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강둑길을 걸어
전날 낮에 우리 지역에 일시 호우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세찬 소나기가 내렸다. 가을이 오는 길목 소나기성 비가 달구어진 대지의 열기를 식혀주어 기온이 서늘해진 느낌이다. 가을 채소 파종을 미뤄둘 만큼 메마른 땅은 습기를 머금어 완전한 해갈이 되었다. 어제 아침 신동리 텃밭에 심어둔 채소 씨앗은 보습을 유지하려 부직포를 덮어 놓았는데 비가 와 발아가 순조로울 듯하다.
구월 첫 주 수요일 아침이다. 이른 시각 자연학교 등굣길에 올라 도계동에서 본포로 가는 31번 버스를 기다리면서 ‘가을 채소 파종’을 남겼다. “신동리 지인 텃밭 삽으로 파 일구어 / 두엄을 뿌려 놓고 며칠 간 삭힌 연후 / 흙덩이 잘게 부수어 두둑으로 지었다 // 호미로 골을 파서 종묘상 구한 씨앗 / 점점이 흩어 뿌려 살포시 가려주어 / 수분이 마르지 않게 부직포로 덮었다”
대방동을 출발한 첫차 버스로 용강고개를 넘어간 동읍에서 주남저수지와 산남저수지를 비켜 봉강과 죽동을 지났다. 가술 일반산업단지와 모산리를 지날 때 일터로 가는 승객은 모두 내리고 혼자 남았다. 제1 수산교를 앞둔 강변 요양원에서 내려 일일 도보 여정 기점으로 삼았다. 한림으로 뚫는 신설 국도를 건너 강둑에 서니 대기 중 습도로 옅은 안개가 낀 강변 풍광이 펼쳐졌다.
제1 수산교에서 24호 국도가 강심을 가로지른 수산대교 방향으로 걸었다.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역광으로 비쳐도 교각과 상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다. 풍경 사진 찍기는 일출과 일몰 전후가 멋진 그림이 잡힘은 익히 아는 바다. 남들은 내가 찍어 카톡으로 보낸 사진을 보면서 작가급 수준이라고 추켜세우는데 사실은 그들은 움직이지 않은 이른 때라 풍경이 멋지다.
이른 시각 강둑 자전거길에는 라이딩을 나선 건각들이 페달을 밟아 달렸다. 길섶 언저리에는 야생으로 자란 돌동부꽃과 나팔꽃이 제철을 맞아 가득 피었다. 당국에는 초여름에 무성하던 풀을 한 차례 잘라주었는데 그사이 다시 넝쿨은 덮쳐 자랐다. 그 속에는 꽃잎이 작아 앙증맞은 유홍초도 예쁜 꽃을 피웠다. 잎사귀가 새털 같은 유홍초가 아닌 정식 이름은 ‘가는잎유홍초’였다.
수산대교를 지나 그곳으로도 자전거길을 내어둔 둔치로 내려섰다. 강변에는 높이 자란 토종 버드나무가 바라보여 운치를 더했다. 물억새와 갈대가 키를 높이 자라 열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 햇살은 구름에 가려 뜨거운 줄 몰라도 쉼터에 잠시 앉아 가져간 얼음 생수를 마셨다. 자리 앉은 김에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강변 풍경 사진을 보냈더니 안부 문자 회신이 오기도 했다.
플라워랜드는 해바라기가 저문 자리 코스모스를 심어 여린 싹이 자랐다. 곁으로 이어진 파크골프장은 주중 휴장일이라 썰렁했는데 남녘으로 귀향을 앞둔 후투티가 먹이를 찾았다. 중년 운동으로 파크골프가 대세를 이루어 현지에서는 속세 세상사가 그대로 비쳤다. 외로움을 타는 사내에게 교제 명목으로 여인이 접근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그녀들은 꽃뱀이 아닌 풀뱀이라 불렀다.
강둑으로 오르는 비탈에는 덩치가 거구인 황소가 고삐에 묶여 칡넝쿨을 뜯어먹는 야성을 발휘했다. 평소는 잘 선별해 잘라둔 사료만 먹다가 억센 풀을 뜯어 먹는 본성을 확인했다. 근교 강가에는 민속놀이 일종으로 싸움 쏘 힘겨루기 대회가 열렸다. 대산면 소재지 가술 거리에는 지난봄 온천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백두급으로 우승한 소의 이름과 주인 성함을 현수막에 걸어 놓았다.
천연기념물 팽나무가 선 북부리로 가질 않고 송등마을로 향했다. 농가에서 떨어진 화훼단지 그늘막으로 가려둔 비닐하우스에는 꽃이 자랐다. 가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 절화용으로 수요가 많은 안개꽃이 꽃대가 올라 망울을 달기 시작했다. 아침에 2시간 산책 후 가술 평생학습센터 도서관에 이르니 업무가 개시된 시각인데도 사서와 센터장이 늦게 나와 문밖에서 잠시 대기했다. 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