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시선에 게재된 시선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자 이홍사의 「영은 쌤 뱅기야」는 제목만큼이나 독특하다. 외국의 어느 곳에서 한 사내가 고국의 소설가 영은에게 이야기를 비대면으로 늘어놓는다. 처음에는 카톡으로 하다가 오타를 많이 내자 노트북에 쓴다. 처음부터 끝까지 ‘쫀뜩쫀득 찰’진 전라도 사투리 대화문인 것이 이채롭다. 누구와 주고받는 대화가 아니라 화자 혼자 자문자답하고 등장하는 인물이 할 법한 말까지 다 하는 일종의 모노드라마(1인극) 소설이다.
1인극의 수행자는 끝까지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화자는 누구일까? 화자는 고국의 소설가에게 가끔 예리한 조언의 말을 섞는다.
‘요렇게 궁금해 하는 사이에 매의 발톱을 세우는 거지, 그게 일명 작가정신, 영은 쌤 작가잖어? 소설에서 말하는 발견미학, 그 발견의 틈새가 생긴다는 거, 작가정신을 요걸 탁 발휘해서 매의 발톱으로 면상을 싹 긁어버리는 겨. 손톱 세우지 말고, 매의 발톱이 아니라 입이여.’
‘소설가는 이렇게 끊임없이 탐구하고 캐내는 정신 이게 필요한 거란말씨.’
‘깊이 있는 걸 파헤쳐서 깊게 써부러.’
소설 전문가나 중견소설가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발언이다. 따라서 화자는 중견작가 이홍사 작가의 분신일지도 모른다. 화자가 욕설까지 남발하며 화끈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히 알아두면 쓸모 있는 지식 같다. ‘비행기 여승무원의 정보를 캐내는 방법’이라면서 여승무원의 직무수행을 생생히 묘사한다. 대한항공 ‘모닝캄’ 회원으로 승급되면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대한 세세한 서술은 비행기 자주 타시는 독자께 정말 유용할 정보 같다. 화자의 시선은 항공의 그늘진 질서도 강력하게 비판한다. 대한항공 권력자 여성이 부렸던 추태를 소환하여 한바탕 혼꾸멍을 내고, 핸디캐리라는 항공 불법 배달 사업의 이면을 묘파한다. 비행기 엔진 사고에 대해서도 걸쭉한 입담으로 다양한 예를 든다. 클래식소설이니 산만하지만 다채롭고 집요한 고발이 가능한 것이다.
마치 말뚝이탈을 쓴 입담꾼이 장터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달래고 어르고 뜯는 한바탕 놀이판을 보는 듯하다. 이 소설 자체가 하나의 은유인지 모른다. 작금의 소설은 소설을 전문적으로 쓰고 읽는 자나 알아들을 수 있다. 이홍사 작가는 소설이란 원래 이렇게 전기수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재미나게 읽어주듯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것 아니었냐고 묻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