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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 시즌이 도래했다. 예비후보자들은 얼굴 알리기에 바쁘고 정치 신인들은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실정이다.국회는 회기가 끝나가도록 무엇 하나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정쟁과 반목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세금만 낭비한다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해가 바뀌어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신물이 난다고 등을 돌리고 있고, 여야는 자기들의 입장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서로 남 탓하기에 바쁘고, 자기 과오는 내로남불이라는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갈수록 국민들의 삶은 팍팍해지는데 정치인들의 눈에는 그런 국민의 고통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형국이다. 가족들끼리 외식하기가 겁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자영업자들은 덩달아 죽을 맛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짜장면 한 그릇에 오육천 원이면 곱배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에 칠팔천 원은 하고 곱배기를 시키면 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필자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무렵에는 삼백오십 원짜리 짜장면 곱배기에 탕수육 한 그릇 먹는 게 최고의 호사였다. 그 시절과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제 규모가 달라지고 선진국으로 도약했다고 하지만 정치는 여전히 국민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 채 후진성을 못 벗어나고 반세기 전의 구태와 악습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집에 가면 늘 고민하던 게 있다. 짜장면과 짬뽕 중에서 무얼 시켜야 하는지, 둘 다 시키자니 양이 너무 많고 비용도 부담되고, 그래서 탄생한 메뉴가 바로 짬짜면이다. 태극무늬처럼 그릇의 절반을 막아 한 쪽에는 짜장면을 다른 한 쪽에는 짬뽕을 담아 손님들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하고 두 가지 메뉴를 한 번에 먹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손님들의 고민과 갈등을 단번에 해결하여 만족도를 높이고 두 가지 메뉴를 한 그릇에 담아 한 그릇을 팔 때보다 조금 더 비싸게 받아도 만족도가 높아 매출 상승에도 기여하게 된 것이다.
정치인들은 밥그릇을 놓고 싸울 것이 아니라 밥그릇을 나눠 한 그릇에 담아서 서로의 장단점을 극복하고 서로 다른 맛을 존중하며 결국 어우러지는 짬짜면의 철학을 배울 수는 없는 것일까?서로를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좋은 점은 칭찬하고 존중해주며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기보다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정직하고 따뜻한 정치를 펼쳐 보이면 안 되는 것일까?
정조는 격동의 시기를 보낸 군주였다. 조선의 전통적 질서가 동요하고 주자학이 이념적 지도이념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내고 외래사상과 문화가 들어와 사회변화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동안, 사회 신분질서의 고착과 그 폐해는 점점 심화되고 사색당쟁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국력집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조는 기존의 조선적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추진된 정조의 국가경장을 위한 개혁정책은 기본적으로 위민과 통합이라는 영역에서 특히 돋보이는 업적을 남겼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따른 정치적 보복을 하기 보다는 노론과 소론 뿐만아니라 뜻을 달리하는 당파의 인재도 고루 등용하며 붕당을 타파하고 탕평책을 펼치는 한편 규장각을 설치해 젊은 인재를 육성하고 수원 화성을 건립하는 등 개혁 정책을 펼쳐나갔다. 정조의 이런 노력들은 차츰 결실을 맺기 시작했고, 정치는 안정되고 민생도 편안해져 태평성대의 기틀을 갖추게 되었다. 권력은 시대를 막론하고 견제하는 세력이 있어야 부패하지 않고 독재의 그늘로 흐르지 않는다.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는 공권력을 견제하면서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거나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짜장면 그릇의 절반을 나누더라도 짜장면과 짬뽕을 한 그릇에 담아 서로 다른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국민을 바라볼 수 있어야 진정한 정치가 이루어지고 국가도 부강해지고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뉴욕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한 피오넬로 라과디아는 시장이 되기 전 판사로 일할 때의 일화가 유명하다. 빵을 한 덩이 훔친 협의로 법정에 선 노인이 법정에 섰을 때 노인은 집에서 배가 고파서 울고 있는 손자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잘못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빵을 훔쳤다고 고백했다. 판사는 처지는 딱하지만 법은 엄정하다며 벌금 10달러를 선고하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10달러를 꺼내 벌금을 내라고 노인에게 주고 방청객들에게도 50센트씩 벌금을 부과하면서 이웃이 빵을 훔쳐야 할 정도로 위기에 처 했는데 돌보지 않은 죄를 물었다고 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치는 약자에게 더 따뜻해야 하는 이유다.
김남권 시인 아동문학가
월간 ‘시문학’ 등단,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장
계간 ‘P.S’ 발행인, 문화앤피플 편집위원
시집: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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