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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20일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송전탑 예정지 농성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밀양 주민들과 함께 하는 빈민사목 부활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표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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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765㎸ 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는 "주민들은 송전탑으로 재산권, 생존권, 건강권, 환경권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핵발전소만 아니면 먼 거리에 송전탑으로 전기를 실어 나르지 않아도 된다. 핵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아무도 없다"며 "정의롭지 못한 에너지 문제와 지역차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피땀 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가해자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신자들에게 말했다.
미사를 마친 신자들은 주민들에게 부활절 계란, 편지글, 성금을 전달했다. 참가자들은 빈민사목위와 밀양대책위가 함께 준비한 비빔밥을 먹었다.
임용환 신부는 이번 밀양 현장미사에 대해 "오래전부터 부활절과 성탄절에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 현장에서 미사를 봉헌해왔다"며 "밀양 주민과 함께하고 주민에게 힘과 보탬이 되고자 신자들과 함께 왔다. 우리 삶의 변화를 위한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활절 주간을 맞아 교인들의 밀양 현장 미사와 예배도 이어진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여자수도자 장상연합회는 21~22일 1박 2일 동안 '밀양 엠마오'를 진행한다.
사제단은 고통받는 현장을 찾아 엠마오 행사를 해오긴 했지만 대규모로 한곳에 모이는 것은 밀양이 처음이다.
나승구 신부는 이번 '밀양 엠마오'에 대해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실망한 제자들이 엠마오 마을로 떠나면서 예수님을 만난 체험을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다. 엠마오는 예수님을 만나러 떠나는 여행을 뜻한다"며 "밀양으로 오는 것은 예수님이 세상에 오셨으면 어디로 오셨을까. 가장 힘든 곳에 오셨을 것이고 밀양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모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신부와 수녀 350여 명이 농성장 기도순례와 미사를 할 계획이다. 송전탑 반대주민들은 단장면 용회마을 101번,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부북면 위양리 127번,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철탑예정지에 움막을 짓고 농성을 하고 있다. 23~24일에는 부북면 127·129 농성장에서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와 아힘나평화학교 주최로 기독교 기도회가 이어진다. 이와 관련,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달 24일부터 '밀양 765㎸ 송전탑 건설저지 그리스도인 단식기도회'를 시작으로 부북면 화악산 입구 장동마을 농성장에서 1박 2일 릴레이 단식기도회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