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일 월요일 수호천사 기념일
수호천사는 사람을 선으로 이끌며 악에서 보호하는 천사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수호천사를 정하여 주시어 그를 지키며 돕게 하신다. 다음은 수호천사에 관한 『성경』의 표현들이다.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시편 91[90],11). “저를 모든 불행에서 구해 주신 천사께서는 이 아이들에게 복을 내려 주소서”(창세 48,16).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마태 18,10).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1-5.10
1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하늘 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하고 물었다.
2 그러자 예수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3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4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5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10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좌불안석으로 지내실 수호천사님
어느 대학의 총장님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유학의 대가였고, 교황님의 훈장을 받은 훌륭한 어른으로 모범적으로 신앙생활을 하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진리를 가르치신 분이었습니다. 제가 실명을 거론하면 많은 분들이 아실만한 분이기에 그 분의 양해를 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써도 많은 분들이 아주 쉽게 아실 분이며, 지금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그 분의 덕을 흠모하는 어른이십니다. 그 총장님의 부인은 신심이 두터운 신자로 총장님은 부인이 유학에 따르지 않고 예수님을 믿는 것을 무척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함께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부인이 길가에서 동냥을 하고 있는 걸인을 만나더니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얘기를 시작하더랍니다. 그래서 총장님은 길옆에서 한참동안(대략 30분 정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총장님에게 인사를 하고, 그리고 총장님은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부인은 거지랑 얘기하면서 눈물을 흠치고, 무언가 주고, 어깨를 두드려 주고 그렇게 한참이 지났답니다. 화가 잔뜩 난 총장님은 집에 와서 부인을 야단쳤습니다. ‘대학의 총장 체면을 모두 깎아 세우고 그렇게 거렁뱅이랑 길에서 노닥거리느라고 나를 망신 주었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던 부인이 그날은 정색을 하고 남편 앞에 앉더니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인(仁)이란 무엇인가요? 사랑이 아닌가요? 그 걸인은 얼마 전에 아내가 죽고, 자신은 중풍으로 길에서 죽어가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동냥을 조금 해 주었을 뿐입니다. 아무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업신여기지 말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고, 그게 사랑이고 인(仁)이 아닌가요?” 총장님은 말문이 막혔고, 아내의 그 말에 반박이라도 하려면 성경을 보아야겠더랍니다. 그래서 성경을 보았더니 한마디도 잘못된 말을 찾을 수 없었고, 정말로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고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하는 말씀이 너무도 가슴에 새겨져서 세례를 받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여 모범 신앙인이 되었고, 교황님의 기사 칭호까지 받으신 것입니다.
정말 아주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기 위해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만해서 많은 경우에 아주 쉽사리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모욕을 주기도 하고 푸대접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모독하고 하느님을 경시하고, 하느님을 업신여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일엽낙 천하지추'(一葉落 天下之秋)란 <낙엽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말입니다. 낙엽 하나가 떨어지면 아주 미세한 징후 하나를 보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한 '도병중빙, 지천하한'(睹甁中氷, 知天下寒)이란 말도 같은 의미입니다. <병 속의 얼음을 보면 모든 세상이 겨울이 온 것을 안다.>는 말입니다. 아주 보잘것없는 사람을 조심하지 않고, 푸대접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흠숭한다는 것은 거짓말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라는 말씀을 다시 생각하고 묵상하게 합니다. 우리의 수호천사들이 우리를 어떻게 인도하였는지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의 행동이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에 들었는지의 여부를 살피고 있을 수호천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잘못하면 하느님 아버지가 마음 아파하실 것이고, 그러면 우리의 수호천사는 얼마나 좌불안석(坐不安席)일까 생각해봅니다. 천사는 우리를 대신해서 하느님께 지시를 받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엄청 혼이 날지도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 면전에서 저희 수호천사는 항상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제 대신 매일, 늘 용서를 청하시고, 보속을 대신할지도 모릅니다.
<나의 천사가 앞장설 것이다.>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23,20-23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20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21 너희는 그 앞에서 조심하고 그의 말을 들어라. 그가 너희 죄를 용서하지 않으리니, 그를 거역하지 마라.
그는 내 이름을 지니고 있다.
22 너희가 그의 말을 잘 들어 내가 일러 준 것을 모두 실행하면, 나는 너희 원수들을 나의 원수로 삼고,
너희의 적들을 나의 적으로 삼겠다.
23 나의 천사가 앞장서서 너희를 아모리족, 히타이트족, 프리즈족, 가나안족, 히위족, 여부스족이 사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나는 그들을 멸종시키겠다.”
축일10월 2일 안젤라 (Angela)
신분 : 천사
같은 이름 : 앤젤라, 엔젤라
그리스도인은 세례 성사를 받을 때 새로운 이름(세례명)을 받는데,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났음을 의미한다. 세례 때에 성인의 이름을 자신의 수호자로 삼고 성인을 공경하는 풍습은 이미 고대 교회 때부터 시작되었다. 유아 세례 때 성인 순교자뿐만 아니라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천사의 이름을 사용해 그들을 본받고자 했다. 오늘날 교회법 제855조는 세례명에 대해 간략하게 “부모와 대부모 및 본당 사목구 주임은 그리스도교적 감정에 어울리지 아니하는 이름을 붙이지 아니하도록 보살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세례명은 성인들이나 성경의 인물 또는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를 드러내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성인의 이름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권에 상응하는 그리스도교적 정서와 의미를 지닌 여러 다른 이름도 사용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교회 전통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고 모든 사람에게 그를 보호하는 수호천사를 하나씩 두었다고 한다. 수호천사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며 선행을 하도록 인간들을 개별적으로 인도하고 온갖 유혹과 악으로부터 보호하며, 또 그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별한 임무를 하느님에게 부여받은 영적 피조물이다. 수호천사는 한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나 국가 혹은 본당을 수호하기도 하는데, 이는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교리 가운데 하나이다.
수호천사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개념은 성경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성경의 근거를 바탕으로 형성된 신심으로 점차 신학적으로 발전된 개념이다. 구약성경에는 위험 중에 있는 개인이나 공동체를 돕거나 보호하는 천사에 대한 언급이 산재해 있다(창세 19,10-14. 16; 24,7; 48,16; 탈출 23,20. 23; 다니 3,49-50; 시편 34,7-8; 91,11-12; 토빗 5장).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탈출 23,20)는 말씀처럼 천상의 교회를 향한 하느님 백성의 순례 여정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보호자와 안내자들의 현존과 역할이 있었다.
신약성경에서도 천사가 하느님 백성의 협력자라는 오래된 관념이 발견된다(사도 5,19; 12,7-10; 히브 1,14; 갈라 1,8). 또한 이 수호천사가 인간 개개인과 지속적이며 개별적인 관계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전형적 표현이 마태오 복음서에 나온다.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18,10) 하느님 사랑의 보편성을 강조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수호천사에 대한 교리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로마의 성 헤르마스(Hermas, 5월 9일),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Clemens)와 오리게네스(Origenes) 같은 교부들도 모든 사람에게 그를 인도하는 수호천사가 하나씩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우스(Ambrosius, 12월 7일), 성 히에로니무스(Hieronymus, 9월 30일), 성 대 바실리우스(Basilius, 1월 2일) 등도 수호천사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특별히 ‘인간들의 영혼을 지키는 존재’로 설명했다. 수호천사에 대한 교리는 중세 이후 더욱 발전하여 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1215년)에서 처음으로 수호천사 교리가 교의적으로 설명되었다. 옛 교리서에 수록된 수호천사에 대한 전통적 교리 내용은 “첫째, 수호천사는 육신에 대하여 많은 불행을 막아 주며 영혼 사정에 유효하며 세속적인 일이라도 도와준다. 둘째, 영혼에 대하여는 우리가 이기기 어려운 마귀 유혹을 물리쳐 주며, 착한 생각을 일으켜 선행을 권하고, 우리를 위하여 우리와 함께 기도하고, 특히 임종 때 우리를 도우며 우리 영혼을 천국이나 연옥으로 인도한다. 그러므로 영육 간의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수호천사를 향하여 도움을 청해야 한다.”(詳解天主敎要理 上)라고 했다.
현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성경이 보통으로 천사라고 부르는, 육체를 가지지 않은 영적인 것들의 존재는 신앙의 진리이다. 성전 전체의 증언이 일치하듯이, 성경의 증언도 명백하다.”(328항)라고 천사의 존재에 대해 신앙의 진리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사람은 일생 동안, 생명의 시작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천사들의 보호와 전구로 도움을 받는다. ‘모든 신자의 곁에는 그들을 생명으로 인도하는 보호자이자 목자인 천사가 있다.’ 이 지상에서부터 그리스도인의 삶은 신앙으로, 하느님 안에 결합되는 천사들과 인간들의 복된 공동체에 참여한다.”라고 수호천사에 대한 교리를 서술하고 있다.
수호천사에 대한 공경은 수도회를 중심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9세기 기록에서 이미 수호천사 기념일을 지낸 기록이 발견되는데, 본격적으로 수호천사 기념일이 퍼지기 시작했던 때는 16세기부터이다. 교황 레오 10세(Leo X)는 1518년 교서 “Admonet nos”를 통해 5월 1일에 수호천사 기념일을 지내도록 허락하였다. 이 기념일은 1608년 로마 전례력에 추가되었고, 1670년 교황 클레멘스 10세(Clemens X)가 10월 2일을 수호천사 기념일로 제정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수호천사(Angelus custos, Guardian angel)를 의미하는 안젤루스(Angelus)와 그 여성형인 안젤라(Angela)를 자신의 세례명으로 사용할 수 있고, 10월 2일 수호천사 기념일을 축일로 지낸다.
오늘 축일을 맞은 안젤라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