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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말렌지 교수는 저서 '카탈리스트 코드'에서 이런 기업의 유형을 ①중개자(Matchmakers) ②관중 동원자(Audience Builders) ③비용 절감자(Cost Minimizers)로 나눴다. 중개자는 부동산 중개업소나 결혼 정보업체, G마켓, 우버처럼 양쪽 집단을 단순 연결해주는 기업이다. 관중 동원자는 페이스북이나 신문사처럼 많은 고객(독자)을 끌어모은 뒤 광고를 실어 돈을 버는 회사를 뜻한다. 마지막으로 비용 절감자는 신용카드 회사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처럼 참여 집단이 스스로 해결하려 할 경우 들어갈 비용을 줄여주는 곳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업주들은 신용카드를 통해 외상 시스템을 자체 제작·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회원들은 매번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②'물 관리'는 어떻게 하나?
나이트클럽이 '물 관리'에 신경 쓰는 것처럼, 촉매 기업도 규칙과 규범을 통해 참가한 그룹의 질(質)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우버는 '평점 시스템'을 통해 승객으로부터 기사의 평점을 받고 이를 다른 승객들에게 공개한다. 평점이 나쁘면 고객도 줄어들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또 기사와 계약을 맺을 때 전과 기록, 사고 기록도 꼼꼼히 살핀다.
이하모니(eHarmony)라는 미국 데이트클럽은 가입 신청자에게 250여개 문항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다음,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회원 가입을 거부한다. 돈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회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도쿄 쇼핑·문화 공간인 롯폰기힐스는 사무실 임차인, 소매매장 임차인(점포·식당·영화관·호텔 등), 아파트 거주자, 쇼핑객을 연결하는 일종의 다면 플랫폼 기업이다. 관리를 맡는 모리빌딩 컴퍼니는 임차인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요구를 한다. 예를 들어 롯폰기 외부 점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고, 다른 데선 찾기 어려운 독특한 제품을 판매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우 교수는 이 같은 물 관리는 어떤 의미에선 질을 위해 양을 포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업에 따라 물 관리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애플은 모바일 운영 체계인 iOS 앱 개발자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참여자들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자유롭다.
③누구에게 돈을 받는가?
상대방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집단에 돈을 더 내게 한다. 나이트클럽의 경우 보통 여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남자에게 돈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룻밤 노는 상대를 찾는 데는 남자가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결혼 중매 업체는 여성들에게 더 비싼 회원료를 받는다. 결혼할 대상을 찾는 데는 여성이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아마존은 킨들 단말기는 원가 이하의 가격만 받고 소비자에게 판매하지만, 전자책이 판매될 때마다 출판사로부터 수수료를 번다. 고객과 식당을 이어주는 예약 서비스 '오픈 테이블'은 식당에는 돈을 내게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값을 매기지 않는다. 식당은 소비자에게 제값을 받고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상당한 가치를 얻기 때문이다.
촉매 기업은 또한 가격 민감도가 높은 집단엔 낮은 가격을 매기고(혹은 공짜로 제공), 가격 민감도가 낮은 집단엔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도 공식의 하나이다. 구글이 회원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기업에 광고비를 받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런 의미에서 촉매 기업의 가격 설정은 '비(非)대칭적'이다.
④얼마나 많은 면(집단)을 참여시켜야 하나?
이베이는 구매자와 판매자라는 두 집단을 연결한다. 직업 네트워킹 서비스 링크드인(LinkedIn)은 구직자와 채용 담당자, 그리고 광고주라는 세 집단을 연결한다. 2011년 링크드인 매출에서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가 20%, 광고 솔루션이 30%, 채용 솔루션이 50%를 차지했다. 페이스북은 일반 사용자, 광고주, 앱 개발자, 연계 웹사이트 운영자의 4개 집단을 연결한다.
하지우 교수는 "처음 시작할 때는 가능한 한 최소한의 면으로 시작하라. 사업 개시 첫날부터 3개 이상의 면을 펼쳐나가는 비즈니스는 잘못됐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2개 면을 이상적으로 굴리기 위해선, 면 설계 과정부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플랫폼이 구성된 다음 차츰차츰 면의 숫자를 늘려 가면 됩니다. 반드시 늘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기존의 가치와 엇갈리지 않을 때, 수익과 가치가 불어날 때에 한해서 면을 늘려 가면 됩니다."
무작정 참여 집단을 늘렸다가 실패한 사례가 하나 있다. 온라인 비디오 기술을 공급하는 '브라이트코브(Brightcove)'라는 업체는 2004년 당시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공급업체, 광고주, 웹사이트, 시청자를 잇는 인터넷 포털 형태의 4면 플랫폼을 계획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브라이트코브를 자사 클릭 수를 뺏어가는 경쟁자로 여기게 됐다. 4개 집단 모두를 상대하기 위한 인력도 부족했다. 결국 이 회사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1개 면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광고시장·유통시장·소비자 포털 기능은 완전히 포기했다.
⑤수퍼마켓은 왜 다면 플랫폼 기업이 아닌가?
망치를 가진 사람에겐 모든 세상이 못처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촉매 기업, 또는 다면 플랫폼 기업에 대해 알고 나면 모든 기업이 그런 기업으로 보이게 된다. 가령 수퍼마켓도 촉매 기업이나 다면 플랫폼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오"이다.
하지우 교수는 "다면 플랫폼 기업은 중요한 특성이 있다"며 "먼저 각각의 집단이 다면 플랫폼의 고객이 돼야 하며, 둘째 다면 플랫폼이 떨어져 있는 여러 집단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퍼마켓은 둘째 조건에 어긋난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는 애경이 트리오를 납품하고 물품 대금을 지급하는 한, 애경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할지 신경 쓰지 않는다. 롯데마트는 애경과 같은 공급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퍼마켓은 다면이 아니라 단면 기업이고 재판매업체다.
이를 경매회사와 비교해 보자. 미술 경매회사는 화가로부터 작품을 받아 고객에게 판 뒤 수익금을 화가와 나눈다. 영업이 잘되려면 부유한 미술품 애호가를 경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평소 마케팅 활동을 벌여야 하고, 화가 역시 이 회사에 믿고 그림을 맡길 수 있는지 탐색한다. 결국 경매회사는 두 그룹 모두를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면 플랫폼 전략은 비다면 플랫폼 전략과 공존이 가능하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기도 한다. 아마존은 이베이와 마찬가지로 다면 플랫폼인 장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수퍼마켓처럼 아마존의 이름을 달고 직접 물건을 사다가 재판매하는 유통업자 역할도 한다. 하지우 교수는 "아마존은 '롱테일 제품(예컨대 덜 유명하고 희귀한 제품, 명품 등)'에 대해서는 다면 플랫폼 전략을, '숏테일 제품(흔하고 널리 쓰이는 제품, 생필품 등)'은 유통업자 전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⑥우버와 콜택시의 차이는 무엇?
우버와 콜택시 모두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면 플랫폼 기업에 속한다. 그러나 효율성에서 우버가 앞서는 측면이 있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 CEO는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우버는 중간 역할을 하는 콜센터 직원이 없습니다. 운전기사와 승객이 앱을 통해 직접 만납니다. 또 우버의 경우 손님이 스마트폰 앱의 지도를 보면서 운전기사의 위치를 알 수 있어요. 효율성의 차이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버의 가장 커다란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제 시스템이다. 우버 앱을 통해 신용카드를 등록해두면 차에서 내릴 때 결제를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차에 탄 만큼 비용이 계산돼 나중에 카드 대금 청구서에 자동으로 합산된다.
우버는 운전기사에겐 별도의 앱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고객 수요를 예측하는 정보를 전달한다. 고객이 많이 몰릴 시간과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 주는 것이다. 운행 데이터가 쌓일수록 우버의 고객 수요 예측 결과도 정확해지고 있다.
⑦참가자들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인터넷 검색 엔진의 경우, 광고주는 자신의 광고가 더 눈에 잘 띄고, 더 많이 노출되기를 바란다. 반면 사용자는 광고 없이 깨끗한 화면을 더 좋아한다. 이 인터넷 검색 엔진은 어떻게 그 균형을 맞춰야 할까.
하지우 교수의 답은 이렇다. "이때는 당연히 플랫폼에 묶어두기(유지하기) 어려운 집단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플랫폼 조정을 시행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 검색 엔진의 경우 사용자가 광고주보다 플랫폼에 묶어두기 훨씬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설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베이는 일부 판매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검색창 최상단에 프리미엄 판매자를 노출시키는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판매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이베이에도 많은 수익을 가져다줬다. 그러나 이베이의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검색 결과에 맞지 않는 판매자가 나타나는 것을 불편해했다. 결국 2010년 이베이는 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지우 교수는 "'현재'의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집단에 유리한 쪽으로 플랫폼 설계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가정하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장의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성공에 가장 중요한 참가자 집단에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