면, 병목 구간이 사라지니, 소요 시간을 짧게 바꾸고, 인증꾼을 위해 운달산을 빼고, 성주봉만 1+1 산행으로 진행할 수도! 그럼, 인증꾼은 문경에 ‘발도장’만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성주봉 정상에서 절골로 하산하면 가능하다! 다시 이 산에 올 일 없는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고, 예상대로 병목이 발생한 암벽 위에서 반대편 봉을 오르는 선두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차례를 기다렸다.
와중에 인천 산악회 팀 노년의 산꾼이 새치기해, 차례를 지키리라고 큰 소리로 뭐라고 했다. 여기서 지체하면 버스 시간에 늦는다고 계속 혼잣말하는 걸 보니, 그 산악회 산행 대장이 성주봉은 처음이라, 암벽 구간의 병목에 관해 몰라, 일행에게 얘기를 안 한 듯했다. 그래도 그 정도 나이를 먹고, 벌써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산행 경험도 풍부한 듯한데, 혼자 빨리 달려, 산악회 전세 버스에 가서 뭘 하겠다는 건가? 안내산악회도 아닌 듯한데, 마지막 한 사람이 도착해야 출발한다는 걸 모르나? 어쨌든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먼저 가라고 양보한 후 내려가, 아래에서 이어서 내려오는 여성 등산객을 발 디딜 곳을 알려줬다. 그리고 그가 무사히 도착한 걸 보고, 무명 봉우리로 올라, 중턱에서 뒤로 돌아 병목이 발생한 암벽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오른쪽으로 보이는 성주봉과 단산을 사진에 담으며 정상으로 향해, 11시 22분 성주봉 670m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리고 11시 28분 530m 이정표를 지났다. 고로 6분 동안, 고작 140m를 전진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등산로가 험하거나, 기복이 심했던 것도 아니라, 이정표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그건 그렇고 이정표가 있는 곳 두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성주봉과 이름 모를, 봉우리(혹시, 운달산?)를 기록으로 남긴 후 다시 길을 재촉했다.
동영상을 촬영하며 암벽을 네발로 기어 칼등 능선에 올라, 오른쪽 절경을 감상한 후 계속 촬영하며 갔다. 그리고 11시 37분 앞을 가로막는 뾰족한 봉우리 아래 도착해, 그게 성주봉이라는 생각이 들어, 등산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산경표야 수리봉을 성주봉이라 표기했으니, 이 봉우리에 어떠한 표기가 없어도 그러려니 하는데, 산길샘도 없다!? 다만, 두 지도 모두 앞의 봉우리 정상이 갈림길인 걸 보면, 성주봉이 맞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랐는데, 다시 암벽이라, 촬영을 중단하고 밧줄을 잡고 오르자, 또 칼등 능선이자, 전망대가 계속 이어져,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 절경을 사진에 모두 담았다. 그리고 11시 45분 성주봉 정상 직전, 대미산에서 포암산, 조령산,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주흘산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번 산행 최고의 바위 전망대에 도착해, 당연히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1시 46분 5년 전과 같은 정상석이 있는 성주봉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목요 오지팀 선두 조 선배 산꾼과 두 명의 다른 일행이 주변을 감상하거나, 인증을 찍고 있다.
먼저 정상석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목요 오지팀 선배와 서로의 인증을 찍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주봉 정상은 삼거리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당포리 방향 절골이고 직진하면, 운달산이다. 그리고 성주봉을 떠나, 날머리인 김룡사까지는 산을 타는 재미도, 주변에 보이는 것도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가면 된다. 물론 5년 전과 변함이 없다면! 하지만, 산길샘의 네이버 지도에 의하면, 성주봉에서 운달산 방향은 통제 구역이다. 산행 전 확인한 산방 통제 지역이 맞다. 말인즉 가면 안 된다. 언젠가, 누군가가 산림청 관련 예산을 전용해, 산방 요원 고용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설마 그게 진실? 그럼, 법 없이 사는 우리 무법자들은 예산 전용을 좋아해야 하나? 11시 54번 운달산 2,000m 이정표를 통과해 오지팀 선배 산꾼 그리고, 인천 산악회 소속 산꾼 한 명과 세 명이 운달산으로 향했다. 11시 58분 갑판 계단으로 기복에 올라서자, 핸드폰의 알람이 울려, 확인해 보니 까만 소 앱이 성주봉 방문을 인증했다고 보낸 메시지다. ‘광주 더블트레일 챌린지’에서 ‘러닝 암밴드’를 받으려면 까만 소의 도움이 필요해, 까만 소 100+ 중 하나인 성주봉을 대상으로 앱의 '인증' 알림 기능을 테스트 중이다.
일단 인증 알람이 인증지 부근이라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건 성주봉 아래에서 '인증하기'를 누르자 바로 '발도장 찍을래?' 하고 묻는 걸 보니, 아니다. 그럼, 인증지에서 인증 대상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올린 후 인증됐다는 메시지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메시지가 온 거다. 고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증 알림이다. 인증지라는 걸 사전에 알려줘야지, 미처 모르고 통과하면 인증꾼에게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산행 중 인증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인증꾼을 많이 봤다. 그 중 가장 불쌍했던 건, 무박 지리산 성중중주 중 토끼봉에서 인증 때문에 화개재로 돌아가건 세 명이다[산행기]. 이건 산행 전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까만 소의 큰 그림?! 어쨌든 암밴드를 받으려면 수시로 인증지인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테스트 끝! 현재 위치가 무명봉이기는 하나 그래도 능선에서는 높은 곳이라, 진행 방향으로 잎이 떨어져 앙상하나,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두 봉우리를 기록으로 남긴 후 분명 둘 중 뒤가 운달산인데, 이렇게 가까웠었나? 해서 5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데, 기억이 안 난다. 성주봉 이후는 완벽한 오지 산행이었던 석봉산에서 문학관 코스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다. 어쨌든 지금은 두 봉우리 중 뒤가 아니라, 일단 앞의 암봉을 넘는 게 중요하다.
운달산 정상 전이었는지, 정상을 넘어서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 굴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굴이 있으려면 바위가 있어야 하는데, 바위라면 앞에 보이는 암봉이다. 그건 암봉에 올라서 보면 알거라,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암봉을 향해 날카로운 암릉으로 올라가자, 등산로는 암봉을 넘는 게 아니라, 좌로 우회한다. 해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 앞을 보니, 건너편은 낙엽 쌓인 급경사를 오른 후, 다시 암벽을 기어올라야 해, 나도 모르게 '암담하다, 저기 올라갈 생각을 하니까'라는 마음의 소리가 나온 후 허탈하게 웃었다. 어쨌든 낙엽 덕분에 죽죽 미끄러지는 급경사를 오른 후 밧줄을 잡고 암벽을 오르자, 바위굴이다! 점심을 먹겠다고 한 그 바위굴! 하지만, 선배 산꾼이 바위굴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 김밥을 꺼내기 위해 이왕 벗은 배낭에서, 대슬랩에 오르기 직전 벗어 배낭에 넣었던 바람막이만 꺼내 입고, 암벽을 계속 기어올라 반대편 능선에 내려섰다. 그리고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간단히 체력을 보충하고 운달산을 향해 가자, 앞에 5년 전에는 없던, 갑판 계단이다. 그 계단으로 오르며,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지도를 확인했다. 예상이 맞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는데, 갑판 계단이 얼마나 긴지, 정상까지 6분 25초짜리 영상이 됐다. 어쨌든 정상에 도착하니, 나무에는 '백두사랑산악회'에서 '운달지맥, 운달산 1,103.2m' 명패가 걸려 있고, 그 옆에는 운달산 특유의 정상 표지가 서 있다. 그런데, 성주봉 정상은 기억나는데, 운달산 정상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게, 당시 운달산 정상이 별 감응을 주지 못한 듯하다. 어쨌든 명패와 정상 표지를 기록으로 남긴 후, 인증을 남길지 고민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자연석 정상석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5년 전 인증을 남겼던, 작은 정상석이 있다. 그걸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살아난다. 어쨌든 새로운 정상석을 만났으니, 당연히 인증을 남겨야 해, 어느 순간 둘만 달린, 선배와 또다시 서로의 인증을 찍어줬다. 그리고 막 도착한 등산객 두 명이 서로의 인증을 찍어주는 걸 지켜보다, 정상을 떠나, 1시 18분 화장암 갈림길에 도착했다. 좌회전은 금선대·화장암으로 산악회 계획 코스고, 직진은 5년 전, 같은 산악회 계획 코스인 석봉산이다.
갈림길 이정표에 보자, 들머리인 당포2리부터 여기까지는 두 번째지만, 여기부터 화장암을 거쳐 김룡사까지 달리는 코스는 초행이라, 좌회전하고자 하는 생각과 5년 전 석봉산에서 김룡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놓쳐 '문경문학관'으로 바로 내려갔던 아픈 기억이 있어, 그 갈림길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서로 싸운다! 해서 선배 산꾼에게 어느 길을 원하는지 물었다. 따라갈 테니 좋을 대로 하라고 해, 석봉산을 향해 직진했다. 그런데, 석봉산까지는 볼 게 없으니 찍을 것도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가는데, 반대편에서 등산객이 와, 당연히 혼산 중인 등산객이라 생각하고 인사하고 지나쳤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선배 산꾼과 얘기를 나눈다. 우리 일행이다. 나야 버스를 타자마자, 잠이 들어 들머리까지 꿈쩍도 안 해, 존재감이 없지만, 선배 산꾼은 아는 사람이 많아, 아마 버스에서 본 기억 있어 말을 붙인 듯하다. 말인즉 앞에 계단이 있는데, 거기까지 갔다가, 무언가 이상해 갈림길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거다. 그러자, 선배가 석봉산에서 김룡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한다. ‘앗! 그럼 안 되는데!’ 이미 뱉은 말이라, 어쩔 수 없어, 그도 일행이 되어 같이 갔다.
와중에 석봉산 직전, 조금 전 합류한 등산객보다 더 빨라, 석봉산에서 돌아오는 등산객도 같은 과정을 거쳐, 넷이 김룡사로 향했다. 그리고 1시 41분 석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다른 건 변함이 없는데, 김룡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목책으로 막은 게 5년 전과 다르다. 이 상황에서 가지 말란다고 안 갈 사람들이 아니라, 망설임 없이 목책을 넘어, 희미한 인적을 따라 능선을 따라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물론 핸드폰을 꺼내 수시로 갈림길 위치를 확인하며 가, 1시 53분경 좌회전하는 희미한 인적을 발견하고 좌회전했다. 정확히는 우리가 조금 전에 우회한 암봉에 갈림길이 있지만, 우리처럼 암봉을 우회한 산꾼들이 진행한 흔적이다. 어쨌든 좌회전해 낙엽 쌓인 급경사 기슭을 아슬아슬하게 가로질러, 1시 55분 산악회 리본이 있는 등산로와 합류했다. 이제 등산로가 있다는 건 확인했으니, 급경사를 사고 없이 내려가면 된다. 당연히 찍을 것도 없지만, 찍을 정신도 없고, 지난 해산 산행 때 찧은 엉덩방아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어, 미끄러져 다시 엉덩방아를 찧는 일이 없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등산로에 집중하며 갔다.
그럼에도 가끔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앱의 지도를 확인했는데, 산길샘과 산경표가 다르다.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네이버를 버리는 인간이라, 고민 없이 산경표를 따라갔다. 물론 가끔 뒤로 돌아 다들 제대로 따라오는지도 확인했다. 그렇게 내려가다 보니, 중간에 합류한 두 사람은 길 상태에 꽤 놀란 듯했다. 그리고 따라온 걸 후회하는 것도 같았다. 해서, 산에서 만난 누구에게도 같이 가자는 말을 안 한다. 과거 몇 번 했다가, 괜히 욕만 잔뜩 처먹을 뻔한 경험 때문이다. 와중에 무턱대고 따라온 사람이 길이 험하다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도 몇 번 당해, 초면의 등산객이 따라오면, 산악회 코스는 여기가 아니니 돌아가라고 미리 알려준다. 그래도 따라오면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 그리고 길이 없으면 오지팀 선두 조인 선배와 나야 길을 만들며 내려가면 그만인데, 초면인 등산객이 어떤 생각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비록 쌓인 낙엽에 죽죽 미끄러지는 급경사라 갈지를 쓰기는 하나, 중간중간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도 보이는 등산로임은 분명하다. 와중에 급경사를 내려가야 하지만, 저 아래로 절도 보인다. 선배 말대로 그게 더 고문이기는 하다.
별 사고 없이 내려가, 2시 19분 과거 심마니의 쉼터 잔재가 있는 계곡 상류에 도착했다. 여기가 산길샘과 산경표의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계곡에 들어서자, 인적, 즉 등산로가 더 확실해졌다. 다만, 관리를 하지 않는 등산로라, 중간에 쓰러진 고목이 길을 막고 있어, 그걸 우회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렇게 내려가, 2시 31분경 물 한 모금 하기 위해 잠깐 쉬면서, 아래를 보니, 암자에 물을 공급하는 물통이 보여 그곳으로 내려갔다. 이후 도착해 보니, 거의 임도 수준의 길이다. 그 길로, 암자로 향해, 2시 36분 양진암에 도착하는 거로 사실상 산행은 끝났다. 여기서는 임도로 주차장까지 가면 된다. 일단 암자로 내려서, 위를 보니, 전각이라, 산신각이라면 산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보광전이라, 돌계단을 올라가는 것조차 힘들어, 그대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2시 42분 화장암 갈림길을 지나, 45분 두 번째 화장암 갈림길을 지났다. 두 번째 갈림길은 대성암 바로 앞이다. 가끔 차량도 올라오는 임도로 내려가, 2시 50분 김룡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김룡사 본존불과 산신에게 신고하려면, 좌회전해 위로 올라가야 하나, 그럴 체력과 시간이 없어, 언제일지 모를 다음을 기악하고 걸음을 재촉해, 2시 52분 김룡사 일주문에 도착했다.
일주문 현판에는 당연히 한자로 '운달산 금룡사(雲達山 金龍寺)'라 적혀 있다. 쇠 '금'을 왜 '김'이라 표기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김룡사는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계속 헷갈리지만, 이에 반해 '금룡사(金龍寺)'는 뜻이 명확해 바로 기억할 수 있다. 해서 구글링했다.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사람의 두 가지 설이 있다고 쓴 글이 있다[기사]. 나도 두 설 중 첫 번째가 그나마 그럴듯해 보인다! 어쨌든 현재 시각 2시 52분, 5년 전 기억에 의하면 일주문에서 주차장까지 꽤 멀었다. 고로 하산주를 마시려면 서둘러야 해, 빠르게 주차장으로 향했으나, 기억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주차장이 있다. 당연히 그 길목의 식당으로 갔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 휴일이라, 낙담하고 계속 가니, 5년 전에도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김천식당’이다. 그리고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익숙하다. 대장이다. 대장도 우리를 발견하고 왜 이제야 오는지 물어, 석봉산을 거쳐 오는 거라 얘기하고, 일단 씻기 위해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해, 3시 3분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공식 마감보다, 1시간 17분 이르다. 그리고 산악회 계획인 화장암이 아니라, 석봉산을 찍고, 양진암으로 내려왔다.
3
3시 4분 주차장에 도착해, 먼저 버스에 올라, 내 자리에서 슬리퍼와 여분의 옷이 든 봉지를 가지고 내렸다. 이후 주차장 의자에 앉아, 여분의 옷을 배낭에 넣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슬리퍼를 신었다. 그리고 비닐봉지에 벗은 양말과 등산화를 넣고 밀봉 후. 배낭은 버스 짐칸에 그리고, 비닐봉지는 앞 좌석 아래에 넣는 거로 정리를 끝냈다. 이후 온수가 나온다는 화장실로 가, 세수와 세족하는 거로 씻는 걸 끝내고, 김천 식당으로 가, 야외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 중 '산초 손 두부구이'와 지역 소주, 맥주를 주문했다. 그런데, 두부구이라면 구워서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식당 주인장의 딸내미로 보이는 여성이 이동식 버너와 밑반찬을 들고 와 식탁에 놓는 걸 보니, 이 동네는 즉석에서 구워 먹는 듯하다. 그리고 작은 솥뚜껑으로 보이는 곳에 두부를 가지런히 얹어 들고 와 버너에 올려놓은 후 불을 붙이고 조용히 물러난다. 고로 남은 건 내 몫이다. 해서 먼저, 소맥을 만든 후 선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과 잘 구워진 두부를 안주로 지역 소주인 '참'을 마셨다. 이후 선배가 합류해 소맥 두 잔을 만들어 마신 후 계속 해 참을 마셨다.
와중에 지난 10월 31일 망경대산 산행[산행기] 후 양재 2차에서 술을 산, 선배에게 전화해 어디쯤인지 확인하고, 멀지 않은 위치라 선배가 마실 술과 파전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리고 조금 있다 도착한 선배와 셋이 마감 10분 전인 4시 10분까지 마시고, 버스로 갔다. 예정 시각인 4시 20분 버스는 서울로 출발해, 6시가 조금 넘어 휴게소에 도착했다. 물론 난 그동안 푹 잤다. 인솔 대장의 안내 방송에 잠에서 깨, 볼일이 급한 건 아니나, 서울까지 얼마나 남았나, 궁금해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며, 고개를 들어 휴게소 정체를 파악했다. 덕평이다. 고로 서울이 멀지 않다. 10분의 휴식이 끝나고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는 죽전에서 1차로 승객을 내려주고, 7시 12분 양재 국립외교원 앞이 복잡해 유턴한 건너편에 정차했다. 거기서 인솔 대장 포함 다섯이 망경대산 산행 후 갔던 족발집을 못 찾아 한참 헤맨 후 당일 술을 샀던 선배의 결재 기록에서 상호를 찾아 간신히 식당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족발과 각자 취향에 맞는 술을 주문해 이런저런 산행 얘기를 하며 하산주 2차를 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9시 20분경 파해, 집으로 갔다. 다행히 열차에서 자는 일 없이, 10시 30분경 무사히 집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계획대로 '당포2리 복지회관 → 성주사 → 수리봉 → 성주봉 → 운달산 → 헬기장 → 석봉산 → 양진암 → 대성암 → 김룡사 → 문경 문학관'의 15.45km(산길샘) 코스를 5시간 20분 동안 달렸다. 이동 4시간 44분, 휴식 36!
5년 만의 운달산행으로 백두대간 조망으로는 성주봉 직전 전망대만 한 곳이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한 산행이다. 와중에 날씨의 도움도 컸다.
운달산 성주봉을 찾는 이유가 조망도 조망이나, 밧줄을 이용하던 맨손이든 암벽을 오르내리는 재미인데, 기어코 산림조합에서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말았다.
성주봉의 암벽 타는 재미를 기억하는 친구나, 성주봉은 모르나, 암벽 타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두 번째 암봉의 갑판 계단 설치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다녀오기를 권한다. 수리봉 계단 공사가 거의 끝났으니, 두 번째 암봉 공사를 곧 시작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