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혈 조화롭게 해주는 피로해소약
조선시대 양반들 보약으로 복용
감기치료엔 패독산.방풍 등 더해야
추분이 지나고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기분이 드는 계절이다.
면역력 저하와 환절기 감기가 우려되는 요즘,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한약 처방은 쌍화탕이다.
쌍화당은 동의보감에도 수록된 처방으로, 조선 후기 양반들이 보약으로 아침저녁으로 복용했다고 한다.
이후 1970~1980년대에는 쌍화차에 달걀노른자를 띄워 주는 다방도 등장한 데 이어,
1975년 국내 한 제약업체에서 드링크 형태의 '광동쌍화탕'을 출시하면서 대중화됐다.
최근에는 쌍화농축액 일부에 액상과당이나 과즙을 넣은 일반음료로서의 '쌍화차'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쌍화 뒤에 '탕'자가 붙는 '쌍화탕'이라는 명칭은 '동의보감 원방을 따라 식약처에서 의약품으로 인증받은 것이다.
그렇기에 한의원이나 약국에서만 처방.구입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아울러 요즘 간단한 감기 치료에 따뜻한 차 형태로 복용 가능한 감기약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이는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비충혈제거제인 페닐에프린으로 이루어진 종합감기약이다.
반드시 의사나 약사의 복약지도가 필요한 약품이므로 쌍화탕과는 치료 목적이 완전히 다른 약이다.
쌍화탕은 사물탕(숙지황, 당귀, 천궁, 작약)과 황기건중탕(황기,계자, 감초, 대추, 작약, 생강 등)을 합쳐 만든 한약으로,
기와 혈을 쌍으로 조화롭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진 약이다.
사물탕은 빈혈, 허약 등과 같이 피의 흐름이 원할하지 않을 때 처방하며, 황기건증탕은 입맛이 없고,
식은땀이 나며 복부가 긴장된 기운이 허약한 증상에 처방한다.
따라서 쌍화탕은 기와 혈이 손상돼 피로한 사람에게 쓰이는 처방으로 감기약과는 거리가 있는 처방이다.
감기에 사용한다면 큰 일교차나 잦은 감기 등 병치레로 기술로 기운이 떨어지기 쉬운
환절기에 면역력을 높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땀이 나지 않거나 열이 나며 몸살, 오한이 심할 경우 또는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설사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감기와 피로가 겸한 증상일 때 한의원에서는 쌍화탕에 패독산 또는 방풍, 형개, 시호, 독활, 갈근, 길경, 반하, 전호 등의
약재를 적절히 혼합해 개인별 증상에 적합한 처방을 구성하게 된다.
따라서 감기 치료 목적의 쌍화탕 처방은 한의사의 처방 선택, 복약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유정석(임)중령(진) 국군수도병원 한의과장 침구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