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빛나는 계약의 표징이자 구원의 표징 “주님의 무지개, 주님의 십자가”
2025.2.20.연중 제6주간 목요일 창세9,1-13 마르8,27-33
어제 강론 주제는 ‘개안의 여정’이었고, 오늘 복음은 흡사 예수님이 제자들의 영적 시력을 테스트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제자들 역시 예외 없이 눈멀고 귀먹었음에 개탄한 예수님이셨는데 오늘은 친히 제자들의 영적 시력을 점검하십니다. 동시에 우리의 영적 시력도 점검 받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예수님은 누구인가? 사람들의 동향을 묻습니다. 제자들의 대답을 들은후 제자들에게 직설적으로 묻습니다. 도피할 수 없는 물음이자 우리 모두를 향한 평생 화두와 같은 물음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베드로가 대표하여 정확히 답합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의 영적 시력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음을 봅니다. 베드로와 더불어 제자들 역시 순조로운 개안의 여정중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이들의 수준이 미흡하기에 침묵을 명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당신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후 성령의 깨우침이 있어야 비로소 주님 파스카의 신비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저 같으면 지체없이 고백했을 것입니다.
“주 그리스도 예수님!
당신은 저의 전부입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희망,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요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당신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늘 고백해도 늘 새롭고 좋은 고백으로 얼마나 많이 강론에 인용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고백하며 “꽃같은 하루 꽃같이, 주님 파스카의 꽃같이” 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절정은 다음 장면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처음으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예고하심으로 진짜 제자들의 영적 시력을 확인하십니다. 그렇게 멋진 고백을 했던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며 나섭니다.
절대로 우리가 기대하고 꿈꿔온 메시아는 그런 고난과 죽음의 메시아는 아니라는 것이며 결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배척과 고난, 죽음은 물론 부활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지체없는 질책이 베드로에게 쏟아집니다. 베드로의 환상을 깨는 충격요법적 표현입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졸지에 수제자 베드로가 사탄이 되는 순간입니다. 베드로뿐 아니라 믿는 이들 누구나의 가능성입니다. 베드로는 물론 십자가를 부인하는 어느 제자든 사탄곁에 있는, 사탄이라는 것입니다(Any disciple, even Peter, who denis the cross stands on the side of Satan).
베드로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충격적 체험이었을 것입니다. 아마 베드로의 영적 시력은 전화위복! 이런 체험의 결정적 계기로 더 한층 좋아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수난시에 세 차례나 주님을 모른다 부인했던 베드로 수제자였음을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참으로 영적 시력의 절정은 주님의 십자가를,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주님의 십자가를 삶의 중심에 받아들이고 살 때 이뤄집니다. 영원히 빛나는 새계약의 표징이자 구원의 표징인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성전 지붕 하늘 높이 한눈에 보이는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신약의 주님의 십자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오늘 창세기에서 누구나에게 볼 수 있는 비온 후 하늘 한복판의 주님의 무지개입니다. 영원히 빛나는 계약의 표징이자 구원의 표징인 주님의 십자가요, 이어 노아와 그의 아들들을 향한 주 하느님의 창세기 말씀입니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무지개가 구름 사이로 드러나면, 나는 그것을 보고 하느님과 땅 위에 사는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영원한 계약을 기억하겠다.”
스스로 당신을 견제할 제어 장치가 될, 하늘의 무지개를 영원히 빛나는 계약의 표징으로, 구원의 표징으로 삼겠다는 약속이요 또한 모두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자비의 표현입니다. 비온후 하늘 한복판에 “주님의 십자가를 안고 있는 하늘길 같은 주님의 무지개”를 상상하면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아름다운 장면이겠는지요!
혹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 마다 주님의 십자가를, 주님의 십자가를 볼 때 마다 하늘의 무지개를 연상하시기 바랍니다.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드워즈의 <무지개> 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도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나이가 들어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으로 거둬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건함으로 매어지고자”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자연 또한 하느님의 살아 있는 성경입니다. 자연의 경건함도 좋지만 대신 “하느님 경외함으로 매어지고자”로 대체해 읽어도 무방하겠습니다. 무지개뿐 아니라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 볼 때 마다 감동으로 설레는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사랑의 빛나는 표징이 바로 파스카 예수님이 십자가이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무지개만으로는 미흡합니다. 무지개를 완전 보완하여 무지개와 더불어 영원히 빛나는 새 계약의 표징이자 구원의 표징이 주님의 십자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읽은 옛 현자의 조언도 주님과 나를 알아가는 평생공부에 좋은 도움이 됩니다.
“목적없이 공부하면 지식을 많이 쌓는다 해도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이다.”<다산>
“배우지 않으면 재능을 펼칠 수 없고, 뜻이 없으면 학문을 성취할 수 없다.”<무후전서>
공부중의 평생공부가, 학문중의 평생 학문이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아는 공부요 학문입니다. 영원히 빛나는 새 계약의 표징이자 구원의 표징인 십자가와 부활의 파스카 예수님 공부요 학문입니다. 평생공부, 평생교육에 매일 미사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십자가와 부활의 파스카 예수님과의 우정을 날로 깊게 해 주시며 영적 시력도 날로 좋아지게 하십니다.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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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입으로는 하지만
행동으론 죄송합니다.
날은 춥고
어제는 미사 다녀오고
다리가 많이 아파 방콕합니다.🙏
여기도 엄청 추워요.
자매님 감기 조심하세요...^^
@Swan 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